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생성형 AI는 청소년에게 학습과 정보 검색을 돕는 도구를 넘어 고민을 털어놓는 대화 상대로 확장됐다.
- AI와 대화한다는 사실만으로 의존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답변을 그대로 믿거나 중요한 판단을 맡기는지는 살펴봐야 했다.
-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대화를 확인하는 감시보다 아이가 AI를 어떻게 믿고 활용하는지 묻는 대화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아이들에게 학습을 돕는 도구를 넘어 고민을 털어놓는 대화 상대로도 자리 잡고 있다. 정보를 찾고 글을 다듬는 것뿐 아니라 힘들거나 우울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데도 AI를 활용한다. AI는 시간에 상관없이 답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해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가 AI와 편하게 대화한다는 것과 그 대화가 언제나 정확하고 안전하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초록우산이 지난 3월 전국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3,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4%가 생성형 AI 챗봇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용 목적은 숙제와 글쓰기, 정보 검색 등 학습과 정보 탐색이 중심이었다. 생성형 AI가 일부 학생만 사용하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청소년의 일상적인 학습 도구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이용 범위는 학습에만 머물지 않았다. 조사 대상자의 32.3%는 힘들거나 우울할 때 AI와 이야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약 절반은 AI가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언제든 반응하고 이용자의 말에 맞춰 공감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는 특성이 아이에게는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상대로 느껴질 수 있다. 다만 AI가 공감하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과 실제로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선택을 책임지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가 AI에 고민을 말했다는 사실만으로 과몰입이나 정서적 의존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정리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데 AI가 일시적으로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사만으로 AI 이용이 아이의 정서적 어려움을 키웠는지,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가 AI를 더 찾은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부모가 살펴야 할 것은 대화 여부보다 AI 답변을 사실처럼 받아들이는지, 학업·진로·친구 관계의 중요한 판단을 AI에 맡기는지, 가족이나 친구·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줄고 있는지다.
답변을 확인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조사에서는 20.7%가 AI가 말한 정보가 맞는지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으며, 이름과 학교·건강 상태 등 개인정보를 입력한 경험도 확인됐다. 부모는 사용시간부터 제한하기보다 “AI에는 주로 무엇을 물어보니”, “그 답이 맞는지는 어떻게 확인하니”, “힘든 일이 생겼을 때 AI 말고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니”라고 물어볼 필요가 있다. 질문의 목적은 대화 내용을 캐묻는 데 있지 않다. 아이가 AI를 어느 정도 믿고 있으며 스스로 답변의 한계를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데 있다.
안전한 AI 이용을 가정의 관리에만 맡기기도 어렵다. 국회입법조사처는 AI 챗봇의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상시 접속성이 아동·청소년의 발달적 특성과 결합할 경우 정서적 의존이나 과몰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안전설계와 사업자 책임 강화, 아동·청소년 보호체계 마련, 일상적인 보호자의 AI 리터러시 강화를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학교 역시 AI로 답을 만드는 방법뿐 아니라 답변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어디까지 활용할지 판단하는 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
아이들이 AI와 대화하는 모습은 앞으로 더 자연스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모든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거나 사용 자체를 막는 방식만으로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아이가 AI와 얼마나 오래 대화했는지가 아니라 그 말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중요한 결정을 맡기고 있지는 않은지, 필요한 순간 사람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다. AI를 잘 쓰는 능력은 질문을 잘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답을 의심하고 확인하며, AI가 대신할 수 없는 관계와 도움을 알아보는 힘까지 포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