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시대, 스토리 전문성이 떠오른다

미디어의 시대, 스토리 전문성이 떠오른다

상상코칭 진학전략연구소
김광훈 수석 연구원

 과거 ‘지상파 방송’을 필두로, TV 방송이 미디어 콘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그 양상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OTT, 유튜브, 틱톡,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가 등장했고, 그에 따라 전통적인 미디어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늘날 미디어 콘텐츠에서는 물론 이전에도 중요했지만, 특히 영향력이 커진 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단순히 오락이나 즐길 거리 보다는 콘텐츠가 가진 서사에 집중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스토리텔링은 전통적인 미디어 콘텐츠에서의 영향보다 더 큰, 더 많은 영향력을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인터스텔라〉를 촬영하기 전, 영화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학에서 우주 천체과학에 관해 대학원생 수준까지 학습하여 영화에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합니다. 화려한 영상미뿐만 아니라, 탄탄한 고증과 스토리까지 챙기기 위해 고생한 것이죠.

 오늘날 우리가 자주 소비하는 콘텐츠, 웹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기 웹툰은 우리 일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탄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웹툰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보다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낸 웹툰이 많아졌습니다.

 이처럼 최근의 미디어 콘텐츠는 하나의 잘 만들어진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다양한 미디어로 재가공되어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영화가 게임으로, 게임이 소설로, 소설이 웹툰으로,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처럼요. 그만큼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고, 이전에 비해 학생들의 관심도 늘어났습니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와 웹툰화가 진행된 산경 작가의 《재벌집 막내아들》

 현재 진학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는 미디어 관련 진로를 설정한, 혹은 설정하고자 하는 학생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관련 직업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난 것은 물론, 아이들의 진학 목표에도 많은 변화가 있음을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미디어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학과도, 아이들은 진지하게 진학을 고민하고 있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웹툰 작가를 꿈꾸는 학생이 있다고 칩시다. 만약 과거였다면 이 학생은 별생각 없이 그림에 대한 조예를 높이기 위해 회화나 시각디자인 등, 미술 관련 학과에 진학했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그림’은 나보다 더 잘 그리는 작가를 구하거나, 혹은 정말 필요할 때 학원에 가서 배워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따라서 보다 더 많은 독자를 내 작품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새롭고 신선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설정하고, 이를 갈고 닦기 위한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학과 나와서 밥은 먹고 살겠냐?’라며, 소위 폐지될 학과를 선정할 때 앞 순위를 다투던 문예창작학과나 철학과, 또는 국어국문학과처럼 인문학적 소양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함께 갖출 수 있는 학과로 말입니다.

 이러한 선택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보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지식수준이 높아지며, 소비자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기준이 단순히 영상미나 그림체 등 미디어의 외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이를 이어주는 스토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무턱대고 모든 미디어 관련 진로를 설정한 학생들이 문예창작학과나 철학과와 같은 학과들에 진학하는 것은 아니며, 추천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보다 더 스토리를 잘 구상하는 사람을 구하면 된다는, 반대의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적성이나 흥미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위와 같은 학과를 고려하고, 진학하고 있을까요?

 우선 독창적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허구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있어 이론이나 지적 배경을 갖추려는 노력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또한 일상의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일에 관심을 갖고, 상상력을 넣어서 확장하는 것에 흥미가 많은 학생이어야 하며, 평소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런 자신의 스토리를 표현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예술적 표현을 구성하는 능력도 필요하죠.

 만약 내가, 우리 아이가 위와 같은 흥미와 적성을 가지고 있고, 관련된 꿈을 가지고 있다면 고등학생 때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고전과 윤리, 미술감상비평, 고전읽기, 문학과 매체, 미디어 콘텐츠 관련 과목 등을 추가로 이수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다른 과목은 전혀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고등과정에서 배우는 모든 학습은 직접적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할지라도, 학생이 학습교과의 내용과 자신의 진로를 어떻게 연결 지어 생각하고 접근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직접적 연계가 되는 과목이라고 하더라도, 학생의 수업 시간 활동이 그저 수업 내용에 대한 탐구나 이해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진로와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는 과목이지만, 학생이 어떤 활동을 어떻게 했는가에 따라서는 해당 과목이 중요한 연계성 또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수학에서 자신의 진로와 연결 지어 수학적 이론을 탐색 또는 활용하는 수행평가를 해야 하는 경우, 수학은 문예창작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대부분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이 셜록 홈스를 읽으면서 수학적 통계 계산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거나, 수학의 함수식을 활용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파악해 나가는 내용으로 수학적 이론과 함께 스토리를 만든다면 충분히 자신의 진로와 연계성이 있는 활동이 될 것입니다.

미디어의 시대, 스토리 전문성이 떠오른다
연관이 없어 보여도, 선택과목은
무궁무진한 연계가 가능하다

 영어 수행평가에서 자신의 진로와 연관성이 있는 기사를 분석하고 자신의 향후 직업적 또는 학습적 방향에 대한 것을 기술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칩시다. 이때 최근 자신이 관심이 있어 하는 미디어 영역의 시장이나 산업에 대해 연결 짓는다면 훌륭한 연계성을 갖춘 수행평가를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웹툰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의 웹툰이 최근 해외에도 진출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게다가 OTT나 드라마 등으로 영상화되고, 수출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한다면 영어는 그저 읽고 해석하는 학문이 아닌, 자신의 진로를 세계화하는 데 있어 하나의 중요한 과목이 되는 것은 물론, 자신이 가진 진로에 관한 관심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체육 수행평가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운동에 대한 분석이 주제로 주어진다면, 이 또한 자신의 진로와 충분한 연계성을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인체에 대한 구조 또는 운동역학 등에 대해 탐구하면서 신체를 단련하고, 변화를 통해 더 나은 꿈을 꾸고 도전하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활동이 될 것입니다.

 많은 학생이 진로에 맞춰 학과와 대학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꼭 해당 학과에 진학해야만 해당 직업을 가질 수 있거나, 해당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속담에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있죠. 학생들이 지금 내가 학습하는 과목 또는 활동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활동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관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더라도, 해당 과목의 활동을 자신의 진로와 어떻게 연결을 지을지 고민하고, 교과 내용과 관련이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거나 다른 과목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이론적 탐색 또는 탐구 활동을 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컨설팅하던 학생 중, 패션 잡지사의 에디터, 나아가 편집장의 꿈을 가지고 있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어떤 학과를 진학해야 할까요? 보통 당연히 패션디자인 학과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자신이 활동하고 싶은 영역이 유럽이었기 때문에 패션에 관한 지식도 필요하지만, 우선 유럽의 언어와 문화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독어독문과로 진학하였습니다.

 그 학생의 활동에는 독일과 연관성도 있지만, 핵심은 패션이었습니다. 최근 패션의 트렌드와 그에 관한 유럽인들의 성향 및 반응, 우리와의 문화적 차이 등에 관한 탐구 활동을 전 과목에 걸쳐 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다시 웹툰을 예로 들어, 학생이 웹툰 작가를 꿈꾼다고 해서 꼭 특정 학과를 가는 것이 아니라, 공상과학적 웹툰을 만들고 싶다면 이공계열의 학과를 진학하거나 음악 관련 웹툰을 만들고 싶다면 음악 관련 학과를 진학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대입의 흐름은 점차 학과 중심에서 학생이 하고 싶은 진로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생각했을 때, 특정 직업이 특정 학과를 가야만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학과가 관련성이 떨어지더라도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위한 활동을 해당 과목 또는 교내활동에서 어떻게 연결 지어 탐구하고 학습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자녀의 진로·진학에 대해, 조금은 시각을 넓히는 사고를 하기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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