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덕질이 방송국 PD로 이어지기까지

상상코칭 진학전략연구소
금성신 팀장

유난히 수학을 싫어하던 중학교 1학년 지원(가명)이의 집에 도착한 어느 봄날, 이전과는 다른 고요함이 저를 감쌌습니다. 꺼진 거실 등불, 조용한 실내, 그리고 작은 방 안에서 낮은 조명 아래 앉아 있는 아이. 차가운 바닥에 엎드리듯 앉아 컴퓨터 앞에 몰입해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자기만의 세계 속에 빠진 작은 예술가 같았습니다. 아이의 눈은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영상을 보는 눈이 아니라, 무언가를 세밀하게 다듬고 있는, 그야말로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이었습니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이건 포토샵이에요! 여기서 클릭하면 배경이 사라지고···. 선생님, 이거 되게 신기하죠?”

그날 저는 지원이가 그렇게 수다스러운 친구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아이돌의 이미지를 다듬고 있는 그 작은 손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하나의 열망을 쥐고 있었죠. 저는 그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가 아는 중학생 중에 가장 잘하는 것 같은데?”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마치 내가 잘하는 게 있다는 걸 곱씹는 것처럼요.

그날 이후,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아이는 하기 싫다는 말을 덜 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공부가 외딴 섬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거죠. 그리고 수업 사이사이, 아이는 자신이 포토샵을 하게 된 이유와 목적, 그리고 이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인지 조심스럽게 물어왔습니다. 어쩌면 그 질문은 지원이가 부모님께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이에요!”라고 말이죠.

점차 아이는 마치 봄 햇살을 머금은 새싹처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는 여전히 버거웠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바뀌었습니다. 그 변화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시작되었지요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저는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지원아, 너처럼 포토샵이나 영상에 관심 많은 친구들은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 본 적 있어?”
“음, 방송국 같은 데서 일하면 좋겠어요. 영상 편집도 하고, 인터뷰도 해 보고…”

“와, 그거 진짜 멋지다. 혹시 방송국에서 일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는 알아봤어?”
“아니요,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그날, 저는 아이와 함께 방송·영상·콘텐츠 관련 전공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관련 학과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전공 이름 뒤에 숨겨진 커리큘럼과 진로를 이해하려 노력했지요. 지원이는 단순히 방송국이라는 장소보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에 더 끌렸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학과를 좁혀 방송영상학과와 디지털미디어콘텐츠학과를 집중적으로 탐색했고, 대학은 콘텐츠 제작의 실제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세종대, 동국대, 중앙대, 서울예대, 한예종 등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대학의 포트폴리오 전형, 영상 제작 캠프, 실습 중심 수업들까지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어떤 학교를 가고 싶냐는 질문에,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연출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저도 그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드디어 ‘막연한 꿈’이 구체적인 목표로 바뀐 순간이었습니다. 이후로는 관련 동아리 활동, 영상 편집 동아리, 교내 신문 제작팀, 방송부 참여 등 학교 안팎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며 자신의 생기부를 채워갔고, 진로와 연결된 활동의 깊이도 더욱 깊어졌습니다.

지원이의 진로 여정은 단지 ‘방송국에 가고 싶다’는 꿈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 그 일을 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학과에 진학할 것인지 → 그 학과가 잘 마련되어 있는 대학은 어디인지’ 이렇게 네 단계의 여정을 따라 조금씩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자신만의 영상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여름방학 특강에도 참여하며, 학교 선생님과도 함께 진로 상담을 하며 입시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지요.

진로는 단순히 대학 합격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금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일’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유튜브, 포토샵, 영상 편집, 캐릭터 디자인, 웹툰, 게임, 메이크업, 패션···. 모두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서는 하나의 ‘전공’이 되고 ‘직업’이 됩니다.

지금 우리 아이의 방바닥에 흩어져 있는 낙서들, 폰 갤러리에 저장된 영상들 속에, 작은 진로의 씨앗이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단 한 가지 그 씨앗이 자라도록 “그건 진짜 멋진 일이구나!”라고 믿어 주는 일입니다.


그 한마디가, 10년 전 ‘컴퓨터 앞에서 혼나지 않고 칭찬받았던 기억’을 따라온 것이라면, 진로 코칭이란 결국, 한 사람의 열정을 지켜봐 주는 따뜻한 시선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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