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를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 책을 덮고 나면 방금 본 것도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 분명 몇 번이나 읽었다는 아이의 말 앞에서 부모도 잠시 망설이게 된다. 한 번 더 읽게 해야 할까, 옆에서 다시 설명해 줘야 할까.
이때 읽은 횟수와 함께 살펴볼 것이 있다. 아이에게 배운 내용을 스스로 떠올려 볼 기회가 있었는지다. 학습 연구에서는 기억에서 내용을 꺼내는 ‘인출 연습’이 이후의 기억을 돕는다는 결과가 쌓여 왔다. 읽은 뒤 잠시 책을 덮고 질문에 답하거나 기억나는 내용을 적는 것도 이런 연습에 해당한다. 다만 아이가 막힐 때는 질문이나 단서를 더해주는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 읽을 때의 익숙함, 책을 덮은 뒤의 기억
읽은 직후의 느낌과 시간이 지난 뒤의 기억은 다를 수 있다. 헨리 로디거와 제프리 카피크가 2006년 발표한 연구에서 대학생 120명은 짧은 지문을 읽은 뒤, 지문을 다시 읽거나 기억나는 내용을 적었다. 5분 뒤 검사에서 지문 내용을 떠올린 비율은 다시 읽었을 때 81%, 기억에서 꺼내 썼을 때 75%였다. 일주일 뒤에는 각각 42%와 56%로 순서가 바뀌었다. 시간이 지난 뒤 더 많은 내용을 기억한 쪽은 스스로 떠올려 보는 연습을 한 경우였다.
학교 현장에서도 인출 연습의 이점이 확인됐다. 푸자 아가르왈 등의 연구진이 2021년 발표한 문헌검토는 총 5,374명의 자료가 포함된 50개 실험을 분석해 여러 교육 단계와 교과에서 학습상 이점을 확인했다.
가정에서 복습을 도울 때도 ‘읽은 횟수’만으로 공부가 끝났다고 판단하기보다, 아이가 ‘기억을 꺼내 볼 시간’을 마련해볼 만하다. “어떤 내용이 기억나니?” 하고 물으며 아이의 설명을 기다려보는 것이다. 이때 막히는 부분은 다음에 함께 살펴볼 곳이 된다.
◆ 말이 막힌 아이에게는 조금 작은 질문을
그렇다고 처음부터 “읽은 내용을 모두 설명해 봐”라고 할 필요는 없다. 초등학생에게는 떠올릴 수 있도록 도움의 크기를 조절하는 일이 중요하다.
카피크 등의 연구진이 2014년 발표한 초등학생 대상 연구에서 아이들에게 과학 지문을 읽고 자유롭게 기억해 쓰도록 했을 때, 충분한 내용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4일 뒤 검사에서도 학습 방법 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세 번째 실험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떠올려야 할지 알 수 있도록 지문 내용에 관한 질문 다섯 개를 제시했다. 아이들은 먼저 지문을 보면서 답을 찾고, 이어 지문을 보지 않은 채 같은 질문에 다시 답했다. 질문을 길잡이 삼아 읽은 내용을 기억에서 꺼내 보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연습한 뒤에는 질문의 도움 없이 지문에서 기억나는 내용을 적게 했다. 그 결과, 질문에 답하며 연습한 아이들이 비슷한 시간 동안 지문을 다시 읽은 아이들보다 더 많은 내용을 떠올렸다. 연습 직후 실시한 검사에서 나타난 차이다.
이처럼 초등학생의 복습을 도울 때 눈여겨볼 대목은 ‘질문의 역할’이다. 아이가 기억을 더듬어 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질문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가정에서 적용한다면 질문의 범위를 조금 좁혀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 교과서의 한 부분을 읽은 뒤 “이 글에서 물이 증발하는 조건은 무엇이었지?” 하고 묻는 식이다. 답하기 어려워하면 핵심어나 그림을 함께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을 다시 읽은 뒤 책을 덮고 답해볼 수도 있다.
이때 아이가 잠시 멈췄다면, 부모도 속도를 늦춰볼 만하다. 질문이 너무 넓지는 않았는지,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더 필요한지 살펴보는 것이다. 떠오르는 만큼 이야기할 수 있게 질문을 작게 나누는 일도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도움이다.
◆ 다시 펼쳐보는 것까지가 복습
답해본 뒤에는 다시 책을 펼쳐 확인해 보자. 아이가 떠올린 내용과 책의 설명을 나란히 살펴보면 잘 기억한 부분과 빠뜨린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부모는 “이 부분은 책에서 어떻게 설명했는지 같이 볼까” 하고 확인을 도울 수 있다.
이때 빠진 내용을 부모가 모두 설명해 주기보다, 아이가 해당 부분을 찾아 읽고 자기 말로 다시 이야기해 볼 기회를 주면 어떨까. 앞서 막혔던 질문에 다시 답해 보며 무엇을 보충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확인한 내용은 다음 복습에서도 짧게 꺼내볼 수 있다. “지난번에 같이 찾아본 내용이 뭐였지?”처럼 앞서 나눈 이야기를 다시 묻는 식이다. 학습과학 연구자들도 중요한 내용을 시간을 두고 다시 떠올릴 기회를 마련하도록 권한다. 복습 간격은 배운 내용과 아이가 기억하는 정도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책을 덮고 말이 막히면, 그 부분부터 함께 살펴보면 된다. 질문을 조금 좁히고, 떠오르는 만큼 답하고, 책에서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그날 아이가 “여기는 다음에 다시 봐야겠다”고 짚은 부분은 다음 복습을 시작할 자리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