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6일, 영국에서는 1953년 대관식을 치른 엘리자베스 2세 이후, 무려 70년 만에 새로운 국왕의 대관식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영국의 국왕은 강력한 상징성은 갖추고 있지만, 역사 속 군주처럼 국가의 모든 권한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도 유명한, 헌법 내에서 군주권이 인정되는 ‘입헌군주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남아 있는데요. 과연 어떤 나라가 있는지, 함께 만나 보시죠!

네덜란드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오라녀나사우 왕가’의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이 재임하고 있는 입헌군주제 국가입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상원과 하원으로 나뉜 의원내각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라녀나사우 왕가는 1581년 네덜란드 공화국 수립 이후, 총독의 자리를 세습하며 실질적인 국왕의 역할을 했는데요. 이후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을 수습하기 위해 열린 빈 회의(1814~1815) 결과로 빌럼 1세가 네덜란드 연합왕국 국왕으로 즉위하여 공식적인 네덜란드의 왕가가 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군주제 국가와 달리, 선대 국왕이 살아있을 때 후대 국왕에게 자리를 양위하는 전통이 있는데요. 현 국왕인 빌럼알렉산더르 역시 2013년 어머니인 선대 여왕에게 자리를 양위 받았으며, 네덜란드 왕가에서 무려 123년 만에 즉위한 남성 군주가 되었습니다.

부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도 알려져 있는 부탄은 1907년 우겐 왕축으로부터 이어지는 ‘왕축 왕조’가 군주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국왕이 모든 권력을 가진 전제군주제에서 오늘날 입헌군주제로의 변화를 국왕이 직접 나서서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정치를 펼치던 왕조인 만큼, 기존 전제군주제에서도 왕조에 대한 부탄국민들의 지지가 상당했는데요. 4대 국왕인 지그메 싱계 왕축은 훗날 폭군이 등장할 경우, 국민의 행복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입헌군주제로의 변경을 추진하며 민주화를 표명했지만, 오히려 의회는 물론,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들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에 이르기까지, 2대에 걸친 노력으로 2008년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이때 몇 가지 법률이 함께 제정되었는데, 국민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즉위 가능, 폭정을 일삼으면 국민 3분의 2가 동의할 때 폐위 가능, 왕이 65세가 되면 은퇴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말레이반도와 보르네오섬으로 이루어진 말레이시아는 입헌군주제이자 의원내각제,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다른 입헌군주제 국가와 엇비슷하지만, 말레이시아의 국왕은 세습이 아닌, ‘선출’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의 영토에는 본래 여러 소왕국이 지역을 다스리고 있었는데요. 영국의 식민 지배를 거치며 연방제를 도입했고, 이후 완전한 독립과 함께 각 주의 지도자, 술탄이 모여 나라를 이끌 왕을 선출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말레이시아의 국왕은 ‘양 디페르투안 아공’이라는 직책과 5년의 임기를 가진 자리가 되었는데요. 실질적으론 9개 주의 술탄이 돌아가며 국왕의 자리에 오르고 있습니다.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중임은 가능해 크다 주의 술탄이었던 압둘 할림은 순번에 따라 국왕을 두 번 역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