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무언가에 푹 빠진 사람을 ‘덕후’라고 부르며, 그런 행동을 ‘덕질’이라고 부릅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하나 둘 떠오르는 것처럼, 덕질에 빠지는 것도 거부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대상은 영화나 만화, 소설과 같은 콘텐츠일 수도 있고, 어떠한 문화나 행동처럼 다양합니다. 혹은, 사람일 수도 있죠! 이를테면 우리 아이들이 푹 빠져 버린 ‘아이돌(Idol)’처럼요!
‘덕통사고’는
불현듯 찾아 온다
정말 많은 미디어가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오늘날, 아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사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있습니다. 특히 대중의 관심 속에 자라는 아이돌은 개인 혹은 소속사 차원에서 다양한 미디어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있죠.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아이돌이 생기고, 그 아이돌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게 되고, 결국 아이돌의 덕후로서 첫 발을 내딛는 이른바 ‘입덕’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아이들마다 차이가 생기는데요. 정말 교통사고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와 대상에 빠지게 되는 ‘덕통사고’를 겪는 아이들도 있고, 애써 부정하며 ‘내가 그럴 리 없어!’라고 외치며 대상을 일부러 멀리 하지만, 나도 모르게 찾아보고 있는 ‘입덕부정기’를 겪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것은, 어쨌든 한 번 쿵, 하고 치인 마음에는 오랫동안 그 후유증이 남는다는 것이죠
근데,
왜 덕질하는 걸까?
아이돌에게 입덕하고, 푸욱 빠지게 되는 계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외적인 요소, ‘비주얼’일 것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처럼, 일단 직관적으로 보이는 외모와 퍼포먼스(춤, 스타일 등)이 나의 취향을 저격할 때 마음 속에서 조그맣게 관심이 생겨나고, 계속해서 살펴보다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돌은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가수, 연예인’을 뜻하는 단어지만, 본래는 ‘우상(偶像)’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한창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청소년기, 크고 작은 역경을 딛고 마침내 반짝이는 아이돌은 우리 아이들에게 존경하는, 닮고 싶은 우상으로 다가옵니다. 그들이 지닌 서사에 매료된 아이들은 ‘나도 그들처럼 지금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거야’라는 긍정적인 힘을 주고, 나의 우상이 지닌 행동이나 가치관을 모방하며 ‘나’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특히 요즘의 아이돌은 과거 ‘신비주의’라 불리며 미디어의 노출을 자제했던 과거와 달리,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또한, SNS나 위버스, 버블과 같은 팬 플랫폼을 활용해 아이돌과 팬이 소통할 수 있는 채널도 늘어났죠. 덕분에 멀리 떨어져 있는 별처럼 느껴졌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아이돌과 팬이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보다 더 쉽게 아이들이 아이돌에게 관심을 가지게 하고, 보다 더 깊이 빠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데요.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아이돌을 좋아하는 ‘유사연애’ 감정을 넘어, 자신과 아이돌을 ‘동일시’하게 됩니다. 자신의 강점이나 경험을 아이돌이 지닌 스토리와 연결 짓고, 자신도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자신과 동일시하는 아이돌이 건네는 따뜻한 말이나 음악에서 아이들은 용기나 희망과 같은 심리적 위안을 얻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평론이나 대중 등에게 ‘인정’받을 때, 그들의 팬인 나도 인정을 받는 것 같은,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고, 정서적인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내 새끼’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함께 성장 중!
단순히 앨범이나 굿즈를 사고, 콘서트나 팬미팅을 가고, SNS나 팬 플랫폼을 사용해 소통하는 것이 덕질의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가 다양한 이해 관계 속에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안정적인 소속감을 얻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덕질이라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팬덤’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이곳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팬덤이 특별한 이유는 아이돌과 팬 사이의 특별한 유대감으로 모여 있다는 점입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아이돌의 콘텐츠 속에서 재밌거나 멋진 장면을 ‘짤방’으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하고, 나아가 이를 클립 영상으로 편집해 재가공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팬아트나 팬픽션 등 다양한 창의적 활동을 통해 성취감이나 만족감 따위의 긍정적인 감정을 얻기도 하죠. 또한, 내 아이돌의 선행에 함께 참여하는 기부 챌린지나, 생일이나 기념일 등을 맞아 진행되는 봉사활동, 응원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이 동일시하는 아이돌과 함께 성장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이렇게 건강한 ‘덕질’은 우리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지지와 안정을 제공하고, 다양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취미 생활이 될 수 있지만, 너무 과할 때는 부모님들이 충분히 걱정할 만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아이돌에게 너무 몰입한 나머지, ‘현실’과 너무 멀어진다거나, 한 푼 두 푼 하는 게 아닌 앨범이나 굿즈를 사 모으겠다며 충동적인 소비를 하는 것처럼요. 이외에도 좀 더 과할 경우, 비뚤어진 마음으로 아이돌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려 하는 ‘사생’이나, ‘내 새끼를 지키가 위한’ 명분 아래에서 다른 아이돌, 혹은 팬덤과 같은 타인을 향한 악플, 루머 양성과 같은 사이버 불링 등이 있죠.

일부 조금 극단적인 예시를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니랍니다. 꽤 빈번히 발생하는, 어두운 이야기거든요. 따라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덕질을 위해, 부모님들의 관심과 올바른 지도가 꼭 필요합니다.
“걔네는 네가 있는지도 몰라!”, “걔들이 네 밥 먹여주냐?”와 같이 순수한 덕후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말 대신, 열린 마음으로 아이와 대화해 보세요. 우리가 무언가에 푹 빠졌을 때를 떠올리며, 우리 아이가 푹 빠진 아이돌이 누군지, 멤버가 몇 명인지, 대표곡은 어떤 게 있는지를 넌지시 물어 보세요. 처음엔 ‘부모님이 왜 그러지?’와 같은 눈빛을 보낼지라도, 점점 신나서 먼저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키덜트’라는 단어나 가수 임영웅 씨의 팬덤, ‘영웅시대’처럼, 덕질은 비단 아이들만의 것은 아닙니다. 한 가지 중요한 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는 건강함과 열정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덕행덕, ‘어차피 덕질할 것이라면, 행복하게 덕질하자!’라는, 덕후들을 위한 오랜 격언처럼, 세상 속 다양한 것을 덕질하는 모두가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