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심리연구소 아임 대표
임그린 코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라일리’라는 11세 소녀가 성장통을 겪는 소동을 아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인생 대부분이 기쁨(Joy)이기만 했던 아이의 뇌에서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과정이 재미있게 표현됩니다. 청소년 시기는 라일리가 영화에서 겪은 혼란스러움을 매일 겪게 되고,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과도 갈등이 커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입니다. 이 모든 일은 뇌에서 성장 호르몬과 성 호르몬 등 호르몬이 뒤죽박죽 엉키고, 전전두엽에서는 가지치기 작업(성인이 되기 전에 일어나는 뇌의 재건축 작업)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발생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접어들면 환경적으로도 변화가 많아집니다. 영화에서는 라일리가 미네소타의 어느 시골 지역에서 평온하게 지내다가 샌프란시스코라는 대도시로 오면서 혼란과 우울함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청소년들은 초등학생까지는 한 명의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의 관계가 이어지다가, 중학생이 되면 교복도 입고, 왠지 무섭기도 한데 부모님은 공부해야 한다고 학원도 더 많이 보내고, 학교에서는 과목 수도 많아지고, 시간마다 다른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들어와서 서로 다른 말을 해대니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의지할 곳은 친구들뿐인데, 서로 신경이 날카롭다 보니 초등학생 때와는 무엇인가 달라졌습니다. 혼자서 고민하기에는 모든 사안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힘에 부치기만 합니다.
이런 어려움에 직면한 청소년들에겐 힘이 될 수 있는 무언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입니다. 회복탄력성은 우리를 좌절에서 끌어내 주는 힘으로, 테니스공이 찌그러졌다가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것처럼 우리 마음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힘을 말합니다. 좌절과 고난에서도 꿋꿋하게 일어나는, 요즘 말로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회복탄력성이라는 힘이 위인처럼 어떤 특별한 사람만 가지고 태어나는, 혹은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아닌가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사람을 회복시킬 수 있는 힘, 어떤 특정 요소만 채워 주면 회복되는 힘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특정 요소를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근력’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제가 요즘 근력 운동에 좋다고 해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3개월이 지나면서 배에 힘을 주는 게 가능해지더라고요. 평소 배에 있는 근육을 사용하질 않아 힘을 줄 수 없던 제가 훈련으로 배에 힘을 주는 것, 즉 조절이 가능해진 것이죠. 마찬가지로 회복탄력성이라는 힘은 세 가지 중요한 근력을 잘 챙기게 되면 커질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감사하기를 통해 향상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의 근력, 두 번째는 단 한 사람을 통해 가지게 되는 관계의 근력, 세 번째는 나를 비교하는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생각의 근력입니다.
화가 나고 욱할 때를
대비할 수 있는 근력
첫 번째 마음 근력은 우리가 화가 나고, 욱할 때를 대비할 수 있는 근력입니다. 저는 운전할 때 자주 욱합니다. 욱하다가 욕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운전할 때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 목표인데, 하루는 끼어드는 차에 나도 모르게 욕을 퍼붓고는 아이에게 멋쩍어 사과했더니, 아이가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 봐!”하는 겁니다. 물론 저도 그래야 하는 걸 알고는 있지만, 참 쉽지 않은데요. 이럴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게 그 ‘순간을 감사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부딪치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은 “내가 저 차가 끼어드는 걸 빨리 알아차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대신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감사로 제 입을 막다 보면, 욱하는 감정이나 욕이 줄어듭니다. 그 잠깐의 순간, 찰나의 순간, 10초에서 20초 정도, 짧은 시간만 지나도 우리는 여유로운 마음 상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단 한사람을 통해 얻는
관계의 근력
두 번째 근력은 단 한 사람을 통해 얻게 되는 관계의 근력입니다. 우리가 하루를 망치는 것은 대부분 한 사람, 그 사람이 해 준 한마디 말일 때가 많습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화장도 잘 됐고, 교복도 오늘따라 날씬해 보여서 기분 좋았는데, 현관 앞에서 엄마가 “너 왜 그렇게 화장을 떡칠하고 가는 거야, 응?!” 소리를 빽 지릅니다. 그러면 오늘 하루 기분이 엉망이 됩니다. 만약 엄마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학주 선생님이 “치마가 왜 이렇게 짧아!”하며 교문 앞에서 잡아 세우면, 아침의 좋았던 기분은 다 사라져 버립니다.
반대로, 우리의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것도 어떤 한 사람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힘을 주고 격려해 주는 그 한 사람을 찾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누군가 내게 했던 기분 나쁘고, 신경을 긁는 말을 계속 되새김질하면서 자신을 괴롭힙니다. 저는 이 한 사람 매직을 경험해 보기 위해 잠자기 전, 오늘 하루 감사한 일을 떠올려 보라고 합니다. ‘체육 시간에 앞에 나가기 싫었는데 그 친구가 대신해 줬지.’, ‘점심시간에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반찬, 한 개 더 얹어 줬지.’하면서 말입니다. 만약 아무도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지 않은 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나 자신이 나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 주면 됩니다. ‘너 오늘 아침에 기분 좋았잖아, 급식 맛있는 것 나왔잖아, 오늘 숙제 다 했잖아, 오늘 친구랑 박장대소하면서 웃었잖아, 학교 지각 안 했잖아!’ 처럼요. 나 자신에게 기분 좋아질 수 있는 말을 해 주면서 어깨를 토닥여 주고, 하루를 마감하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나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생각의 근력
마지막 근력은 ‘생각의 근력’입니다. 앞에서 말한 부정적 감정이 폭발하게 되면 잠까지 망치기 일쑤입니다. 이는 뇌가 일으키는 사건·사고로, 장기 기억이 자리 잡은 시상하부와 해마가 과거에 경험했던 충격적인, 나쁜 기분을 바로 조금 전에 일어났던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실제로 오늘 들었던 나쁜 말들을 귀를 씻는 시늉이라도 해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부정적 감정이 한번 폭발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감자알처럼 줄줄이 엮어 나옵니다. 이런 부정적 감정의 첫 시작을 탁 잡아채서 정지를 시켜야 흥분했던 뇌가 다시 안정을 찾고, 원래 합리적 뇌로 돌아옵니다. 이때 자신만의 신호 같은 말, 이를테면 저는 “워워, 여기까지.”라고 말해 줍니다. 갑자기 머릿속에 펼쳐지는 수백 가지의 부정적 생각을 딱! 정지시켜야 합니다. 정지시켜야 그 생각의 노예가 되지 않습니다.
순간적으로 펼쳐지는 수백 가지의 생각에 우리 감정이 노출되면, 그 모든 것을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합니다. 사실 싸울 때 상대가 나 기분 나빠지라고 쏟아내는 말들은 모두 거짓입니다. 싸울 때 사람은 ‘아무 말’이나 쏟아내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도 나에게 그렇게 할 때도 있습니다. 기분 나쁘면 수년 전부터 내 안에 있던 모든 일들을 복기하면서 ‘넌 덜렁대잖아, 넌 공부도 못하잖아, 넌 바보잖아, 하는 일마다 안 되잖아.’와 같은 말을 쏟아내는데, 이게 아무 말입니다. 그래서 이 순간에 순식간에 펼쳐지는 나쁜 말들을 ‘정지!’하고 정지시켜야 합니다. 한 번 숨을 고르고 나면, 우리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망했어, 이젠 끝장이야.’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면, ‘다 망한 건 아냐, 한두 가지? 나아질 방도가 한 개는 있을 거야.’ 등,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나에게 해 주는 버릇을 들여 봅시다. 생각이 멈춰지지 않을 때는 밖에 나가 산책하거나, 친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잡아 끄는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자신만의 방법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 근력을 키우면 때때로 혼란스럽고, 고통이 몰려오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라일리의 뇌 속에 있던 핵심 판들이 모두 무너지고, 더 튼튼하고 정교한 판이 생기는 것처럼, 슬픔, 화, 까칠함, 불안, 기쁨이 모두 조화를 이루는, 그래서 더 튼튼한, 내구성이 있는 판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마음으로, 관계의 힘이 튼튼한 마음으로,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각을 해내는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런 멋진 인생을 살아갈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