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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 거부, 형제 갈등, 숙제 포기처럼 반복되는 아이의 행동 뒤에는 소속감과 중요성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긍정훈육의 네 가지 ‘어긋난 목표’와 다섯 가지 기준을 살펴보고, 아이의 마음을 읽으며 친절하고 단호하게 대화하는 실천법을 소개합니다.
말 안 듣는 아이, 사실은 소속감을 찾고 있습니다
윤수진 코칭심리학 박사
학부모님, 혹시 이런 마음 아니셨나요?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까요?”
초등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속으로 되뇌는 말일 것입니다. 아침마다 양치를 안 하겠다고 버티고, 동생과는 매일 싸우고, 숙제는 매번 “몰라요.”로 끝나 버립니다. 어제도 똑같이 말했는데 오늘도 같은 전쟁이 반복되죠.
그러다 보면 부모님 마음에도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변하지 않을까.”
육아서를 찾아보고, 선생님과 상담도 해 보고, 칭찬도 해 보고, 단호하게 혼도 내 봤지만 그때뿐이었던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실 거예요. ‘왜 우리 아이만 이럴까’ 싶어 마음이 작아지기도 하고요.
여기서 꼭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대부분 ‘나쁜 의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두 가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나는 이 가족 안에 안전하게 속해 있는가?”
“나는 이 안에서 의미 있는 존재인가?”
이 두 가지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때 아이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것을 되찾으려 애씁니다. 다만 그 방식이 어른의 눈에는 ‘문제 행동’으로 보일 뿐입니다.
떼를 쓰고, 반항하고, 쉽게 포기하는 아이는 사실 마음 한구석이 좌절한 아이일 가능성이 큽니다.
긍정훈육, 무엇이 다른가요?
이 관점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와 그의 영향을 받은 루돌프 드라이커스의 연구에서 출발해 제인 넬슨과 린 로트 등이 체계화한 ‘긍정훈육(Positive Discipline)’의 핵심 전제이기도 합니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학급긍정훈육법』 역시 이 이론을 교실 현장에 맞게 풀어 낸 책입니다.
긍정훈육에서는 아이의 문제 행동 뒤에는 대개 네 가지 ‘어긋난 목표’ 가운데 하나가 숨어 있다고 봅니다.
- 지나친 관심 끌기
- “나를 봐 줄 때만 내가 의미 있는 사람이야.”
- 힘의 오용
-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안전해.”
- 보복
- “나도 상처받았으니 똑같이 돌려줄 거야.”
- 무기력
- “어차피 못할 텐데, 차라리 시도하지 않는 게 나아.”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산만함, 반항, 거짓말, 포기처럼 제각각 달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늘 같은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나는 여기서
괜찮은 사람인가요?”
그래서 긍정훈육은 ‘이렇게 하면 당장 행동이 멈춘다’는 기술의 모음이 아니라, 다음 다섯 가지를 함께 실천하는 양육 태도를 지향합니다.
① 아이가 소속감과 중요성을 느끼는가
② 친절하면서도 동시에 단호한가
③ 지금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④ 존중, 문제 해결력, 책임감과 같은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가
⑤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감각을 키워 주는가
초등학생 시기에 더욱 중요한 이유
초등학생 시기는 자기조절력과 사회적 기술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아 가는 시기입니다. 친구 관계가 넓어지고 학교라는 새로운 소속 집단을 경험하면서, 아이는 “나는 여기서도 괜찮은 사람인가?”를 매 순간 확인하려 합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벌보다 소속감과 중요성을 채워 주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아이는 눈앞의 행동만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평생 이어질 자기조절 능력과 건강한 관계의 틀을 함께 배워 갑니다.
반대로 힘으로만 누르는 양육이 반복되면 아이는 ‘내 힘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몰래 하거나 포기하자’는 더 다루기 어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우리 교실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
❶ 양치를 거부하는 아이
매일 아침 같은 실랑이가 반복됩니다.
“양치해!”라고 말하면 아이는 더 크게 버팁니다.
“안 할 거야! 나 양치 싫어!”를 외치며 도망 다니는 통에 부모도 출근 준비를 미루게 되죠.
사실 이 장면은 ‘힘의 오용’에 가깝습니다. 아이는 양치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결정권이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것일 수 있습니다.
❷ 동생을 자꾸 괴롭히는 아이
엄마가 동생을 안아 주는 순간 형이 동생을 툭 칩니다. 혼이 나도 같은 행동이 반복됩니다. 부모님은 “형이 돼서 왜 이렇게 유치하게 구니.”라고 다그치지만, 형의 행동은 오히려 더 잦아집니다.
이것은 ‘지나친 관심 끌기’이거나 형이 느낀 서운함이 작은 ‘보복’으로 나타난 것일 수 있습니다.
“나도 봐 달라.”는 마음이 서툰 방식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❸ 숙제를 시작도 하지 않는 아이
“어차피 못해요. 몰라요.”라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연필을 들었다가도 한 줄 쓰고는 지우개로 모두 지워 버리기도 합니다.
이는 전형적인 ‘무기력’의 모습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시도 자체를 막아 버리는 것입니다.
세 사례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야단치고 벌을 주는 방식으로는 일시적으로 행동이 멈출 수는 있어도 마음속 결핍은 그대로 남습니다. 오히려 다음에는 더 강한 방식으로 같은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커집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긍정훈육 실천법
긍정훈육은 특별한 기술보다 부모의 작은 시선의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기 전에 먼저 그 행동 뒤에 어떤 마음이 숨어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보는 것입니다.
- 01
행동보다 마음을 먼저 읽어 보세요
아이가 떼를 쓰거나 반항할 때 ‘왜 저럴까?’보다 ‘지금 이 아이는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를 먼저 떠올려 보세요.
행동만 보면 문제처럼 보이지만, 마음을 보면 아이가 보내는 신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 02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긍정훈육은 아이에게 무조건 맞춰 주는 양육이 아닙니다. 아이를 존중하면서도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화가 날 수 있어. 하지만 친구를 때릴 수는 없어.”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행동의 기준은 분명하게 알려 주세요.
- 03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세요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가 바로 답을 주기보다 아이와 함께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해 보세요.
이 질문은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우는 출발점이 됩니다.
- 04
작은 성장도 놓치지 말고 격려해 주세요
완벽하게 달라질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모습, 스스로 한 번 더 노력한 순간을 발견했다면 그 변화를 따뜻하게 인정해 주세요.
그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는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조금씩 키워 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 성장하면 됩니다
긍정훈육은 한두 번의 대화로 아이를 금세 바꾸는 방법이 아닙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연습하며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아이의 행동 뒤에 있는 ‘소속감과 중요성에 대한 갈망’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부모의 시선이 달라지고, 그 변화는 아이와의 대화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오늘 저녁 아이에게 이렇게 한번 물어보세요.
“오늘 학교에서 가장 기뻤던 일은 뭐였어?”
“오늘 속상했던 일은 없었어?”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는 그 시간이 아이에게는 ‘나는 이 가족 안에서 소중한 사람이구나.’라는 믿음을 키워 주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윤수진 함께위드인 대표, 코칭심리학 박사
긍정훈육(PD) 에듀케이터
저서 《유·초 이음 학급긍정훈육법》, 《컬러아이덴티티》
코칭심리학 박사이자 3,000회 이상의 심리코칭 현장을 지켜 온 전문가입니다. 기업, 교육기관, 스포츠 현장을 넘나들며 아이와 부모, 개인의 마음속에 숨겨진 ‘성장할 언어’를 찾아내어 따뜻한 변화와 관계의 연결을 돕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