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코칭 진학전략연구소
금성신 팀장
아이들마다 좋아하는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미래’를 연결짓는 것은 또 다른 문제죠. 도하(가명)가 바로 그런 친구였습니다. 교과서나 문제집 귀퉁이는 물론, 흰 공간만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웹툰의 캐릭터를 그려내는 친구였지만, 그걸 나의 미래로 채워 나가기에는 두려움이 앞서던 아이였습니다.
“쌤, 제가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비록 제가 미술과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도하의 고민은 재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방법과 방향을 모르겠다는 신호에 가까웠죠. 함께 좋아하는 것과 진로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던 그때, 우연히 두 개의 미디어를 만나게 됐습니다.
‘살아있는 캐릭터’라는 나침반을 찾다
어느 날, 도하가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봤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듣는 제목에 저는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빨강과 파랑이 섞인 슈트와 뉴욕의 마천루를 활강하는 ‘피터 파커’를 떠올렸죠. 하지만, 팝 아트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며, 색감과 묘사가 너무 좋았다며 속사포를 쏟아내던 도하의 스파이더맨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마일즈 모랄레스’였습니다.
불이 붙은 도하의 묘사와 함께 저는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상상하며 정적인 코믹스 속 스파이더맨이 그대로 뛰쳐나와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죠. 도하는 잘 그린 정지된 그림이 아니라,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캐릭터’를 원한다는 것을요.
이런 도하의 마음은 인기 모바일 게임, <원신>을 만나며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웹툰처럼 특이한 개성을 가진 외형은 물론, 각자의 서사를 지닌 캐릭터에 푹 빠졌죠.

게다가 그냥 게임만 즐기는 게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캐릭터의 원화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게임 속에서는 어떻게 구현 됐는지 비교해 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도하의 흰 도화지에는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함께 2D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을 탐구했습니다. 이는 흔히 ‘카툰 렌더링’이라 불리는 기술로, 도하가 좋아하는 2D의 감성과 생명을 불어넣는 기술의 접점을 찾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정말 원하던 꿈, ‘캐릭터 디자인’에 한 발짝 다가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한 걸음씩,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밑그림을 그렸다면 이제 채색을 해야겠죠. 너무 거창한 계획보다는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도하의 생에 첫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죠.
도하는 보다 전문적인 그림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등록해 디지털 드로잉을 배우기 시작했고, 캐릭터를 주제로 한 탐구 활동을 통해 역량을 강화했고, 동아리 홍보 포스터에 직접 창작한 캐릭터를 삽입하며 학우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독서와 보고서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도하는 캐릭터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향해 포트폴리오를 하나씩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도하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응원합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모두에게
좋아하는 걸 진로로 삼는다는 건 마냥 쉬운 길이 아닙니다. 때론 늦게 시작할 수도 있고,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당장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흔들릴 수도 있죠. 하지만 도하처럼, 자신이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를 잊지 않는다면, 그 좋아하는 것이 어느새 가장 단단한 동기가 되어줄 겁니다.
혹시 지금 우리 아이가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