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홍수 대표
국가교육위원회 제24차 회의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의결하여, 교육부가 2023년 12월 27일 의결안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의결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통합형·융합형 수능 과목체계로 개편
- 통합형 과목체계를 도입(선택과목 폐지)하여, 과목 선택의 유·불리를 해소하고 수능 ‘공정성’ 확보
- 사회·과학 통합 응시로 벽을 허물고, 융합적 학습 유도
2. 이권 카르텔 근절
- 공정한 수능을 위해 출제관리 전(全) 단계에 걸쳐 카르텔 유발요인을 제도적으로 차단
3. 고교 내신 5등급 체제로 선진화
- 내신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고1·2·3 동일한 평가체제로 개편
- 내신평가 혁신으로 9등급제 폐지, 5등급제 도입
(절대평가만 실시하는 과목: 여행지리, 역사로 탐구하는 현대세계, 사회문제탐구, 금융과 경제생활, 윤리문제탐구,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 과학의 역사와 문화,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융합과학탐구)
4. 교사의 평가역량 강화
- 미래사회 대비, 지식 암기를 확인하는 시험에서 학생 역량과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논·서술형 평가 확대 등신 혁신
- 개별 학생마다 성취한 수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내신 절대평가 신뢰도 제고
- 모든 교사가 전문적인 평가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집중 지원
실제 학부모와 학생들의 주된 관심사는 내신 성적 개편과 수능 제도의 개편에 대한 내용일 것입니다. 교육부의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고등학교 공교육(고교학점제)과 대입제도의 괴리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9등급제 내신에서 5등급제 내신으로 바뀌면서 내신의 변별력이 줄어들기에 학생들이 느끼는 내신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며, 반대로 정시 비율 유지 등의 이유로 수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교육보다는 수능 준비에 집중하게 되어 고교학점제로 대표되는 학교 교육의 무력화가 우려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 내신 9등급 → 내신 5등급
3가지 유형의 고등학교를 예시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A 고등학교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여있는 학교
B 고등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 일부와
하위권 학생들이 많은 학교
C 고등학교
중위권 학생이 많은 학교
위 표와 그래프는 해당 시뮬레이션의 결과입니다. 표를 통해 원점수 대비 백분위에 따른 5등급 평가를 받을 때의 등급 변화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래프를 통해 학생의 학력 수준에 따른 학교의 성취 수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가장 특이하다고 할 만한 고등학교는 B 고등학교입니다. 2등급을 받은 학생의 원점수가 현저하게 낮아집니다. 어쩌면 내신 5등급 최대의 수혜자는 바로 일반고의 중위권 학생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런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신 5등급제로 바뀌면서 내신의 유리함을 누릴 수 있는 고등학교의 유형이 특목고와 자사고라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므로, 고민해 볼 여지는 있을 것입니다.
이상적인 성취 수준을 가진 학교는 가장 아래의 표와 그래프를 보인 C 고등학교입니다. B 고등학교의 경우 2등급의 범위가 넓어지며 특이하긴 하지만, 성취 수준은 양극화가 확연하게 확인되는 경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표를 통해 해석할 수 있는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5등급제에서는 등급이 우수한 학생을 변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평가체제의 한계를 대학마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수능 공통 응시영역 체제로 전환(국어, 수학, 탐구)
표에서 노란색 부분에 있는 과목은 등급이 표기되지 않고 성취도 A, B, C, D, E 로만 표기되는 과목이며,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수학능력시험(수능) 과목입니다. 특히 수능 출제 과목 중, 국어, 수학, 탐구영역에서 현재 문·이과를 나눴던 선택과목이 사라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이로써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동일한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탐구의 경우 ‘통합사회1, 통합사회2, 통합과학1, 통합과학2’ 과목으로 치르게 되는데, 자연계열 상위권 대학에서는 ‘통합과학1, 통합과학2’에 가산점을 부여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또한, 암기 위주의 평가가 아닌,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출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수학은 현행 수능에서 공통과목에 속했던 대수와 미적분Ⅰ, 그리고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던 확률과 통계만 수능 범위에 포함되었습니다. 이른바 심화수학이라 불리는 미적분Ⅱ와 기하가 제외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심화수학이 출제되지 않으면 만점자가 다수 등장할 것”이라 예상했으며, 진학사 우연철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심화수학이 빠지면 수능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심화수학을 구성하는 두 과목에 대한 정성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가 수능으로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진 대학들이 자체 대학별 고사를 강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수시에서 면접이나 논술에 수학 전 범위를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고, 내신 교과 연계과목 등을 고려해 학업성취를 판단할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시에서는 현재 서울대와 고려대가 시행 중인 내신+수능 전형과 같은 형태가 상위 대학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대학들이 정시 수능 위주 전형에서도 전공연계 과목 이수 여부에 가중치를 두고 변별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수험생들의 내신 부담은 더욱 커질 것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상위권 대학 의대와 이공계는 정시에서 심화수학 과목에 대한 내신 평가가 추가될 수 있고, 수시에서는 관련 학과에서 논술과 면접 등 심화수학에 대한 평가가 강화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수험생 입장에서는 학교 내신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발생할 수 있다
향후 수능에서 문·이과 모두 수학 과목이 중요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 내용입니다. 수학 과목이 가, 나형이 아닌 단일시험으로 전환됨에 따라 점수 변동성이 대단히 커졌으며, 이과 최상위권이 통합 수능에서 수학 고득점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목할만한 분석 내용입니다. 사회보다 과학 과목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이 많다는 점에서 통합과학 역시 변수로 꼽힌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