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문학 작품상으로 알려진 부커상은 영어로 쓴 소설 중 수상작을 선정하는 부커상과 영어로 번역된 작품 중 수상작을 선정하는 부커 국제상으로 나뉩니다. 수상작은 물론, 후보에만 올라도 큰 명성을 얻을 수 있는데요.
지난 2016년 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외에도 황석영, 천명관, 박상영, 정보라 작가의 작품이 후보작으로 선정되며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문학상이 되었습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수상작과 후보작이 출판되고 있는데요. 아직 완연한 가을은 아니지만, 독서의 세계에 한 번 푹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어스 반스, 최세희 옮김, 다산책방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지만, 영문학을 대표하는 부커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작가의 네 번째 후보작이자 첫 번째 수상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화자인 토니 웹스터라는 노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지나온 과거가 기록된 평범한 기억 말이죠.
하지만 추상적으로 기록되는 이 기억이라는 게 과연 완벽한 걸까요?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역사는 승자의 거짓말’이라는 말처럼, 계속되는 하루 속에서 승리한 ‘나’의 거짓말이 기억을 조금씩 바꿔버린 건 아닐까요?
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최성은 옮김, 민음사
작가에게 수여되는 노벨문학상과 작품에 수여되는 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방랑자들》은 여러 명의, 여러 개의, 여러 시대의 짧고 긴 이야기가 한 데 모여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수필 같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추리물 같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이렇게 잘게 조각난 이야기는 모두 여행이나 방랑 따위의, ‘떠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이 떠나는, 혹은 떠돌아다니는 목적과 이유, 방향과 감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차근차근 읽다 보면 나의 떠남, 나아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한밤의 아이들
살만 류수디, 김진준 옮김, 문학동네
현대에 발간된 작품이지만, 벌써 고전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 《한밤의 아이들》은 인도가 독립하던 날 자정에 태어난, 초능력을 지닌 ‘한밤의 아이들’ 중 한 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우리나라가 그랬듯, 인도 역시 독립 이후 격동의 시대를 겪었는데요. 그 거대한 역사를 작가는 이른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현실과 판타지, 신화를 넘나들며 특유의 문체로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부커상은 물론, 부커 25주년, 40주년 기념상을 수상하며 한 작품이 세 번의 부커상을 받은 유일무이한 작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