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코칭 진학전략연구소
이경아 수석 연구원
고교학점제의 실제적 시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학생이 선택하는 교육과정일 것입니다. 아직 시범 시행 기간임에도 상당수 학교가 고교학점제에 따른 과목 선택을 통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다루기는 어렵기에, 여기서는 일반 고등학교에서 고3에 진학하는 학생 혹은 대학 진학에 성공한 학생의 실제 사례를 활용, 계열별로 나누어 학생이 ‘선택 가능한’ 부분의 과목에 대해 고교학점제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다루려고 합니다.
편제에 따르면 선택과목인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이 학생이 선택 가능한 과목들입니다. 이 선택과목은 고1 학기 중에 고2 선택과목을 선택하게 되고, 고2 학기 중에 고3 선택과목을 선택하게 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선택하는 기간은 학교마다 다릅니다. 정말 빠른 학교는 고1 입학과 동시에 선택과목을 선택하기도 하죠. 마찬가지로 고2 선택과목을 빠른 학교는 1학년 1학기 중간부터 미리 작성하게 합니다. 최종 선택도 보통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학생, 학부모님께서 ‘왜 이렇게 일찍 선택하냐’고 질문해 주시는데요. 이는 여러 개의 과목 안에서 학생들이 여러 개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개/폐 유무부터 교실의 지정, 교사의 지정, 시간표 지정 등 많은 부분이 조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설되더라도 1학기에 개설할지, 2학기에 개설할지도 정해야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일반 선택과목
일반 선택과목은 대학입학능력시험, 그러니까 수능을 치르는 과목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상대평가 과목이자, 문·이과 선택과목의 구분 없이 선택 가능하지만, 보통은 이과 계열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으로 구성된 과학 탐구를 고르고, 문과 계열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사회 탐구를 고르게 됩니다. 물론 과학 탐구와 사회 탐구를 섞어도 됩니다. 현재 일반 선택과목은 9등급제 상대평가 과목이라 수시 입학을 염두에 두고 성적을 신경 써야 하는 학생들의 경우,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로 선택과목
진로 선택과목은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 가능한 과목으로, 고교학점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목은 교과융합 학습, 진로안내 학습, 교과별 심화 학습, 실생활 체험 학습 등 다양하게 개설될 수 있습니다. 평가 방식도 성취도 평가로, 원점수에 따라 절대평가 해 A/B/C로 평가받게 됩니다. 따라서 성취도 평가 등급만으로 서열을 가르기가 힘들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보통 대학내 기준을 마련하여 진로 선택과목에 대한 성적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성적이 바로 대입에 적용되기보다는,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선택과목을 고른 내용과 성취도, 세특 내용이 학생의 선택 진로와 어떻게 관련되었는지가 중요하게 적용됩니다.
계열에 따른
선택과목 고르기
서울대에서부터 점점 수시뿐만 아니라,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내신이 안 나오니까 나는 ‘정시파이터’로 가야지!”가 점점 힘들어질 것입니다. 공통이나 일반 선택과목은 선택의 폭이 없거나 좁지만, 진로 선택과목은 말 그대로 학생이 모두 정하는 것이므로, 대학 진학에 있어서 진로 선택과목이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학교별로 개설된 과목이 상이하므로, 그때그때 보고 성적을 잘 받는 것과 동시에 진로와 연결 짓기 좋은 과목을 선택합니다.
바꾸어 생각해 보면, 진로가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지 않을 때는 고교학점제의 과목 선택이 오히려 학생에게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고입 이전에 본인의 진로와 적성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어느 정도 계열을 결정해야 합니다. 선택이 힘들면 진로·진학 컨설팅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
사례 1. 문과계열 학생
내신 3.8등급
관광경영 진로
이 학생의 경우, 성적에 맞춰 경기권 대학과 지역 국립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했습니다. 성적대에 해당하는 대학교의 입학 전형을 함께 찾아봐 주고, 대입에서 어떤 부분을 높게 평가하는 지를 확인했으며, 학교별 교육과정 편제표를 함께 보면서 학생이 좋아하는 과목과 교차점을 찾아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일반 선택과목과 혹시 연결되는 내용이 있는 과목이라면 우선 선택하도록 추천했고, 그 후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과목별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관광경영 쪽을 원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지리와 관련된 진로 선택과목을 우선 추천하고, 그다음으로 문화와 지역사회와 같은 부분으로 연결해 주었습니다. 이때 생활과 과학 과목은 문과 계열의 경우 3년간 과학과 관련된 선택과목을 하나 들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과목인데요. 다행히 최근에는 이렇게 과학과 관련된 것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것은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사례 2. 이과계열 학생
내신 2.8등급
생명공학 진로
이 학생은 인서울 가능 대학과 경기권 대학 정도를 원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진로는 반드시 생명공학을 원했기 때문에, 선택과목 내에서 주제 탐구까지도 진행할 수 있을 만하고, 세특 내용이 충실하게 적힐 수 있을 만한 과목을 고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학교에서 학생에게 선택과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 주었다는 점입니다.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학생들이 수업을 선택하기 전에 그 과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공유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케이스였습니다.
또한, 학기별로 선택과목을 골라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학교였는데, 그러다 보니 학생 수가 모자라서 폐강되는 과목도 있어 조율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수업이 개설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2안, 3안까지 고려하느라 까다로운 학교였습니다. 실제로 폐강도 많이 되었고, 과목에 대한 선택지가 오히려 많아서 힘든 학교이기도 했습니다.
사례 3. 예체능 계열 학생
내신 4.5등급
미술 진로
이 학생은 수학과 과학 계열은 공부를 포기했기 때문에 내신이 낮지만, 국어와 사회탐구는 1, 2등급을 받는 학생이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국어와 사회에 대해 흥미를 느꼈고, 진로가 대부분 실기로 진학하는 미술이었기 때문에 정말로 본인이 하고 싶은 선택과목을 고르도록 추천해 주었습니다. 실기 진학이었기 때문에 세특이 큰 의미가 없었음에도 ‘재미있게’ 공부를 한 학생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2학년 때 사회/과학 탐구에서는 진로 선택을 할 수 없고, 모두 일반 선택을 하는 학교여서, 3학년의 경우는 반대로 아예 일반 선택과목을 하나도 선택하지 않고 진로 선택과목으로만 선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