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AI와 함께 다양한 기능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으며 편리함이 커진 만큼 불안도 커졌습니다. 기술과 경제는 빠르게 성장한다는데, 정작 우리의 일상은 그 속도에 맞춰 움직이기 어렵고,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더 복잡해지는 느낌입니다. 모두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변화가 너무 많아 오히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더 모호해진 시기죠.
그래서 준비한 이번 호의 핫이슈는, 매년 우리 사회의 키워드를 제시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을 통해 2026년 붉은 말의 해를 관통할 키워드 ‘HORSE POWER’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HORSE POWER, 말의 고삐를 단단히 쥐자!
H – Human in the loop(휴먼 인 더 루프), AI의 빈틈을 메우는 인간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답을 내놓는 AI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적합한지, 윤리적으로 옳은지를 판단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더 자동화될수록 기준과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간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가 처리한 자료 속에서 숨은 가치를 발견, 해석해 최종 가치 판단을 내리는, AI의 능력과 인간 고유의 창의성이 결합된 인재상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O – Oh, my feelings!(필코노미): ‘기분’을 사고파는 경제
소비의 기준이 가격, 기능, 효율 등의 이성적인 기준에서 ‘감정(Feel)’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기분에 맞춰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바(Bar)나, 마음 상태에 따라 차를 처방해 주는 찻집, ‘느좋(느낌 좋다)’이라는 신조어처럼, 나의 감정을 만족시키는 경험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만 정상으로 여기고, ‘부정적인 감정’은 제거 대상으로 보는 ‘감정의 표준화’를 조심해야 합니다.
R: Results on Demand (제로 클릭): 선택은 어디로 갔을까?
검색하고, 여러 탭을 열어 비교하는 ‘클릭’ 과정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AI가 내 취향을 파악해 알아서 상품을 추천하고, 질문 한 번이면 답을 내놓는 ‘제로 클릭’ 세상이죠. 실제로 국내 사용자의 80%가 검색 결과 링크를 누르지 않고 AI 답변만 읽는다고 하는데요. 물론 편리함은 큰 장점이지만, 반대로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 거쳤던 수많은 과정과 그 속에 있던 사고력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S: Strategy of Readiness (Ready-Core): 나는 준비되어 있을까?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 ‘준비(Ready)’가 삶의 ‘핵심(Core)’이 되었습니다. 한국이 전 세계 노션(Notion) 사용자 수 2위를 기록할 만큼, 젊은 세대는 인생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위기에 대비합니다. 이는 불안한 미래 속에서 삶의 주도권을 쥐려는 생존 전략일 수도 있고, 실패를 손가락질하는 분위기가 만든 현상일지도 모르죠. ‘철저한 계획 사이의 의도적인 빈 공간’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E: Efficient Organizations through AI (AX 조직): 유연하게 진화하다
AI 시대, 조직은 완벽함보다 유연성을 원합니다. 부서 간 벽을 허물고 다양한 직군이 섞여 일하거나, 직급을 없애고 수평적으로 일하는 ‘울트라 플랫’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재상 역시 한 분야의 전문성(I) 위에 AI 활용 능력(一)을 더한 ‘파이(π)형 인재’가 각광받을 것입니다.
P: Pixelated Life (픽셀 라이프): 나노 단위로 조각난 시간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Pixel)처럼, 우리의 삶도 잘게 쪼개집니다. 이걸 한마디로 표현하면 조금씩, 자주, 다양하게 삶을 즐기는 것인데요. 거창한 목표보다 ‘작고 다양한 시도’를 반복하며 취향을 찾아가는 트렌드입니다.
O: Open Pricing (프라이스 디코딩): 가격표 너머를 보다
오늘날 소비자는 가격표를 그대로 믿지 않고 해독(Decoding)합니다. 5천 원짜리 커피를 마실 때도 원두 값, 브랜드 가치 등을 따져 보고 납득이 될 때만 지갑을 엽니다. 사람들은 이제 상품의 가치와 브랜드의 가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W: Wellness Intelligence (건강지능 HQ): 내 몸을 데이터로 읽다
건강은 이제 습관을 넘어, ‘지능’의 역량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등을 활용해 수면, 스트레스, 정신건강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것이 이제는 특별한 것이 아닌데요. 이처럼 요즘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건강에 관한 데이터를 모아 자기에게 맞는 루틴을 만들어 가는, 스스로가 스스로의 삶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E: Expanding Family (1.5가구):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
완벽한 1인 가구는 외롭고, 전통적인 가족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1.5가구’가 뜨고 있습니다. 독립해 살지만 주말엔 본가에서 지내거나, 셰어하우스에서 느슨하게 연대하며 사는 방식인데요. 적당한 거리에서 다정함을 추구하는, 고립되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자유를 존중받는 형태입니다.
R: Returning to Fundamentals (근본이즘): 결국, 진짜가 이긴다
AI가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세상, 사람들은 오히려 ‘진짜’와 ‘근본’을 찾고 있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레트로 취미를, 인간의 시간과 노력이 담긴 콘텐츠를, 변하지 않는 가치와 역사에 열광하죠. 하지만,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효율과 편의의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정성과 낭만에 관한 사유입니다.
2026년은 더 빠르고 더 복잡한 변화가 이어지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변화가 아무리 빨라져도, 그 속에서 우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 주는 힘은 결국 기본에서 나옵니다. 기술이 흐름을 만들지만, 그 흐름 속에서 어떤 기준으로 움직일지는 우리가 결정합니다. 올 한 해, 우리 아이들이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기준을 세워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