게임에 빠진 아이, 화내지 말고 이렇게

게임에 빠진 아이, 화내지 말고 이렇게
게임에 빠진 아이, 화내지 말고 이렇게
김지혜 전문코치

 민규(가명, 초6)의 부모는 아이 게임 때문에 요즘 골치가 아픕니다. 맞벌이라 연락 문제로 1학년 때 스마트폰을 사 줬고, 바쁘다 보니 스마트폰을 얼마나 이용하는지, 게임을 얼마나 하는지, 별로 신경 쓰지 못했는데, 어느새 민규는 식탁 앞에서도, 잠자기 전에도 게임에 열중합니다. 아마 학원 오가는 동안에도 잠시라도 짬이 생기면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다 합치면 하루에 네다섯 시간 정도는 게임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줄여라.”, “그만 좀 해라.”라고 말해 봐도 입만 아픕니다. 얼굴 보는 시간도 짧아 자꾸 부딪히는 게 싫은데, “남자애들은 어쩔 수 없나, 받아들이자.”라고 내려놓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금지하자니 아이와 부딪히고, 허용하자니 아이가 자꾸 선을 넘는 게임 문제. 어디에 기준을 두고 훈육할지 참 쉽지 않습니다. 또 보통 엄마는 반대, 아빠는 찬성, 양쪽으로 의견이 갈려 부부간 의견이 일치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게임, 도대체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까요?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을 하는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은 뇌 발달 원리에 따라 고등학교까지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전화는 2G 폰으로, SNS는 컴퓨터로 이용하는 것이지요. 그의 경고는 삼엄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TV, 컴퓨터, 스마트폰에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것은 그들의 전두엽을 마비시켜 원숭이처럼 시키는 것이나 하면서 살도록 만드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일종의 아동학대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에 빠진 아이, 화내지 말고 이렇게
권장희 소장은 뇌 발달 원리에 따라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나 게임의 파괴력은 더욱 큽니다. 오랫동안 뇌를 연구해 온 일본의 저명한 신경정신과 의사, 모리 아키오 교토대 교수는 이렇게 경고합니다. “일주일에 3일, 하루 1시간 이상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게임을 한다면, 중학교에 가서 깊이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사물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게 됩니다.” AI와 경쟁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 판단/상상/계획/반성이라는, 기계에는 없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스마트폰 게임으로 망가진다는전문가의 주장입니다.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집중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집중력은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주위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들을 물리치고 자기 의지로 무언가에 능동적으로 집중하는 ‘초점성 집중력’, 두 번째는 주의집중을 불러일으키는 외부 자극에 빠져드는 ‘반응성 집중력’. 게임을 할 때 아이가 보여주는 집중력은 대표적인 반응성 집중력입니다. 반응성 집중력의 문제는 자극이 점점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인데요. 반응성 집중력을 키울수록 아이는 자극이 약한(예를 들어 독서나 학습지 풀기처럼 초점성 집중력을 요하는) 활동에는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집에서 내몰아야 할까요? 아니면, 적어도 초등학교까지는 금지해야 할까요?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2010년 후에 태어난 알파 세대로서 스마트폰 대중화 후에 출생한, 디지털 정보에 상시 접속 가능한 최초의 인류입니다. 두 살, 세 살에 이미 태블릿을 능숙하게 다루는 디지털 ‘Only’ 세대에게 디지털 게임은 하나의 취미생활이자, 또래 간 소통의 도구로 이미 자리 잡았습니다. 통계에서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청소년(초4~고3) 중 82.7%, 아동(초2~3) 68.8%가 게임이용군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부모의 의지만으로 게임을 금지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게임과 관련한 꽤 흥미로운 조사를 소개해 볼게요. ‘2022 아동 청소년 게임행동 종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10만 명 중 11.9%는 ‘적응적 게임이용군’이었습니다. 게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는 적응적 게임이용군은 문제적 게임이용군과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비이용군보다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이 높고 학업 스트레스, 불안, 우울, 충동성, 부주의는 적었습니다. 게임을 통해 놀이와 여가, 스트레스 해소와 관계 형성이라는 욕구들을 채웠고, 이는 다시 공부와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거죠.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부모의 태도인데요. 청소년의 경우, 적응적 게임이용군의 부모는 문제적 게임이용군의 부모에 비해서 게임에 대한 훨씬 긍정적이었습니다. 게임의 순기능을 인정하는 거죠. 아동(초2~3) 부모들의 경우, 적응적/문제적 게임이용군 부모의 차이가 더 컸는데요. 게임에 대한 인정뿐 아니라 인지와 대화에서도 차이가 컸습니다. 아이가 어떤 게임을 얼마나, 누구와 하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나요? 게임할 때의 느낌, 게임의 종류와 캐릭터, 게임을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나요? 게임이 아이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에 대해 인정하고 있나요? 아니라면 모두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몰래 숨어서 음지에서 게임 중독으로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 빠진 아이, 화내지 말고 이렇게
함께 게임의 세계에 들어가 보세요

 나아가 아이를 게임 밖으로 끌고 나오려고만 하지 말고, 게임의 세계에 들어가 보세요. 아이가 빠져 있는 게임을 함께 해 보는 거죠. 온 가족이 즐길 만한 게임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빠라면 아이에게 게임을 통해 패배를 받아들이고, 이기는 기술을 가르쳐 줄 수도 있습니다. 부모와 정서적으로 친밀하고 대화가 잘 통하고, 게임 규칙을 지속적으로 가르친 아이는 게임 과의존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이미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중독여부를 파악합니다

 연세대 신의진 교수는 ‘하겠다고 하는 시간보다 자꾸 더 많이 한다.’, ‘끊었을 때 초조해 한다.’ 두 가지에 해당되면 중독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이 경우 시간을 줄이는 것은 의미가 없고, 아예 2주일간 금지하라고 조언합니다. 부모의 일방적인 금지령에 순순히 따를 아이는 드물 텐데요. “나 중독 아니야!”라고 주장하는 아이에게 “2주간 끊어서 증명해 봐.”라고 해 보라고 합니다.

✔그 후 사용 시간 목표를 설정합니다

 총 사용 시간뿐 아니라 시간을 지켰을 때의 보상과 지키지 못했을 때의 벌칙도 정합니다. 이때 일방적으로 통보하기 보다는 함께 상의합니다. 결정된 사항은 모두가 볼 수 있게 벽에 붙여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여가 활동을 늘립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여가 활동을 찾아 주세요. 나쁜 습관은 ‘끊는 것’이 아니라 좋은 습관으로 ‘대체’됩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물어 보고, 어릴 적 좋아하던 것도 제시해 보세요.


게임 안 했다고 자꾸 거짓말을 하는데 어떻게 하죠?

‘알아서 잘하겠지’는 믿음이 아니라 방치입니다. 적어도 초등학교까지는 좋은 습관을 쌓도록 훈육해야 합니다. 부모 관리 앱을 깔아서 아이가 스마트폰 사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주세요. PC에서는 인터넷 방문기록으로 아이가 어떤 사이트에서 얼마나 체류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밤에도 혼자서 방에서 안 자고 게임을 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스마트폰 충전기도 모두 거실에 두고, 온 가족이 잠자기 전에는 거실 폰 보관함에 넣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잠자는 시간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불가하도록 설정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언제든 부모가 볼 수 있다고 일러 주세요. 사용 시간을 어길 경우, 그에 상응하는 기간만큼 사용을 금지합니다.

매일 게임을 30분씩 시켜 주는데, 끌 때마다 징징징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30분이건 3시간이건 매일 일정 시간 게임을 하게 하는 것 보다는 주말, 명절, 시험 끝난 후 등, 비일상적인 상황에 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숙제 다 하면 게임 시켜 준다고 했더니, 게임 빨리 하려고 숙제를 너무 건성으로 해요

게임을 보상으로 활용하지 마세요. 게임과 공부는 분리해야 하며, 공부의 이유와 방법을 지도하면서 공부 자체에서 성취감을 느끼면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지난 칼럼 ‘공부에 손 놓은 아이, 화내지 말고 이렇게’를 참조해 보세요!). 게임은 하나의 놀이이자, 휴식입니다.

· 게임의 종류와 시간, 벌칙을 협의해서 정하세요.

· 알람이나 타이머를 준비해서 스스로 시간을 체크하도록 하세요.

· 게임 시간을 준수했을 때 꼭 칭찬해 주세요.

· 게임 머니는 용돈에서 쓰도록 하고,
집안일을 도와서 게임 머니를 벌도록 하면서 경제 교육도 시켜 주세요.

· 게임은 PC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 화난다고 게임 중간에 컴퓨터 꺼 버리지 마세요. 로망하던 가방 결제 직전에 카드를 뺏는 것과 같습니다.

· 게임 중인 아이에게 웬만하면 말 걸지 마세요. 좋아하는 남자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중에 말을 거는 것과 같습니다.

· 아무 게임이나 다 시켜주지 마세요. 배틀그라운드는 15세, 로블록스는 12세 연령 제한이 있습니다. 그 외 욕설이 난무하는 게임, 현질을 요구하는 게임도 제외입니다.

· “한 판만 더”라는 말에 넘어가지 마세요.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한 판’ 개념이 없고 리그 오브 레전드(롤)는 길면 1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아빠의 교육법》을 쓴 김석 작가는 ‘부모에게 게임은 합법적인 무기’라고 말합니다. 거실공부법을 다룬 한 다큐에서 촬영한 작가의 집 거실에는 특이한 점이 2가지 있었는데요. 하나는 중고생 자녀들의 공부 책상과 PC가 거실에 있다는 것, 또 하나는 벽면 가득히 계약서가 붙어 있는 것이 었습니다. 아이들은 게임을 당당하게, 푹 빠져 합니다. 대신, 스스로 사인한 계약서에 깨알같이 적혀 있는 규칙들을 준수합니다.

 ‘핸드폰 게임 앱 깔면 1주일 컴퓨터 금지’, ‘9월부터 일요일 2시간 게임’. 고등학생 첫째는 전 과목에서 1~2등급을 유지하고 있고, 중3 둘째는 기말고사 전교 2등! 게임을 해도 부모와의 관계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아들들이라니, 어찌나 부럽던지요. 부러워만 할 수 있나요. 독자님 가정에서도 우리 가족에 잘 맞는 문서화된 게임 규칙을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바로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같은 호의 다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