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피해응답률 2.9%…초등 5.7%로 중학교 2.3%·고교 0.8%보다 높아
- 같은 반 48.2%·학교 안 69.6%…일상적인 또래관계 변화에 주목
“학교 가기 싫어.” 평소와 달리 이런 말을 자주 하거나 친구 이야기를 피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고민하게 된다. 친구와 잠시 다툰 것인지, 학교에서 부모에게 말하지 못한 일이 생긴 것인지 겉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최근 발표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는 특히 초등학교 단계의 피해응답률이 다른 학교급보다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실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2.9%였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5.7%, 중학교 2.3%, 고등학교 0.8%였다. 초등학교 피해응답률은 전년 5.0%에서 0.7%포인트 높아졌다. 이번 조사의 초등학교 대상은 4~6학년이며,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직접 답하는 자기보고 방식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피해응답률을 학교폭력으로 최종 확인된 사건의 실제 발생률과 같은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같은 반·학교 안·쉬는 시간…폭력은 ‘일상’ 가까이에 있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피해가 발생한 관계와 장소다. 피해를 준 학생은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이 48.2%로 가장 많았다. 피해 장소는 학교 안이 69.6%를 차지했고, 피해 시간은 쉬는 시간이 29.8%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학교폭력이 특별한 장소나 낯선 관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매일 만나는 친구와 교실, 복도, 쉬는 시간 같은 익숙한 학교생활 속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이 37.8%로 여전히 가장 많았다. 다만 집단따돌림은 17.1%, 신체폭력은 15.7%로 전년보다 각각 0.7%포인트, 1.1%포인트 비중이 높아졌다. 최근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끼리 싸움을 붙이거나 이를 촬영·유포하는 이른바 ‘야차룰’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폭력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번 조사만으로 이러한 현상이 신체폭력 비중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부모가 볼 것은 하나의 ‘신호’보다 이어지는 변화
부모가 살펴야 할 것도 특정 행동 하나보다 평소와 다른 변화가 이어지는지 여부다. 갑자기 등교를 심하게 꺼리거나 학교와 친구 이야기를 피하고, 가까웠던 친구와의 관계가 달라진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 짜증이나 불안이 눈에 띄게 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 소지품 분실 등이 계속된다면 학교생활에서 달라진 일이 없는지 살펴볼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런 모습 하나만으로 학교폭력 피해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친구와의 일시적인 갈등이나 학업 스트레스, 성장 과정에서도 비슷한 변화는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의 신호’를 찾아내는 것보다 아이의 평소 모습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고, 그 변화가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변화가 계속된다면 상황을 미리 결론짓고 캐묻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도록 듣는 것이 먼저다. “누가 괴롭혔어?”라고 답을 정해 묻기보다 “요즘 학교생활에서 전과 달라진 일이 있니?”처럼 아이가 설명할 여지를 남기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피해가 확인되거나 변화가 지속된다면 담임교사와 상황을 공유해 학교에서 관찰된 모습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피해응답률이 다른 학교급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가 모든 또래 갈등을 학교폭력으로 의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학교폭력이 아이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에게 필요한 것도 특별한 신호를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평소 아이의 학교생활과 친구관계에 관심을 두고, 아이가 필요할 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관계를 열어두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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