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작품의 분량에 따라 수식어가 달라집니다. 보통 그중에서도 가장 긴 소설을 대하소설(大河小說)이라고 부릅니다. 대하소설은 이름처럼 커다란 물줄기가 흘러가듯 서사가 이어지고, 그만큼 작품 속 시간의 흐름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인데요.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분량이 길기 때문에 완독이 힘들기도 합니다.학창 시절, 독서에 심취했던 그때를 추억하며 이번 겨울에는 대하소설 완독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토지
박경리, 다산책방
1969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26년이라는 긴 시간 집필된 《토지》는 구한말에서 광복까지의 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서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로 생생하게 펼쳐진 묘사와 인간군상, 시대상은 분명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마치 필름처럼 당시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게 합니다. 경남 하동군 평사리에서 시작해 경성, 만주, 하얼빈, 도쿄로 이어지는, 3세대에 걸친 그 시대를 만나 보세요.
객주
김주영, 문학동네
《객주》는 의협심이 강한 보부상 ‘천봉삼’을 따라가며 1870~1880년대 조선 후기, 근대적인 상업과 자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대하소설입니다. 제목인 ‘객주’는 지금으로 따지면 일종의 ‘중간상인’으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고, 그 외에도 숙박이나 창고, 금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사람들입니다. 자료 수집에 진심이었던 저자인 만큼, 당시 보부상들의 모습은 물론 말투와 표현 등의 묘사가 대단한 작품으로, 그 속에는 앞선 자본이 형성되는 과정과 함께 갈등과 사랑, 정치적인 모략 등이 매우 흥미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한강
조정래, 해냄출판사
일제강점기를 다룬 《아리랑》, 광복 후 한국전쟁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태백산맥》에 이은 《한강》은 저자의 대하소설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1960~70년대를 다룬 작품입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빛나는 과실을 맺은 그때, 우리는 분단의 아픔을 겪었고, 먹고 살기 위해 고된 노동을 견뎠으며, 극렬한 이념 대립과 탄압을 겪는 등 어두운 그늘을 함께 경험했습니다. 가감 없이 표현된 격동의 시대를 눈으로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