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콘텐츠는 넘쳐난다. 유명 강사의 강의를 클릭 몇 번이면 들을 수 있고, AI는 학생의 취약 단원을 분석해 맞춤 문제까지 추천한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은 줄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아이가 끝까지 공부를 지속하지 못하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사교육 시장이 단순 강의 판매에서 학습 관리와 코칭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배경이다. 특히 학생 개개인에 맞춘 ‘1:1 관리 시스템’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둔화됐지만, 이는 학령인구 감소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4000원으로 사상 처음 60만원을 넘어섰다. 시장 규모 자체보다 학생 한 명에게 집중되는 지출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인강 시대 이후 ‘AI 관리형 학습’ 부상
과거 사교육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유명 강사와 콘텐츠였다.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 이투스 등 대형 인강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반복 수강 시스템으로 시장을 키워왔다. 정보 접근성만 놓고 보면 지금 학생들은 어느 세대보다 풍부한 교육 자료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좋은 강의와 실제 학습 성과는 별개”라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완강까지 이어가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부족하면 성적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틈을 빠르게 파고든 것이 AI 기반 관리형 학습 서비스다. 단순히 영상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학생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전담 선생님이 학습 습관과 생활 패턴까지 점검하는 방식이다. 밀당PT는 AI 분석과 관리 시스템을 결합해 내신 완강률을 높였다고 밝히고 있으며, 콴다과외 역시 AI 기술 기반의 1:1 비대면 과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장의 경쟁 기준도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얼마나 공부를 지속시키느냐’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형 과외의 성장
과외 시장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김과외와 숨고 같은 플랫폼은 지역 제한 없이 강사를 비교·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학부모들의 고민은 커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단순 학력이나 경력만으로는 우리 아이와 맞는 선생님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사의 성향, 관리 스타일, 소통 방식까지 고려해야 하면서 단순 연결을 넘어선 ‘1:1 맞춤 관리’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제학교·예체능까지…‘초세분화’된 전문과외 시장
최근 전문과외 시장의 특징은 초세분화다. 과거에는 수학·영어 정도로 구분됐다면 지금은 국제학교 전문, IB·SAT·AP 전문, 예체능 입시 전문, 자기주도 학습 관리형 등으로 시장이 빠르게 쪼개지고 있다. 국제학교 전문과외 브랜드 퍼스트튜터는 SAT·AP·IB 등 100여개 과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이비리프와 IB Master 등 IB 과정 특화 서비스도 성장 중이다.
예체능 전문과외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단순 취미 레슨을 넘어 입시와 포트폴리오, 실기 관리까지 요구되면서 전문 플랫폼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월클플레이는 국내 최초 예체능 전문가 매칭 플랫폼을 표방하며, 출시 4개월 만에 1,000여 명의 전문가를 확보했다. 예핏클래스(Yefit Class)는 예체능 입시 전문 관리 플랫폼으로, 학과 선생님 매칭과 목표 대학별 실기 전형 분석을 제공한다.
초중고 내신 및 입시 전문과외는 여전히 수요가 가장 큰 영역이다. 상상코칭은 누적 회원 수 100만 명을 기록하며 이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전원 청소년 코칭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강사진이 학생의 성향을 분석해 1:1로 매칭되고, 단순 문제풀이보다 학습 습관과 자기주도 역량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학부모가 실제로 사는 건 ‘강의’보다 ‘안심’
결국 학부모들이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강의 자체보다 ‘안심’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지역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66만3000원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현장에서는 “학원은 보내는데 성적은 그대로”, “혼자서는 끝까지 하지 못한다”,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을 모르겠다”는 고민이 반복된다. 콘텐츠 부족의 시대가 아니라, 콘텐츠를 소화하게 만드는 관리 역량의 시대라는 의미다.
다만 이런 흐름이 새로운 교육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리형 전문과외 상당수는 월 수십만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월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와 3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 격차는 3배 이상 벌어진 상태다. ‘1:1 관리 교육’ 자체가 하나의 프리미엄 서비스로 굳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교육 시장의 다음 스텝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교육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의 습관과 동기, 멘탈까지 관리하는 종합 코칭 역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역할은 더 세밀한 관리 영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사교육 시장은 더 많은 문제를 푸는 경쟁이 아니라, 누가 학생을 끝까지 공부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두고 경쟁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