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코칭 진학전략연구소
금성신 팀장
우리는 여전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 꿈을 찾으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시대는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부모 세대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유튜브 사용법을 가르치지 않았어도,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역삼각형 버튼을 누르며 다음 영상을 봅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답을 찾고, 스스로 물을 주고 키워나갈 기회를 줘야 합니다.
공부는 열심히 할게, 대신 내 취미는 건들지 마!
A 학생을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6학년 여름이었습니다. 대답을 말 대신 고개로 할 정도로 말수가 적었지만, 숙제를 내주면 한 번도 빼먹지 않던 성실한 아이였죠. 하지만 그런 아이도 부모님과의 갈등이 있었으니, 바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대신 자신의 취미를 막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취미가 무엇이냐, 부모님 입장에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코스프레’였죠.
공부와 상관없는 취미에 몰두하면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부모님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뭘까?’ ‘취미가 정말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일까?’
아이에게 코스프레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어느 날, 아이에게 “네게 코스프레는 어떤 의미야?”하고 먼저 물어봤습니다. 순간 반짝이던 아이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 납니다. 코스프레가 뭔지부터 시작해서, 언제, 어떻게 행사가 진행되고, 참여하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어떤 작업을 해 왔는지 등,
평소 말수가 적던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아이의 방에 있던 수많은 소품을 이해할 수 있었고, 아이가 단순히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의상을 만드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걸 잘 살리면 취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했죠.

취미에서 진로로, 구체화 해 보기
고등학교 입학 전, 저는 아이와 함께 패션 관련 학과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아가 디자이너, 패턴사, 스타일리스트 등 관련 직업도 함께 살펴보며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각 대학 학과별 커리큘럼도 한 번씩 살펴보면서 아이의 마음에는 ‘오랫동안 애용하며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고 싶다’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아이의 관심이 패션(의상)디자인학과로 향했고, 공부에도 더 높은 몰입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아주 ‘처참한’ 성적표를 들고 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아이를 다그치는 대신, 자신의 꿈을 보다 더 구체화할 수 있도록 경희대의 캠퍼스 사진을 보여주며 “3년 뒤 이 캠퍼스를 거닐고 있는 네 모습을 상상해 봐”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훗날 아이가 그 어떤 말보다 그 사진 한 장이 자신에게 충격을 주었다며, 이후 힘들 때마다 캠퍼스를 거니는 자신을 상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해 주었답니다.

목표하는 전형을 설정하고, 노력하기
아이와 함께 1지망인 경희대 의상학과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며 선택 과목을 선택할 때 도움을 받기도 하고, 학과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나갔는데요.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아이와 저는 내신과 생기부를 바탕으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위주로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수업마다 진로 관련 이슈를 찾아보고, 학교 활동에 관한 정보가 뜨면 이를 패션과 연결 지어 의미를 부여하며 생기부를 채워 나갔죠. 하지만 패션은 학교 활동만으로는 특별히 채울 수 없는 영역이기에, 다양한 외부 활동을 지원, 참여하며 보다 더 밀도 높은 생기부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아이는 결국 원하던 학교, 학과에 합격하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것, 충분히 꿈이 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아이는 학업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수단으로 공부를 활용했습니다. 부모님은 아이의 취미가 학업에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 취미가 아이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자,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만약 진로를 설정해야 할 시기지만, 아직 별다른 진로나 꿈이 없는 아이에게도 분명 ‘좋아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가 가장 집중하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