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1위는 운동선수…중·고생은 교사 선호 여전
-‘장래희망 있다’는 학생은 꾸준히 감소
-대학 진학 외 취업·창업까지 넓어지는 아이들의 진로 선택
초등학생이 가장 원하는 직업은 ‘운동선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버와 크리에이터 등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직업이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실제 선호도에서는 운동선수가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동시에 자신의 미래 직업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한 학생도 10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6일 공개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보고서 ‘데이터로 읽는 우리 교육’ 제10호에 따르면, 학생들의 장래희망과 진로 선택에서 변화의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진로교육법에 따라 전국 1200개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 약 3만74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학생들이 어떤 직업을 꿈꾸는지를 넘어, 진로를 결정하는 방식 자체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국가승인통계다.
초등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운동선수였다. 의사가 뒤를 이었고, 크리에이터가 3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 디지털 콘텐츠가 일상화되면서 크리에이터는 초등학생에게 익숙한 직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실제 선호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운동선수와 의사처럼 오랫동안 친숙했던 직업에 대한 관심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초등학생 희망직업 1위를 차지했던 교사는 2020년 이후 운동선수에게 선두를 내준 뒤 올해도 1위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반면 학년이 높아질수록 진로 선호도에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교사를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꼽았다.
중학생은 교사 다음으로 운동선수와 의사를, 고등학생은 간호사와 생명과학자·연구원을 선호했다. 특히 고등학생 사이에서는 생명과학자·연구원의 상승이 눈에 띈다. 지난해 7위였던 직업이 올해 3위까지 올라서면서 과학기술과 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학부모들이 눈여겨볼 대목은 희망직업의 순위보다 ‘꿈을 정한 학생’의 비율이다. 구체적인 희망직업이 있다고 응답한 초등학생은 2015년 91.3%에서 올해 78.1%로 줄었다. 10년 사이 13.2%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중학생 역시 같은 기간 73.0%에서 59.9%로, 고등학생은 81.7%에서 71.3%로 낮아졌다.
이는 아이들이 꿈이 없어졌다는 의미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한 가지 직업을 일찍 정하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의 진로를 천천히 탐색하는 학생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고등학생들의 진로 계획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 비율은 2023년 77.3%에서 지난해 64.9%로 감소했다. 반면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7.0%에서 15.6%로 높아졌다. 창업을 선택지로 생각하는 학생 역시 2015년 1.0%에서 지난해 3.3%로 증가했다.
진로의 기준이 ‘어느 대학에 갈 것인가’에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고교학점제 등 학생 주도형 진로·학업 설계 정책의 영향과 함께, 학생들이 대학 진학뿐 아니라 취업과 창업 등 다양한 경로를 비교하며 자신의 선택을 주도적으로 고민하는 경향이 커진 결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자녀의 장래희망을 얼마나 빨리 정했는지를 두고 조급해하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관심과 가능성을 충분히 탐색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초등학생에게는 ‘장래희망이 무엇인지’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활동에 몰입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즐거워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선수를 꿈꾸는 아이에게 운동을 얼마나 잘하는지만 묻기보다 어떤 종목을 왜 좋아하는지 이야기해보는 것,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아이에게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보게 하는 것도 진로 탐색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희망직업이 없다’고 답한 학생의 증가를 부모가 반드시 불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아직 꿈을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할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며 스스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