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도파민의 시대

바야흐로 도파민의 시대

 “아, 요즘 도파민이 부족해!”

 2020년대에 이르러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젊은 세대의 일상생활에 확실히 자리 잡은 용어, 도파민(Dopamine).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많은 사람이 도파민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도파민에 너무 절여 있다며 ‘도파민 중독’의 위험을 알리고, 이를 멀리하는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아니,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호르몬이라는데, 왜 그러는 걸까요?

 의학에서 도파민은 뇌의 신경 세포(뉴런)에서 생성되어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뉴런에서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며 우리 몸의 다양한 기능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도파민의 시대

 뇌에 도파민이 부족할 때는 아래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 파킨슨병 – 도파민 부족으로 인한 운동 조절 문제
 - 우울증 – 보상 시스템 기능 저하로 인한 심리 문제
 -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DHD) – 도파민 부족으로 인한 주의력, 집중력 조절 문제

 뇌에는 우리가 도파민을 통해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계속해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보상 회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려워 보이지만, 쉽게 말하면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고, 퍼져 나가는 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바야흐로 도파민의 시대

 밥을 먹을 때, 사고 싶었던 무언가를 살 때, 친구들과 대화할 때, 흥미로운 것을 보거나 경험할 때, 매력적인 상대를 만날 때 등, 도파민은 보통 우리가 즐거움을 느낄 상황에서 분비되어 우리에게 지금 느끼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도록 동기부여합니다. 즉, 도파민은 아무리 고되고 지친 상황에도 훗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만족감, 기쁨 등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아주 유용한 물질인 것이죠!

 여기서 잠깐, 중독과 도파민의 관계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특정한 행동을 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면, 우리의 뇌는 이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게끔 합니다. 그래야 또 행복함을, 즐거움을, 쾌락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특히 적은 노력으로 큰 쾌락을 얻게 될 때 훨씬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고, 우리의 뇌는 그 행동을 반복하게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죠. 똑같은 행동으로 똑같은 쾌락을 얻다 보면 우리는 그 쾌락의 양에 적응하게 되고, 같은 행동에 따른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거나, 도파민 수용체가 줄어들게 됩니다. 뇌가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죠.

 하지만, 예전의 쾌락을 기억하고, 이를 다시 느끼기 위해선 더 많은, 더 큰 행동이 필요해지고 결국 중독에 이르게 됩니다. ‘도파민 때문에 중독된다’기 보다는, 도파민이 분비되는 ‘행동’에 중독되는 것이죠.

 그럼 이제 우리 주변을 한 번 살펴볼까요?

바야흐로 도파민의 시대
세상엔 재미난 게 너무 많다!

 미디어에서는 예쁘고 멋진, 혹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장면을 ‘도파민 폭발’이라 부르며 소개합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알고리즘은 매번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콘텐츠를 계속 제시해 주죠. 숏폼처럼 짧고 확실하게 재밌는 콘텐츠를 휙휙 넘겨가며 여러 번 보면 독서처럼 호흡이 긴 콘텐츠보다 더 큰 재미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으면 또 얼마나 기쁜지요. 풍요로운 자원 덕분에 원하는 물건이나 음식을 마음만 먹으면 구매할 수 있고, SNS에서는 나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흘러넘칠 뿐만 아니라, 내가 올린 콘텐츠에 사람들이 ‘좋아요’나 ‘하트’ 등을 통해 반응도 해 줍니다.

 그야말로 나의 도파민을 팡팡 터지게 만드는 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중요한 건, 이와 같은 도파민을 자극하는 즐길 거리가 단순히 많은 것뿐만 아니라, 너무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손가락으로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무한에 가까운 도파민을 느낄 수 있죠.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즐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하게 되고,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자극적인 것만 찾느라 내가 해야 할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사실, 우리 몸에서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도파민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우리가 사냥, 채집을 통해 음식을 구하고, 휴식을 취하고, 종족을 번식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물질이거든요. 오히려 부족할 경우 우리 몸에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적절한 도파민 분비는 우리가 보다 더 일이나 공부 등 목표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분명 도파민이 필요합니다. 인스턴트 음식처럼 쉽고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보상만 쥐여 주는 나쁜 도파민이 아니라, 올바른 목표가 노력으로,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며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 만족감에서 얻는 ‘건강한 도파민’이요.

 물론 이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나쁜 도파민을 채우는 근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을 멀리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 일상생활이 너무나도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작정 멀리하기보다는 하루의 사용 시간을 설정하고, 이를 계속해서 의식하며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조절해 번 시간을 운동이나 독서, 명상 등 더 건강한 활동에 투자하며 나 자신에게 새로운 자극을 만끽하며 건강한 도파민을 즐겨 봅시다.

같은 호의 다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