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고,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를 지나 보름달이 차오르는 음력 8월 15일, 우리나라에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추석은 봄, 여름 동안 힘들었던 한 해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되기 전 차례와 성묘 등으로 조상님께 감사를 드리고, 좋은 날씨를 만끽하며 함께 놀고, 즐기는 날인데요.
이처럼 열심히 키운 곡식을 수확하는 가을은 오랜 시간 인류의 근간을 이룬 농업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매년 추수할 시기가 되면 풍년을 기원하고, 무사히 추수할 수 있음을 감사하는 등의 기념일이나 축제를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죠. 우리와는 조금 다른 세계의 추수 기념일, 혹은 축제를 함께 알아 봅시다!
미국, 캐나다
추수감사절
추수와 관련된 기념일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북아메리카 지역의 가장 큰 명절, ‘추수감사절’입니다. 영어로는 ‘Thanksgiving Day’라고도 불리며, 신께 추수를 할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리는 날이죠. 오늘날 미국은 11월 네 번째 주 목요일을, 겨울이 더 빨리 오는 캐나다는 10월의 두 번째 월요일을 지정해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은 16세기 청교도인들이 신대륙인 아메리리카에 도착한 뒤, 첫 수확을 기념한 것이 유래라고 합니다. 이때 사냥한 칠면조 고기와 호박파이를 먹었다고 하는데, 이 음식은 오늘날까지도 추수감사절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남아 있죠. 이날에는 온 가족이 모여 기도를 드리고 함께 음식을 먹고, 스포츠 이벤트, 퍼레이드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독일
에른테당크페스트
독일에서는 곡식을 수확하는 시기에 ‘에른테당크페스트(Erntedankfest)’라 불리는 축제가 열립니다. 단어를 붙여 새 단어를 만드는 독일어를 직역하면 수확(Ernted)/감사(Dank)/축제(Fest)로, 추석보다는 추수감사절의 의미가 강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공식적으로는 10월의 첫 번째 일요일이지만, 지역에 따라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열리는 에른테당크페스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명절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데, 기독교 및 지역 사회의 행사라고 여겨져 예배와 함께 지역 주민들이 모두 함께하는 축제의 분위기라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가족과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브라질
페스타 주니나
무더운 여름을 알리는 6월, 남반구에 있는 브라질에서는 가을의 끝자락이자, 겨울을 준비하는 달입니다. 이때 진행되는 페스타 주니나(Festas Junina), 이른바 ‘6월 축제’는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가톨릭 성인들의 축일과 함께 수확을 기념하는 브라질 전통문화가 합쳐져 발전한 축제로,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카니발’에 이은, 두 번째로 큰 축제라고 합니다.
우리가 추석에 한복을 입는 것처럼, 페스타 주니나에도 전통 의상을 입는데요. 바로, 브라질 시골 농부의 의상입니다. 남성은 체크 셔츠와 청바지, 여성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땋은 머리를 하고 밀짚모자를 쓰면 완성인데, 조금 촌스러워 보이는 게 매력이라고 합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음식으로는 수확기에 딱 맞는 다양한 옥수수 음식, 춤으로는 쿠아드릴랴(Quadrilha)라 불리는, 네 명의 남녀가 함께 추는 춤이 인기라고 합니다.
필리핀
파히야스 축제
필리핀의 가장 큰 추수 기념 축제, 파히야스 축제(Pahiyas Festival)은 매년 5월 15일, 필리핀 루손섬의 케손 주, 루치반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축제의 기원은 농부들의 수호성인인 ‘성 이시드로’의 축일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수확물을 교회에 가져와 축복을 받는 간단한 형태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크고, 화려해졌다고 합니다.
파히야스의 어원은 ‘장식’을 의미하는 타갈로그어(필리핀 공용어)에서 기원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름처럼 축제가 열릴 때가 되면 주민들은 찹쌀로 만든 ‘키핑’이나 과일, 꽃 등으로 집을 화려하게 꾸미고, 성대한 퍼레이드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행사가 끝날 때쯤엔 어느 집이 가장 화려하게 꾸몄는지 심사도 하고, 시상도 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