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코칭 진학전략연구소
이경아 수석 연구원
작년, ‘가천대-카카오 엔터프라이즈 계약학과 신설’ 뉴스와 함께, 관련된 정말 많은 상담 문의를 받았습니다. 특히 2022~23년, 고려대와 연세대를 필두로 기존 계약학과에서 모집 인원을 늘리거나 다른 계약학과가 신설되는 등, 현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 계약학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학과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많아지는 걸까요?
계약학과란 무엇인가?
계약학과는 산업체의 다양한 인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산학협력교육의 일환으로 2003년 도입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맞춤식 직업교육체제(Work to school)를 대학의 교육과정에 도입해, 산업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거나 소속 직원의 재교육 및 직무능력향상을 위해 산업교육기관(대학)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산업체 등과 계약해 설치, 운영하는 학부 및 학과를 말합니다.
특히 계약학과는 입학과 함께 학비 지원, 기숙사, 해외연수, 인턴 체험 등 다양한 혜택과 함께 졸업 후 바로 취업 등 수많은 장점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한 번쯤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학과에는 어떤 게 있나요?
계약학과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는 졸업생을 채용하는 조건으로 기업이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고, 학생들은 기업에 맞는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유형입니다. 이른바 대기업 취업이 가능한 ‘반도체 계약학과’가 대부분이고, ‘기업체 취업형’이라고도 불리며 학과 졸업 후 해당 기업에서 일정 기간 근무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학과가 삼성전자와 계약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인데요. 앞서 소개한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와 계약한 가천대 클라우드공학과와 함께, 해당 유형 계약학과가 해당 학교의 타 학과보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고 생각해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2025학년도 대입의 경우,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는 전국 14개교에서 1,000명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기에, 수험생들은 이에 맞게 서류와 면접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평소 관심사와 진로의 방향은 물론, 취업에 대한 준비 상태와 열정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합격에 유리할 것입니다.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유명한 대학임은 물론, 대기업 채용 조건이라 특히 선호도가 높은 유형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막상 원서를 쓰는 시기가 되면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우선 전공이 ‘반도체공학’ 쪽으로 제한되고, 또 학부과정도 기업의 요구에 따라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만약 학생이 원하는 공부가 있다면 꽤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는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확정됩니다. 입학 후 1학년 때 대학에서 집중 교육을 받고, 2학년부터 정식 채용 계약을 진행하며, 3학년이 끝나면 졸업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맞춤형 현장실무능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학비 일부를 부담하고, 대학은 기업 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개발, 운영하는 유형입니다.
즉, 재직자가 되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과로, 취업과 학위 취득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요. 원서 접수 시 발표되는 기업 리스트에 따라 학생이 학과와 기업을 선택하고, 서류 심사 및 기업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게 됩니다. 앞선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와 달리, 매년 참여기업이 달라진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는 2018년부터 시작되어 현재 전국 18개 대학, 68개 학과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 대학별로 3~4개의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대학원 과정도 신규 개설되었습니다. 바이오, 게임, 반도체, AI, 콘텐츠와 관련된 학과, 기업이 많은 편입니다.
해당 유형에서 가장 많이 질문해 주시는 게 ‘회사를 선택할 수 있냐’라는 점인데요. 입학 전에 원하는 기업을 선택, 지원하고 선발하는 방식(가천대, 한양대(ERICA), 국립 목포대 등)과 입학 후 계약된 회사 중 랜덤으로 선발하는 방식(한국공학대, 순천향대, 부산대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군 의무복무형 계약학과
군 의무복무형 계약학과는 군과 협약을 통해 군 장학생 기반으로, 졸업 후 장교 임관까지 가능한 전문적 지식과 덕성을 겸비한 육해공군의 기술 장교 육성을 목표로 합니다. 합격생 전원에게 등록금 전액을 국군에서 지급하고, 학부 4년에 졸업 후 의무복무 3년을 더해 총 7년간(조종병과는 13년) 의무복무를 해야 합니다. 다른 군사학과와 동일하게 장교로 임관하지만, 병과가 지정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 유형을 대표하는 학과로는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6개 대학에서 수시 및 정시 모두 모집하고 있으며, 체력검정과 군 면접이 진행됩니다. 대학별로 대우나 특전이 상이하니, 모집 요강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지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교육형 계약학과
재교육형 계약학과는 기업의 직원들이 업무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대학에서 교육을 받는 학과입니다. 기업에서 교육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고,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됩니다. 수험생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을 수도 있으나,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바로 취업한 졸업생에게는 이러한 재교육형 계약학과도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보이는 계약학과지만, 그 단점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퇴사, 편입 및 전과 등이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데요.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돌아서는 수험생 대부분이 위와 같은 이유로 지원에 부담을 느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조기 취업형의 경우, 1학년 때 학교에서 이론 및 실무 수업을 이수해야 하는데, 거의 풀 타임 수강은 물론, 계절학기까지 모두 수강해야 기준 학점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스케쥴이 빡빡한 편입니다. 군 휴학을 제외하면 휴학도 어려운 편이라 조금 느긋한 대학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계약학과는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기에, 취업과 관련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보내게 된다는 점과, 대부분 학비 전액 혹은 일부 지원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는 점 등의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의 적성과 진로가 잘 맞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전형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