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이해가 어려운
학생을 위한 편지
박지승 선생님
한 학생에게 수학 개념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학생의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전 시간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도 되고 할 만하다고 느꼈는데, 오늘은 개념을 이해하는 게 좀 어려웠나 봅니다.
학생마다 다르겠지만, 공부를 하다 보면 받아들이기 쉬운 개념도 있고,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는 개념도 있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를 수도 있고, 어떤 학생은 느릴 수도 있죠. 앞선 학생은 수학 개념을 하나 배울 때마다 이해가 안 되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답답해 하던 친구였습니다. 제가 역사와 사회를 참 어려워했던 것처럼, 이 학생에게는 수학이 어려운 과목이었던 거죠.
그래서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자기 자신에게 혹독한 그 학생에게 제 경험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선생님도 심리 공부를 3년째 하고 있는데, 같은 말을 여러 번 듣고는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고 있어. 너도 비슷해. 사람마다 잘하는 영역은 쉽게 잘할 수 있겠지만, 잘하지 못하는 부분은 다른 사람에 비해 시간과 반복, 연습이 필요한 게 당연한 거야.”
“그러니 한 번에 이해가 안 된다고 너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선생님이 옆에서 네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얘기해 줄 거야.”
세상에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게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이를 도와줄 수 있는 다양한 타인이 존재합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책하지 말고, 힘이 들 때는 쉬기도 하고, 주변의 도움도 받으며 하나씩 해 나가면 됩니다. 이 학생이 바로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저는 묵묵히 옆에서 도와주려 합니다. 분명 ‘할 수 있는’ 학생이라 믿거든요.
‘공부 착각’으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
송승훈 선생님
학생부교과전형을 준비하며 내신 관리와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추기 위한 중요한 핵심 전략은 결국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통해 학습량을 절대적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나의 ‘공부 착각’에 대한 고민입니다.
학습(學習)이라는 단어는 하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學)과 습(習)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학(學)’은 배움을 뜻합니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학교나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인터넷 강의를 보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하죠. 많은 학생이 이 ‘학’의 과정에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습(習)’입니다.
‘습(習)’이라는 한자는 ‘새가 날갯짓을 익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입니다. 이는 배운 내용을 반복하고 익혀서 ‘나만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즉, 학습의 완성과 심화 과정이 바로 ‘습’인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 특히 원하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어릴 때부터 ‘듣는 공부’에 익숙해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우리 뇌는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학습하지 못합니다. 배운 것을 익히고 자신의 것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지식은 단지 지나가는 정보에 불과합니다.
‘듣는 것이 곧 공부’라는 착각은 학생들뿐 아니라 학교와 학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런 잘못된 믿음을 가진 학생들은 공부를 ‘재능’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되고, 결국 자신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석·박사 과정처럼 학문의 깊은 영역에 들어가면 재능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수준의 공부는 재능보다는 노력의 영역이라는 것이 제 경험에 비추어 본 명백한 사실입니다.
공부를 재능으로 단정 짓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누구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나아가면 분명히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노력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