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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중시해 온 부모의 높은 기준과 완벽주의가 자녀의 사고방식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최적주의’ 관점에서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노력과 감정을 인정하며, 아이가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네 가지 부모 코칭 방법을 제안합니다.
성과주의 부모가 빠지기 쉬운 ‘완벽주의’의 함정
정우석 전문 코치(상담교육심리 전문)
저는 코칭 현장에서 스스로 치열하게 노력하며 성공적인 삶을 살아오신 부모님들을 자주 만납니다. 대기업 임원, 전문직 종사자, 오랜 노력 끝에 자수성가하신 사업가···. 이분들이 상담 자리에서 자주 꺼내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애가 조금만 힘들어도 금방 포기해 버려요. 끈기가 너무 없어서 걱정이에요.”
“애가 통 욕심이 없어요. 남들은 어떻게든 더 잘하려고 아등바등하는데, 우리 애는 그냥 ‘평균만 하면 되지’라는 식이에요.”
“스스로 계획을 세워 주도적으로 하는 모습이 없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다 챙겨야 겨우 움직여요.”
이런 하소연에는 부모님이 일터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신에게 적용했던 높은 기준이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자녀에게도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녀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부모의 불안도 함께 커집니다. 부모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으면 아이는 점차 자신을 ‘충분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기며 신경증적인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자녀 양육을 위해서는 완벽주의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완벽주의’에 관한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부모와 자녀가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완벽주의의 방향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완벽주의 VS 최적주의: 두 가지 삶의 방식
사실 성격을 설명하는 ‘완벽주의’라는 말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높은 기준을 세우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긍정적인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을 추구하며 자신의 가치를 오직 성과와 결과로만 판단하려는 부정적인 측면입니다.
오늘날 심리학에서는 이를 ‘현실적이고 건강한 긍정적 완벽주의’와 ‘비현실적이고 신경증적인 완벽주의’로 구분합니다. 『완벽주의자를 위한 행복 연습』의 저자 탈 벤 샤하르는 부정적인 완벽주의를 ‘완벽주의(Perfectionism)’, 긍정적인 완벽주의를 ‘최적주의(Optimalism)’라고 구분해 부르자고 제안했습니다.
‘완벽주의’는 현실을 거부하지만 ‘최적주의’는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실패와 고통스러운 감정, 그리고 성공을 어떻게 바라보고 반응하느냐에 있습니다.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
완벽주의자는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은 물론 인생 전체가 실패 없는 탄탄대로이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기에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극심한 실망을 경험합니다.
반면 최적주의자는 실패를 삶의 일부이자 성공과 밀접하게 연결된 경험으로 받아들입니다. 실패를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배움과 피드백의 기회로 삼습니다.
감정을 대하는 태도
완벽주의자는 행복한 삶은 긍정적인 감정이 계속 이어지는 상태라고 믿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반면 최적주의자는 고통스러운 감정 역시 삶의 일부임을 인정합니다. 그런 감정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삶에 대한 이해도 함께 깊어집니다.
성공의 기준
완벽주의자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높은 기준과 목표를 세웁니다. 어렵게 목표를 이루더라도 충분히 기뻐하지 못한 채 곧바로 더 높은 기준을 세우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갑니다.
반면 최적주의자는 높은 기준을 세우더라도 현실에 바탕을 둡니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는 그 성취를 온전히 기뻐하며 만족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
완벽주의자는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서 늘 불안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불안은 쉽게 지치게 만들고 결국 자신을 고립시키기도 합니다.
반면 최적주의자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큼 그곳을 향해 가는 과정도 소중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큰 성취의 기쁨뿐 아니라 일상 속 작은 감사도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완벽주의자는 부족함이나 실패가 없는 이상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모든 것을 거부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세운 비현실적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마다 자신을 괴롭힙니다.
반면 최적주의자는 삶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완벽주의는 어디서 오는가: 양육 환경과 한국 문화
부모의 기대가 아이의 기준이 됩니다
완벽주의는 타고나는 기질이 아닙니다. 대부분 어린 시절의 양육 환경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학습됩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첫째로 태어난 아이는 완벽주의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합니다.
처음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첫째에게 더 높은 기대와 기준을 적용하기 쉽고, 첫째 역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외동아이 역시 부모의 관심과 기대가 한 아이에게 집중되면서 비슷한 부담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부모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질수록 아이는 완벽주의로 인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스콧 펙(M. Scott Peck)은 베스트셀러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바치는 시간의 질과 양은 아이가 자신이 부모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는 것은 분명 사랑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부모 스스로 자신의 양육 방식을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아이의 행동을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끊임없이 교정하려 한다면 아이 안에는 완벽주의 성향이 자라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칭찬의 방식이 사고방식을 만듭니다
‘고정형 사고방식(Fixed Mindset)’과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을 연구한 캐롤 드웩(Carol Dweck) 교수팀의 실험은 부모의 칭찬 방식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드웩 교수팀은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 다소 어려운 열 개의 문제를 제시했고, 대부분의 아이가 정답을 맞혔습니다. 이후 A그룹에는 “참 똑똑하구나.”처럼 지능을 칭찬했고, B그룹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구나.”처럼 노력을 칭찬했습니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처음과 비슷한 쉬운 문제와 어렵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노력을 칭찬받은 B그룹 아이들의 약 90%는 어려운 문제를 선택했습니다.
반면 지능을 칭찬받은 A그룹 아이들은 대부분 익숙하고 쉬운 문제를 선택했습니다. 칭찬 방식 하나가 아이의 사고방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 것입니다. 캐롤 드웩의 개념을 빌리면 완벽주의자는 ‘고정형 사고방식’에, 최적주의자는 ‘성장형 사고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지능과 능력이 타고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실패를 자신의 결함으로 받아들이지만, 능력은 노력으로 성장한다고 믿는 사람은 실패를 배움의 발판으로 삼습니다.
한국 사회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한국 사회는 어릴 때부터 비교와 서열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환경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역시 상대평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데 익숙해집니다.
여기에 “옆집 아이는 몇 개월 만에 상위반으로 올라갔다더라.”, “사촌 언니는 좋은 대학에 갔는데.”와 같은 비교의 말은 아이 마음속에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심어 줄 수 있습니다.
성적과 학벌, 스펙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는 아이들이 실패를 ‘배움의 기회’가 아니라 ‘자신의 결함’으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도전을 피하며,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된 뒤에는 자신도 모르게 같은 기준과 압박을 자녀에게 전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 자녀를 위한 학부모 코칭 가이드
그렇다면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부모, 혹은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는 자녀를 둔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네 가지를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결과보다 과정과 노력을 칭찬해 주세요
“100점 맞았네, 잘했어!”보다는 “이번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구나. 그 노력이 정말 대단해!”라는 말이 아이에게 더 큰 힘이 됩니다. 아이의 지능이나 결과보다 아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 즉 노력과 태도를 칭찬해 주세요.
이것이 성장형 사고방식, 즉 최적주의의 토대가 됩니다.
실패를 함께 소화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아이가 실패하거나 좌절했을 때는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왜 그것도 못 했어?”라고 질책하기보다 먼저 아이의 감정을 받아 주세요. “많이 속상했겠다. 지금 마음은 좀 어떠니?” 충분히 마음을 들어 주고 공감한 뒤에는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그렇구나. 그런 마음이었구나. 엄마도 이해가 되네. 우리 ○○는 이번 일을 통해 무엇을 배운 것 같아?”
이 한마디는 아이가 실패를 성장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도록 돕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거울’처럼 비춰 주세요
아이가 강한 감정을 느낄 때는 조언이나 설교보다 먼저 감정을 인정해 주세요. “그랬구나. 정말 화가 났겠다.” 이처럼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비춰 주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의 강도는 크게 줄어듭니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수용되는 경험을 통해 고통스러운 감정도 삶의 일부임을 자연스럽게 배워 갑니다. 이것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부모 스스로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되어 주세요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마음이 오히려 아이에게 완벽주의를 심어 줄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충분히 좋은 부모(Good Enough Parent)’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해 주세요.
넘어질 때마다 바로 붙잡아 주기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 주세요. 그 기다림은 아이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키우는 든든한 밑바탕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자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행복입니다.
그동안 치열하게 노력하며 살아오신 부모님들께, 그리고 그 기대 속에서 조용히 지쳐 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최적주의자는 완벽함을 포기한 사람이 아닙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실패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성공의 기쁨도 실패의 고통도 모두 온전히 경험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완벽’이라는 강박에서 한 걸음씩 벗어날 때 가정에는 조금 더 따뜻하고 진솔한 대화가 시작됩니다.
아이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배우고, 부모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것이 건강한 완벽주의, 즉 최적주의자의 삶입니다. 오늘 저녁 아이에게 이렇게 말씀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 가장 힘든 일이 뭐였어? 그래도 잘 버텼네. 수고했어.”
그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따뜻한 코칭이 될 수 있습니다.

정우석 커리어 코치, 체인지그로우 대표
ICF 국제코칭연맹 PCC, 한국코치협회 KPC
저서 《변화와 성장을 위한 코칭이야기》
상담교육심리 전공자이자 진로·커리어 전문 코치로서 수많은 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함께해 왔습니다. 치열한 일터와 삶의 현장에서 퍼스널 코칭을 진행하며 얻은 인사이트로 부모들의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 주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