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콘텐츠 산업의 기둥으로 우뚝 서다

웹툰, 콘텐츠 산업의 기둥으로 우뚝 서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내 입맛에 맞는 세로 만화를 즐길 수 있는 웹툰(Webtoon). 최근 이 웹툰이라는 콘텐츠가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화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반대로 웹소설이나 게임 등 고유한 스토리를 가진 원작이 웹툰으로 제작되어 더 많은 사람이 콘텐츠를 즐기고 있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합법 웹툰 시장 규모는 무려 1조 8,290억 원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제 웹툰은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관련된 직업은 많은 아이가 선망하는 직업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화라는 콘텐츠는 긍정적인 이미지만 가지고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나 보는, 글보다는 그림에 치중되어 있다며 격이 낮은, ‘저질’스러운 콘텐츠로 여겨졌죠. 또한, 계속된 비판과 검열, IMF,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새롭게 등장한 놀거리 등으로 우리나라의 만화 시장은 계속 쪼그라들었습니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만화의 새로운 유형, ‘웹툰(Webtoon)’이 등장했지만, 시작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만화와 그 갈래는 국내에서 ‘대중문화’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아는 사람들만 즐기는 ‘서브컬쳐’에 불과했죠. 특히 웹툰은 볼 수 있는 곳이 온라인이라는 것을 빼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더 많은 사람이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향유하기 시작하며, 국내 포털사이트의 양두마차인 다음과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웹툰 서비스를 강화하였습니다. 그렇게 세로로 내리며 읽는 스크롤 형식, 주간 연재, 풀 컬러, 미리 보기 서비스 등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웹툰의 특징이 자리 잡게 되었고, 웹툰이라는 콘텐츠가 가지는 힘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특히 오늘날 인기를 얻고 있는 다른 콘텐츠들과 마찬가지로, 웹툰 역시 성장의 배경으로 스마트폰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에 따르면, 웹툰 소비자 대부분이 전 연령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 웹툰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처럼요. 어디서나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과 세로가 긴 스마트폰의 특징은 곧 웹툰을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고, 편하게 소비할 수 있게 만들었고, 온라인 서비스가 가지는 실시간 소통(댓글이나 평점 등)은 소비자에게 콘텐츠에 더 ‘과몰입’할 수 있는 장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웹툰은 이렇게 점점 더 많은 소비자와 창작자를 사로잡으며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특정 장르나 세대를 공략한 다양한 웹툰 플랫폼이 생기기도 했고, 네이버와 카카오(다음)는 자신들이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 미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죠. 최근에는 아마존이나 애플 등, 세계 빅테크 기업도 웹툰 서비스에 도전한다고 발표하기도 하는 등, 이제는 거대한 콘텐츠 산업이 된 웹툰. 과거 국내의 한 인터넷 만화 업체에서 만든 용어라 알려진 웹툰은 이제 세계가 알고 있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었습니다.

 OTT 독점이었지만, 작년 정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무빙〉, OCN에서 방영되어 시즌 2까지 제작된 〈경이로운 소문〉, 시원한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은 〈모범택시〉, 독특한 소재로 관객을 사로잡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 바로 ‘웹툰’ 원작을 영상으로 가공한 미디어믹스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웹툰은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나아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뮤지컬 등,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는, 이른바 OSMU(One Source Multi Use)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인 웹툰이 이미 많은 독자를 보유한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작화로 인지도가 높은 웹툰이기에, 다른 미디어로 바뀌어도 어느 정도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 이미 캐릭터와 사건, 전개, 배경 등이 잘 짜여있어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더 수월하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다른 미디어를 웹툰으로 미디어믹스하는 경우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우리네 안방을 강타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원작인 드라마 방영과 함께 웹툰이 발행됐고, 웹소설이 원작인 〈재벌집 막내아들〉은 웹툰과 드라마화가 함께 이루어지기도 했죠. 특히 비슷하지만 다른 콘텐츠인 ‘웹소설’이 활발히 웹툰으로 미디어믹스 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더 시장이 큰 웹툰을 통한 높은 수익성은 물론, 앞서 말한 OSMU로 나아가기 용이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이렇게 탄탄한 독자와 창작자, 접근성, 그리고 IP(지식재산권)을 토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웹툰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활발하게 즐기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된 입장에서 아이가 웹툰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 과거 우리의 부모님께서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만화보다는 좀 더 공부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길 바라는 마음, 차라리 나가서 뛰어놀기라도 하면 건강이라도 챙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자극적인 내용인 것 같아 혹시라도 아이한테 잘못된 영향이 가진 않을까 하는 마음···.

 그렇다면 반대로, 어릴 적 우리는 왜 만화를 보았을까요?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보면,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었을 것입니다. 친구나 형제자매가 보길래, 그런데 또 보다 보니 재미있어서, 혼자 있으니 심심해서 등, 아마 알게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취미 중 하나로 만화를 즐겨 보았을 것입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만화

 물론 상황과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나지만, 우리 아이들 역시 웹툰을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재미’일 것입니다. 재미도 있는데 보기도 편하니, 웹툰을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죠. 게다가 이제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한 기둥으로 자리 잡은 만큼 사회적 인식도, 나아가 인지도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니 더욱더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적 코 묻은 돈을 모아 대여점에서 빌려 그 특유의 질감과 재미, 그림체는 물론, 말풍선 속 글자를 하나하나 읽으며 페이지를 넘기며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부모님께 혼나기도 하고, 그래서 몰래 보기도 했던 만화.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는 웹툰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분명 “너무 자극적이야!”, “너는 아직 그런 거 보면 안 돼!”라며 아이들의 웹툰 소비를 너무 부정적인 방향으로, 통제하려고만 하는 부모님도 계실 텐데요. 하지만 과거 우리가 재미있게 만화를 봤던 것처럼, 아이와 함께 웹툰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 보기도 하고, 아이에게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해 주기도 하며 소통과 융합의 도구로 웹툰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도, 우리도, 같은 걸 함께 공유하며 더 재미난 하루를 보낸다면 즐겁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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