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생각보다 책 좀 읽는다! – 텍스트힙

책 속 마음에 드는 문장과 서사, 특유의 질감과 빼곡히 인쇄된 활자가 주는 이유 모를 편안함···.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독서’는 대중적인 취미 중 하나입니다. 고요하고, 지적이고, 정적인 느낌은 덤이죠. 그런데 최근, 젊은 세대에서 이런 독서를 보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즐기는 트렌드, ‘텍스트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평소엔 읽으라고 해도 안 읽던 애들이!’라고 생각하셨다면 잠깐, 코칭맘과 함께 Z세대가 텍스트를 즐기는 텍스트힙을 알아봅시다!


‘텍스트힙’이 뭔가요?

‘텍스트힙(Text Hip)’은 글자를 뜻하는 영단어 ‘Text’와 국내에서 ‘멋지다’, ‘트렌디하다’, ‘개성 있다’라는 뜻을 지닌 속어 ‘힙하다’의 ‘Hip’이 결합된 신조어입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텍스트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개성 있고, 매력적인 활동으로 느껴지는 건데요. 과거 독서하면 떠오르던 이미지가 ‘정적’이고 다소 개인적인 활동이라면, 텍스트힙은 훨씬 다채롭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지금 텍스트일까?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세대, 이와 함께 범람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도파민 폭발을 즐기는 세대도 많지만, 반대로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유익하고 정적인 디지털 콘텐츠라고 해도 결국 디스플레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과 달리, 책은 직접 만질 수 있다는 특별한 감각이 있죠.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사회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도 놓칠 수 없습니다.

또한, Z세대에 영향력이 높은 연예인, 유튜버와 같은 인플루언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입출국할 때 착용한 연예인의 패션을 뜻하는 ‘공항 패션’을 넘어, 요즘에는 그들이 들고 탑승하는 ‘공항 책’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에서 보여지는, Z세대가 선호하는 연예인들이 바쁜 삶 속에서도 짬을 내 책을 읽는 장면이 Z세대에게 멋지게 다가오고, 그들이 읽는 책을 따라 읽거나, 독서 습관을 따라해 보며 텍스트를 즐기고 있는데요. 이런 행동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서, 책을 즐기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인플루언서의 패션뿐만 아니라, 책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Z세대가 텍스트힙을 즐기는 법

SNS에서 멋짐 인증하기

가장 쉽고 빠르게 나의 멋짐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 SNS. 이곳에서는 오늘도 텍스트힙을 즐기고 있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에 든 책의 표지, 내가 읽고 있는 책 속 구절 등을 직접 필사하거나 사진, 영상 등의 미디어로 변환해 활발한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죠.

비교적 최근에 서비스를 시작해 텍스트를 메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SNS, ‘스레드’는 이러한 텍스트힙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브런치와 같은, 기존 텍스트 기반 플랫폼에 감상문을 남기거나. 다양한 유형의 글을 게시하는 것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책도 굿즈다

평소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출판되는 도서의 표지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요즘 책은 내용뿐만 아니라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인쇄본과 다른 특별판, 한정판 등에 관심이 높고, 특별한 북커버나 책갈피, 문장을 필사할 수 있는 노트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굿즈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브제: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상징적인 가치를 부여한 물건을 이르는 말

그 자체로도 굿즈다!

타인과 함께하는 오프라인 활동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텍스트와 관련된 활동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특히 24년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무려 15만명 이상이 방문하며 성황을 이뤘고, 대형 서점과 다른 매력이 있는 독립 서점은 만남, 휴식, 모임 등의 공간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특별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도서 팝업스토어,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독서 모임이나 낭독회 등에 참여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평소엔 읽으라고 해도 안 읽더니!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도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감소했지만. 학생의 독서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대학 도서관 대여 순위에서는 전공 책 대신 오랜만에 순문학 도서가 등장했습니다. 최근 진행된 2025 서울국제도서전도 잘 마무리되며, Z세대의 텍스트에 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텍스트힙과 함께 부모님들의 소망과도 같았던 자녀들의 독서 문화는 변화하고 있지만, 생각 해 볼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읽는 멋진 나’를 보여주기 위한 SNS 게시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어딘가 ‘있어빌리티’한 행동에 머물러 책의 내용에 집중해 ‘읽기’보다는 단순히 책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 이 과연 실질적인 문해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가에 관한 물음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 변화하는 텍스트

돌이켜 보면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트렌드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웹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인터넷 소설’이 그 주인공인데요. 당시 10대 여학생을 위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걸 바라보던 부모님들의 눈은 그리 탐탁지 않았죠. 분명 당시 독서율을 높이는 데는 기여했지만, 반대로 맞춤법 파괴나 부족한 문학성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일지도?

인터넷 소설이 기성세대에게 유치하게, 혹은 가볍게 보였던 것처럼, 지금 우리 아이들이 즐기고 있는 텍스트힙 또한 단순한 보여주기식이나 가벼운 놀이 정도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들고 사진을 찍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텍스트를 즐기는 이 새로운 문화는 어쩌면 손때가 묻은 책을 넘기고, 혼자 곰곰이 생각하며 밑줄을 긋던 감성이 조금 다르게,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읽느냐 보다는 그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나누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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