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코칭 진학전략연구소
금성신 팀장
고교학점제, 검정고시·자퇴생 증가···. 요즘 교육 현장의 변화를 바라보는 학부모님들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특히 현 고1 학부모님들과 이를 지켜보는 초중등 학부모님들은 입시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하십니다. 지난 15년 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컨설팅하며 만난 한 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정말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4년 만에 다시 만난 세훈이
중1 때 만났던 세훈이는 평범한 중하위권 학생이었습니다. 중2 겨울, 어머님이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겠다며 수업을 중단했을 때, 저는 공부만큼은 놓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플랜을 세워 주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어느 1월의 밤, 세훈이 어머님께서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실컷 놀다 보면 공부를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영부영 고3이 되어버렸어요. 공부하려 했지만 이해도 안 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 보이는 아들을 보면서 결국 선생님께 연락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다시 만난 세훈이, “제 장점은 친구가 많은 거예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그 아이는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채 “저는 안 되겠죠?”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아이로 변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지난 4년이 돌아오는 건 아니죠. 저희는 각자의 다짐 속에 할 수 있는 것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세훈이는 내신과 수능을 4등급 대로 마무리했습니다. 수시 원서는 모두 떨어졌지만, 세훈이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어요. 워낙 공부를 안 했으니까, 여기서 대학 붙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닐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아이에게 내적인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느꼈습니다.
대학 타이틀보다 소중한 것
수능 후 정시 지원을 논의할 때, 어머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저는 세훈이가 원서 쓸 때 부모의 기대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대학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데, 옆 동료가 명문대 법학과 출신이에요. 처음엔 부러웠죠. 제가 가지지 못한 학력이니까요. 하지만 그분이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어요. ‘부모님 기대와 담임선생님의 압박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법대를 갔고, 그 기대가 고시 공부를 도전하게 만들었지만, 정말 하기 싫었다. 지금도 그때가 생각나면 숨이 막힌다.’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대학이 중요한 걸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세훈이도, 저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렇게 세훈이는 자신이 원하던 학과를 보고 수도권 대학에 합격해 제 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8년 후, 세훈이는 중견기업에 입사해 첫 월급을 받았다며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선생님, 공부 안 했던 아이도 이렇게 열심히 잘 살아간다는 거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 친구의 SNS에는 총학생회장도 맡고 장학금도 받았던 대학 시절 성장의 기록으로 가득했습니다.
잠재력을 깨우는 시간
요즘 우리나라 대입은 당장의 영어 유치원, 당장의 학원, 중학교와 고등학교 선택, 어느 대학이 좋을까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 유치원을 간다고, 최상위권 학원 TOP반을 들어간다고, 명문중, 명문고, 명문대를 들어간다고 해서 아이의 인생이, 행복이 보장되는 사회일까요?
AI가 진료하고, 법률을 검토하고, 시장을 분석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AI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AI 붐을 일으킨 젠슨 황의 잠재력을 깨운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명문대 타이틀이었을까요?
저는 세훈이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아이의 인생은 타이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노력을 인정해 주고, 세상이 대학 타이틀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신 어머님의 혜안, 자신이 바닥이어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 세훈이의 실행력과 문제 해결력. 바로 이것들이 세훈이의 진짜 잠재력을 깨운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노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하고, 넘어지고 깨지면서, 당장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인생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 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아이 내면의 잠재력입니다.
우리 아이만의 꽃이 피는 시간
내 눈앞에 있는 내 아이의 잠재력은 아이 본인만 깨울 수 있습니다. 저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있습니다. 봄에 피는 꽃이 부러워 겨울에 피는 꽃의 껍데기를 억지로 벗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 아이가 꽃을 피울 날은 분명 옵니다.
마냥 기다리지만 마시고, 아이를 들여다봐 주고, 아이의 강점을 함께 찾아가고, 아이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아이가 맺는 결과물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소중히 여기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당당히 세상에 도전할 수 있게 응원해 주는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 주세요.
그럼 우리 아이는 타이틀이 아닌 자신만의 진짜 잠재력으로, 자신만의 진로를 찾아 나아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