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중심에서 한국의 패션을 알리다

48_커로

김광훈 수석 연구원
(상상코칭 진학전략연구소)

패션 잡지의 편집장이 되고 싶은 아이

 “상상이는 혹시 정해 놓은 학과가 있니?”

 “아뇨, 딱히 없어요.”

 “그럼 혹시 좋아하는 건 무엇이 있을까?”

 “저는 패션 좋아해요.”

 “패션? 패션 디자인?”

 “아뇨. 디자인은 아니고,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패션 잡지의 편집장 같은 일을 하고 싶어요.”

flat lay photography of opened book

 어느 날, 패션에 관심이 있고, 훗날 패션 잡지의 편집장이 되고 싶다는 아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부모 모두 해외에서 일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고, 명확한 꿈이 있는 아이였지만, 진학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다면 좀 더 패션에 대한 섬세한 시각을 가질 순 있겠지만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광고나 마케팅을 전공하기에는 훗날 패션의 중심이라 불리는 유럽에서 일하는 것과 거리가 있어 보였죠.

 “그럼 유럽의 언어를 하나 정해서 공부해 보는 건 어떨까? 언어에는 문화가 녹아 있으니 훗날 일하고 싶은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광고나 경영 계열을 복수전공 하는 거야.”

 “음, 영어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니까 빼고, 그럼 어떤 언어가 좋을까요?”

 “패션 하면 떠오르는 국가인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도 있고, 유럽에서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로는 독일어가 있지.”

 아이는 고민한 뒤 독일어를 공부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여태 쌓아온 생활기록부의 내용이 있어 조금 더 ‘문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독어독문학과나 유럽문화학부 같은 계열에 포커스를 맞춰 보기로 했습니다.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곳으로는 성균관대(독어독문), 중앙대(독어독문), 숙명여대(독일언어문학), 서울여대(독일어문화콘텐츠전공), 성신여대(독어독문), 건국대(글로벌비지니스학과), 동덕여대(유러피언스터디즈학부), 덕성여대(글로벌융합학부), 홍익대(독어독문), 서강대(독일문화전공), 고려대(독어독문학과) 등이 있었죠.

선택과목을 결정하다

 “이런 계열의 학과에 진학하려면 관련 있는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데, 어떤 과목을 생각하고 있니?”

 “일반 선택에서는 화학, 생명과학, 독일어1, 사회문화 등을 선택하고, 진로 선택에서는 미술창작, 수학과제탐구, 영어권 문화, 여행지리, 사회문제 탐구, 화학2, 독일어2 등을 선택했어요.”

 아이는 학과와 연관성이 높은 과목으로 선택과목을 잘 선택했습니다. 이외에도 저는 전문교과에 독일어 회화, 독일어권 문화, 국제경제, 사회과제연구, 지역 이해와 같은 과목들도 있다고 소개해 줬습니다.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화학 과목을 선택했는데, 과목이 어려워 점수를 얻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었죠.

 해당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들어 성적을 얻기 좋은 다른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최근의 대입에 있어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과전형에도 세부특기사항이 반영되는 대학이 늘고 있고,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과와 연계성이 있는 과목을 선택했는지의 여부도 상당히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적의 불리함이 있더라도, 필요한 과목을 선택한 것은 잘한 것이라 대답해 주었습니다.

 “선생님, 그럼 대학에서는 어떤 걸 배우나요?”

 “대학에서는 독어 발달사, 독일 문화사, 독일어 회화, 번역 연습, 유럽 기술 문화의 이해, 유럽 문화와 비즈니스 환경, 독일 문학사 등의 과목을 배우게 될 거야.”

 “심화 과목과 다양한 분야를 연계해서 배우네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부분 학생은 선택과목을 생각할 때 교육부의 예시 또는 대학에서 선택과목에 대한 예시를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들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육부의 예시나 대학에서 제시하는 예시는 말 그대로 예시입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필수과목이 있을 수도 있지만, 모든 예시 과목이 모두 필수는 아니라는 뜻이죠.

 선택과목에서의 유불리는 과목의 이름이 아니라 선택과목을 수강하는 과정에서 그 학생의 활동이 세부특기사항에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자신이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들었다거나, 그렇지 못 했다는 것만 가지고 유불리를 판단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수행평가

 “화학 수행평가가 있는데, 화학의 분자 단원과 자신의 진로를 연결 지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데, 어떻게 하죠?”

 아이는 목표를 차근차근 준비하던 중, 꽤나 어려운 수행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주제에 알맞은 소재를 찾는 게 급선무였죠. 이럴 때는 최근 이슈가 된 뉴스나 일상 속 경험을 소재로 삼는 게 좋은데요. 문득 얼마 전 본 섬유 스프레이와 관련된 뉴스가 떠올라 아이에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스프레이 안 액체가 다른 물체에 분사되면 옷감으로 변하는, 화학과 패션이 만난 아주 적절한 소재였죠.

 “음, 그러면 이 신문을 보여주면서 소개를 해 주고, 분자 단원과 연결 지어 휘발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분해되며 섬유가 고정되는 원리를 분석해 보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쓰면 될 것 같네요!”

 아이는 관련 기사를 보고 금방 보고서 작성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보고서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과 단원과 연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원리나 이론에 대한 더 기본적인 탐색과 활용에 대해 탐구하는 내용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팁과, 자료를 보충할 수 있는 도서를 추천해 주었고, 성공적으로 화학 수행평가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진로와 연결된 보고서를 작성해, 영어로 발표하는 영어 수행평가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언어 과목인 만큼, 진로의 특징과 언어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죠. 고민하던 아이는 문득,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렸습니다.

 “최근 영어 수업 시간에 글자 자체가 가지는 전달력에 관한 지문을 해석하고, 분석한 적이 있는데, 이걸 소재로 삼으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폰트의 크기나 폰트 그 자체가 가지는 전달력을 서로 비교해서 분석하는 거예요!”

 “참 좋은 생각인데? 거기에 관련된 설문지를 만들어 같은 학년이나 반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 결과로 통계까지 낸다면 확률과 통계 과목도 연계할 수 있겠다.”

 이후 아이와 저는 같은 내용이지만 폰트가 다를 때, 같은 폰트지만 크기가 다를 때, 같은 내용, 폰트지만 색이 다를 때 등, 발표를 위한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설정하였고, 깊이를 더하기 활용할 수 있는 도서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의 진로를 잡고, 관련 교과에 대한 내용과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부의 일부를 채우는 과정을 간단한 대화와 글을 통해 보여드렸습니다. 글로 표현하니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긴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입니다.

 학생의 진로부터 학생부의 전반적인 부분은 모두 연관되어 있습니다. 직업적 연관성이 있는 학과가 직접적으로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학생의 다양한 활동에서 어떻게 표현이 되는가에 따라 대학의 진학에 있어 학생과 학과의 필요성 또는 연관성이 다른 게 보여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하고 폭넓은 사고를 보여주면서 연결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느 하나를 버리거나 가볍게 생각하고 무시하면 절대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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