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도 스마트폰과 인터넷,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우리 자녀들, 자기들끼리 처음 들어보는 말이나 사진 등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것들로 대화를 하는데, 그게 또 서로 잘 통하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처음 듣는 노래나 춤을 따라하고, 촬영해 공유하기도 하죠. 이처럼 특정한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밈(Meme)’이라고 부릅니다.
문화의 유전자, 밈
본래 밈은 1972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입니다. 그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자신의 생물학적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 세대와 세대 간에 전달되는 ‘문화의 유전자’를 밈(Mem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의미를 가진 밈에서 오늘날, 그러니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조금 다른 의미로 바뀌고,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나 춤, 유행어, 이미지나 그림을 모두 포함하는, 온라인 환경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는 문화 현상을 말하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숏폼 플랫폼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 챌린지’나,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캡쳐하거나 대사를 인용해 다른 캐릭터를 사용해 패러디 한 콘텐츠, 노래의 일부분을 따서 어울리는 영상과 함께 편집한 콘텐츠, 혹은 재밌는 유행어나 이미지 등 정말 많은 콘텐츠가 밈이라 불리며 소비되고 있습니다.
‘재미’에서 태어나는 밈
어떤 콘텐츠가 밈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흥미’와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범람하는 콘텐츠의 시대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흥미 요소가 없다면 금방 사라져버리고 말죠. 그리고 이 재미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누구나 쉽게 ‘모방’할 수 있고, 또는 ‘변형’할 수 있어야 하며, 쉽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밈은 해당 밈이 만들어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발히 사용되며,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소속감을 제공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커뮤니티는 이 밈이 가진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예로 들면, “깐부는 네 거 내 거가 없는 거야.”라는 대사가 밈으로 활용될 때 오징어 게임을 본 시청자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었지만, 보지 않은 사람들은 ‘깐부가 무슨 뜻이야?’ 하며 의미를 이해할 수 없던 것 처럼요.
이렇게 특정 커뮤니티 내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던 밈은 점차 다른 커뮤니티로 퍼져나가게 되는데, 그 이유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해당 밈이 특정 상황에서 너무나도 쓰기 좋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재밌고, 변형이 쉬워서일 수도 있죠. 아니면 원본 콘텐츠가 너무나도 유명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오징어 게임 밈은 밈의 배경인 드라마 자체의 파급력이 높아지며 드라마를 보지 않은 커뮤니티로도 퍼져나가게 되었죠.
밈이 다양한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면 나갈수록, 본래 해당 밈이 가지고 있던 의미가 왜곡되어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본래 긍정적인 의미가 부정적인 의미로 변하기도 하고, 혐오, 조롱의 의미가 희석된 채 사용되기도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며 ‘대중성’은 높아지지만, 밈이 제공하던 소속감 등의 ‘특별함’은 줄어들게 되며, 그렇게 점점 트렌드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밈이 방송이나 정치계에서 사용된다면, 그 밈은 끝난 것이다.”라는 말도 있죠. 물론, 많은 밈이 출처나 유래가 불분명하고, 사용 방식이 예측 불가능해 방송 등에 무리 없이 사용되기 위해선 이미 트렌드에서 벗어났지만, 보다 ‘안전한’ 밈이 사용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밈은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커뮤니티가 다른 사람들 간의 소통에 단절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적재적소에서 활용한다면 같은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제공해 서로의 관심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다른 부모와 자녀 사이, 분명 밈은 특별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저녁, 아래에 나온 요즘 젊은 세대가 즐겨 쓰는 밈에 대해 자녀와 함께 알아보며 특별한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분명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몰?루
‘몰?루’는 모바일 게임 ‘블루아카이브’의 2차 창작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밈으로, ‘모른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예시 엄마, 이거 어떻게 해? / 몰?루
아오, OO시치!
축구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밈으로,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거나, 비판이나 꾸짖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시 아, 볼펜이 안 나와서 필기를 할 수가 없네! / 아오, 볼펜시치!
폼 미쳤다
스포츠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밈으로, 무언가를 엄청나게 잘했을 때나 무언가를 엄청나게 못 했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자녀에게) 우리 OO이, 폼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