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절대평가 시행 후 사교육비·참여율 모두 증가
-평가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학습 습관…부모의 시선도 달라져야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고 사교육 의존도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영어 사교육비는 꾸준히 증가했고, 학원을 찾는 학생도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교육사회학회 학술지 ‘교육사회학연구’에 게재된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이 사교육 수요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절대평가 시행 이후 영어 사교육 시장은 축소되기보다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교육부와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자료를 활용해 약 306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사교육비를 기준으로 정책 시행 전후를 비교한 결과, 절대평가 도입 발표 직후인 2015~2016년에는 영어 사교육비가 잠시 감소했지만, 실제 제도가 적용된 이후에는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일반고 학생의 영어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6년 9만 원에서 2017년 9만1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절대평가가 시행된 2018년에는 10만2000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져 2024년에는 15만7000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일반고 학생 가운데 영어 사교육을 받는 비율은 2017년 35.3%에서 2018년 38.1%로 상승했고, 2024년에는 48.8%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절대평가가 학생 모두에게 같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하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는 일부 줄었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안정적으로 1등급을 확보하기 위해 오히려 사교육을 강화하면서 학습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2026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이른바 ‘불영어’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절대평가 체제에서도 시험 난도가 높아지면 1등급을 받기 위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수밖에 없고, 그 불안감이 사교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사교육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입시제도와 학교 교육, 사교육 시장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사교육을 선택하기보다 아이의 현재 학습 수준과 학습 습관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평가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절대평가라고 해서 영어 학습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단기간에 점수를 끌어올리는 방식보다 꾸준한 독해와 어휘 학습, 자기주도적인 공부 습관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