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 “초1·2 수업시간 OECD 비교 평균보다 234시간 적어”
-이른 하교가 학원·조부모 돌봄으로 이어져…학교·지역 돌봄 재설계 필요
초등학교 입학은 돌봄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돌봄 공백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아이는 이른 오후에 하교하지만, 부모의 일과는 아직 끝나지 않는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취학 전에는 오후 늦게까지 기관에 머물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이른 하교를 맞는다. 그 빈 시간은 학원과 조부모 돌봄, 부모의 근무 조정으로 메워지는 경우가 많다.
국회 산하 연구기관인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2일 발간한 정책 분석 자료 「학령기 인구급감기 초등학교 저학년의 짧은 수업시간과 돌봄 공백」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교 전 학년 평균 연간 수업시간은 655시간으로 OECD 비교 평균보다 190시간 적었다. 특히 초1·2학년군은 581시간으로 OECD 비교 평균 815시간보다 234시간, 28.7% 적어 격차가 가장 컸다.
다만 이 수치를 단순히 ‘학습시간 부족’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국가별 교육과정과 수업시간 산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지, 하교 이후의 시간을 누가 책임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지표로 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현실은 한국 초등교육이 만들어진 과정과도 맞물려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1950년대 의무교육 도입 당시 학교와 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 학령아동의 취학을 우선한 결과 짧은 수업시간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학교 신설과 학령인구 감소로 교실 부족은 완화됐지만, 총 수업시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통계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초등 입학을 앞둔 가정에서는 곧바로 하루 시간표의 문제로 다가온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A씨도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하교 이후 시간을 메울 방법을 찾아야 했다. A씨는 태권도 학원을 먼저 알아봤고, 입학 뒤에는 조부모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태권도와 미술, 피아노 학원을 이어 보내는 방식으로 오후 시간을 채웠다. 그는 “회사에서도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육아휴직을 고민하거나 신청하는 동료들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등 저학년 학원은 공부 공간이기 전에, 하교 이후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돌봄 장치가 되기도 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초1·2 사교육 참여율이 약 84~86% 수준이며, 초1 학부모가 사교육 목적을 ‘보육’으로 든 비율이 일반교과 33.9%, 예체능 42.6%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초등 저학년 사교육을 단순한 선행학습 경쟁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의 늘봄학교 확대도 결국 이 오후 공백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메우려는 시도다. 2026년부터는 기존 늘봄학교를 ‘온동네 초등돌봄·교육’ 정책으로 발전시켜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돌봄을 제공하는 체계가 추진되고 있다. 다만 국회미래연구원은 초등 저학년 돌봄이 전담 법률 없이 고시 기반으로 운영돼 정책 연속성이 취약하고, 강사 수급과 학교별 운영 편차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수업시간 확대는 이 공백을 정규 학교 시간 안에서 줄여보자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초1·2 수업시간을 OECD 비교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연간 234시간, 수업일 190일 기준 단순 환산으로 하루 1시간 이상을 추가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해법을 정규수업 확대 하나로 좁히기는 어렵다. 추가 시간이 일반 교과수업 확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아동의 휴식권과 교원 부담 논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의의 초점은 “수업을 더 늘릴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초등 입학과 동시에 줄어드는 보호시간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어떻게 나눠 맡을지, 그 시간을 누가 책임지고 어떤 내용으로 채울지에 있다.
입학기 오후 공백을 줄이려면 늘봄학교 보완, 전담인력 배치, 아동의 놀이·휴식권 보장을 함께 고려한 초등 저학년 돌봄 체계가 필요하다. 학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한 시간표를 각자 알아서 메우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하교 뒤에도 안전하게 쉬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준을 사회가 함께 세워가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