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작가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부모의 말》
“조용히! 뛰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너 이 녀석, 집에 가서 보자!”
식당에서 식사를 방해할 정도로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면, 누구라도 화가 난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부모에게 “참지 마세요.”라고 조언한다. 이때 내 조언을 ‘화를 마음속에 쌓아 두지 말고 표현하라.’라는 말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의 의도는 ‘아이를 향하는 모든 신경을 차단하라.’는 뜻이다. ‘무엇인가를 참는다’는 것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언제 분노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인 셈이다.
화를 마음에서 멀리 내보내야 한다. ‘참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내가 이런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내 감정에 졌다.’
‘타인을 의식하고 있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아이를 조용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설령 내 말을 듣고 아이가 잠시 조용해졌다 할지라도, 식사를 하는 내내 나는 그 아이에게 ‘또 시끄럽게 굴면 어떻게 하지?’ 하고 신경을 쓰게 된다. 또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에게 화가 날 수도 있다. ‘저 부모는 대체 아이를 왜 이렇게 멋대로 기르는 거야!’라고 말이다.
이것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으니, 아이가 공중도덕을 모를 수밖에 없지.’라고 생각하고, 내 마음에서 그 상황을 지워내야 한다. “이게 다 너를 위한 말이란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시끄럽게 구는 건 예절에 어긋나는 거야.”라고 아이에게 조언할 필요도 없다. “자랑은 아니지만”이라고 시작한 말이 언제나 자랑으로 끝나는 것처럼, “너를 위한 말이다.”라고 시작한 조언도 결국 ‘분노를 교육으로 포장해 어떻게든 지적하고 싶은 부모의 욕심’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에 따라 주의를 줄 필요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내 소중한 시간을 타인에게 빼앗기지 마라. 식당에서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아이와 부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정말 주고 싶다면, 오히려 나 자신에게 철저해지는 것이 더 좋다.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그들 앞에서 기품 있게 식사를 즐기는 근사한 모습을 보여 주자. 사람은 잘 모르는 누군가의 조언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말이 아닌 행동은 그대로 보고 배운다.
말은 행동을, 행동은 내 삶을, 내 삶의 변화는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우리는 작은 행동 하나로 수많은 사람의 가치관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 그보다 더 멋진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분노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는 부모의 모습을 본 내 아이가 저절로 최고의 가치관 교육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가치관 변화는 결국 부모의 삶을 통해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품이 넘치고, 긍정적이고, 밝고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그럼 한 가지만 기억하라. 다음 문장을 부모가 먼저 소리 내어 읽고, 필사해 보자.
“부모가 자기 삶을 귀하게 여기며 정성을 다할 때,
아이의 모습도 부모가 원하는 그 모습으로 변한다.”
부모와 아이의 삶에 기품을 불어넣어 줄 한 사람을 소개한다. 그 주인공은 세계적인 배우 오드리 헵번이다.〈로마의 휴일〉과〈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수많은 영화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그녀이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1954년부터 국제구호단체인 ‘유니세프’를 통해 꾸준히 돈과 마음을 기부하며 어려운 사람의 손을 잡아준 행동이 그녀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에는 UN의 주도하에 그녀의 선행을 기리기 위한 ‘오드리 헵번 평화상’을 제정할 정도로 그녀는 필사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 오드리 헵번의 어머니는 그녀가 어릴 때부터 절대 잊지 말라고 당부하며 몇 가지 조언을 남겼다.
다음 글을 아이와 함께 번갈아 가며 읽으면 좋다.
첫째, 친절하라.
친절은 가장 좋은 매너다.
언제나 다른 이에게 친절해야 한다.
둘째, 시간을 철저히 지켜라.
늘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먼저 생각해라.
셋째, 경청하라.
남들에게 네 이야기를 많이 하지 마라.
중요한 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넷째, 바른 자세를 유지하라.
똑바로 서고, 몸을 곧게 세워 앉아라.
그리고 술과 사탕을 절제하라.
자제력을 잃는 것은 좋지 않다.
다섯째,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발견하라.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라.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끄는 데 집착하지 마라.
이런 조언이 오드리 헵번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훗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머니의 인생관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러자 그녀의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내 딸이 재능을 가꾸는 데 해 준 일은 없다. 단지 자기 삶과 존재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했을 뿐이다.”
자부심은 곧 기품으로 이어졌다. 전쟁 때문에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오드리 헵번이 삶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 수 있었던 모든 힘은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오드리 헵번은 전쟁 당시 심정을 이렇게 고백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우리의 삶이 있었고, 그것만이 중요했다.”
오드리 헵번의 삶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녀가 스스로 더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외모보다는 마음에 집중했다. 외모는 순간이다. 우리의 외모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을 잃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잃어가는 것에게 집착하면 삶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외모에 집착하는 것은 파멸로 가는 끈을 잡고 있는 것과 같다.
시간이 가며 오히려 빛을 발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녀는 사랑하는 아이들도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며 아래와 같은 유언을 남겼다. 이 글을 출력해서 냉장고나 책상 위에 붙여서 아이가 반복해서 볼 수 있게 하면 좋다.
오드리 헵번이 아들에게 남긴 말
1.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
2. 아름다운 눈을 갖고 싶다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3.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다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4.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다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5.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다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6. 모든 사람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병으로부터 회복돼야 하고 무지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게 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7. 그리고 기억하라. 네가 나이가 들면 너는 네가 왜 두 손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하나는 너를 위한 손이고, 나머지 하나는 남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손이다.
오드리 헵번은 혼자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의 손을 잡고 있었기에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기품이 흐르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함께’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 아무리 그 사람이 기품이 넘치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손을 잡은 두 사람의 사랑을 이길 수는 없다.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이, 세 사람 보다는 네 사람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