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기후가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에는 지난 3년간 계속된 ‘라니냐(la Niña)’가 끝나고, ‘엘니뇨(el Niño)’가 찾아오며 더욱 극단적인 이상기후를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마치 기후 변화의 원인이자 인위적인 기후 현상처럼 느껴지는 엘니뇨와 라니냐는 사실 지구가 공전하고 자전하는 것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현상’인데요. 그렇다면 왜 이러한 자연 현상이 일어나고, 왜 기후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해수면 온도에 따른 변화
스페인어로 소년이라는 뜻을 가진 엘니뇨와 소녀라는 뜻을 가진 라니냐는 지구에서 가장 넓은 바다인 태평양, 그중에서도 적도 부근에서 발생합니다. 적도는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르는 선이고, 그 부근에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불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무역풍은 태평양의 따뜻한 바다 표층수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기고, 그 빈자리를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심층수가 상승해 채우는 ‘용승’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서태평양(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부근)이 동태평양(에콰도르, 페루 부근)에 비해 해수면 온도가 높은 편이고, 강수량도 많죠.
그런데 여기서 무역풍이 약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서쪽으로 흐르는 바람이 약해지기 때문에 따뜻한 바다의 표층수가 서쪽으로 잘 이동하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용승 현상도 줄어들게 됩니다. 때문에 동태평양의 온도가 따뜻해지고, 서태평양에 형성되어야 할 저기압 전선이 태평양 중심 쪽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이렇게 평균 해수면 온도가 0.5도 상승한 채 유지되는 경우를 엘니뇨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라니냐는 평균 해수면 온도가 0.5도 낮아진 채 유지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무역풍이 강해져 따뜻한 표층수가 서쪽으로 활발하게 모이고, 따라서 용승 현상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낮아진 채 유지될 때 나타납니다.
해수면 온도에 따른 변화
보통 봄~여름에 형성되어 겨울에 전성기를 맞이하는 엘니뇨와 라니냐는 지구의 기류와 해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렇게 일부 지역의 기후변화가 멀리 떨어진 지역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격상관’이라고 부릅니다.
엘니뇨가 시작되면?
말했듯 서태평양에 형성되어야 할 저기압 전선이 따뜻한 중, 동태평양 쪽으로 옮겨 가게 되고, 따라서 해당 지역에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그로 인해 서태평양 지역은 건조해져 가뭄이나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엘니뇨가 발달할 때 평균적으로 여름철 남부지방의 강수량이 늘고, 겨울에도 늘어난 강수량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라니냐가 시작되면?
라니냐가 발생할 경우, 엘니뇨와는 반대로 서태평양 지역에는 강한 폭우가, 동태평양 지역에는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우리나라는 낮은 강수량과 함께 겨울철 한파를 맞이하는 경향이 나타나죠.
이렇게 엘니뇨와 라니냐로 인한 기후변화는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농작물에 큰 영향을 미쳐 농작물 가격 상승에 의한 물가상승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iton)을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농업이 주요 산업인 개발도상국의 경우, 더욱더 큰 피해를 받을 수 있죠. 뿐만 아니라, 구리나 니켈 등 현대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채굴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자연재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불러오는 등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보통 엘니뇨는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라니냐는 낮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라니냐가 지속되었음에도 지구의 온도는 계속해서 높아졌습니다. 일부 학자들이 올해에는 평균 해수면 온도가 1.5도 이상 더 높은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기후 변화에 관한 관심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