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게임을 하고 있다

 Game과 우리 말로 ‘~화’라는 뜻을 가진 fication이 합쳐진 게이미피케이션, 그러니까 ‘게임화’는 2010년대에 들어서며 마케팅 영역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말 그대로 ‘게임처럼 만들다’라는 뜻이고,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게임의 요소를 활용해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즉, 고객이 좀더 우리의 서비스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오늘 하루 내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책도 열심히 읽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오늘 나의 실력은 얼마나 늘었을까요? 아니, 정말 늘긴 했을까요? 나중에 시험이라도 따로 치르지 않는 이상, 지금 당장은 내 실력이, 경험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기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반면, 게임에서는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에 대한 성취도라고 볼 수 있는 ‘레벨(Level)’이나, 지금까지 내가 쌓아 온 능력을 가시화한 ‘스탯(Stat)’을 볼 수 있거든요. 게다가 두루뭉술하지 않고 명확한 ‘목표’도 제공되고,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도전 과제를 달성하면 명예로운 ‘배지(Badge)’를 얻을 수도 있죠. 어디 그뿐인가요?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동기부여를 주는, 커다란 ‘보상’도 바로바로 제공됩니다.

우리는 이미 게임을 하고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가시화된 나의 상태를 보며 유저들은 보다 높은 레벨, 보다 높은 스탯, 난이도가 높은 배지, 좋은 보상 등을 얻기 위해 더욱더 동기부여 받고, 몰입하게 됩니다. 여기에 유저의 랭킹을 매기는 ‘리더보드’처럼 경쟁 요소까지 들어가게 된다면 더 깊은 몰입을 할 수 있겠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매너 온도’라는 특별한 레벨 시스템이 있습니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를 믿고 긍정적인 거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인데요. 매너 온도는 이른바 ‘따뜻한 거래’를 많이 할수록 올라가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를 마칠 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이는 곧 궁극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거래 문화를 만드는 데 힘씁니다.

당근마켓의 매너 온도
출처: 당근마켓 고객센터

 이처럼 당근마켓은 게임화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중고거래가 가지는 서로 간의 불신은 완화하고,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중고거래에, 나아가 당근마켓이라는 플랫폼이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했죠.

우리는 이미 게임을 하고 있다
출처: T맵 홈페이지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네비게이션 앱, T맵도 이와 비슷합니다. 주 사용자인 운전자에게 단순히 길 안내나 주차장과 같은 교통 관련 서비스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사용자의 운행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화 한 ‘운전점수(안전운전 점수)’를 제공합니다. 이 운전점수는 실제로 내가 운전한 과정의 결과이자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가 있고, 심지어 다른 운전자와 내 점수를 비교할 수 있는 경쟁요소도 들어가 있습니다. 게다가 운전점수는 보험 가입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어, 운전자들은 서로 점수를 올리는 팁을 공유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안전운전에 동참하며 앱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만보기를 채우면 포인트를 주고, 타인과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토스나 구매할 때마다 적립되는 ‘별’을 통해 등급을 올리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스타벅스 등, 많은 서비스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 게임 요소를 통해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게임화는 분명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만, 지나친 경쟁을 유도하거나 제공하고자 하는 본래 서비스와 동떨어진 게임화는 오히려 사용자에게 불편과 피로감만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게임을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 ‘재미’와 ‘흥미’가 없다면, 아무리 게임화가 잘 진행됐다고 해도 사용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재미만 추구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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