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더 잘 키우고 싶은데 왜 자꾸 멀어질까?
아이의 문제 행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소속감, 인정, 감사 표현의 힘

임은정 전문코치 ((사)청소년코칭심리협회)
“숙제를 왜 자꾸 미루지?”
“왜 이렇게 반항적이고, 거짓말까지 할까?”
아이의 문제 행동을 볼 때마다 부모님의 마음에는 답답함과 서운함이 쌓입니다. 하지만 그 행동들을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신호’로 바라본다면, 부모도 아이도 한결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 뒤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한 자신만 보이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 다양한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려 할 때, 아이는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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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gle아이의 문제 행동은 ‘방어기제’이자 ‘신호’이다
한 아이는 숙제를 미루며 말했습니다. “사실, 잘 못할까 봐요. 틀리면 혼날까 봐 아예 시작을 안 해요. 그럼 덜 불안해요.” 또 다른 아이는 거짓말을 하며 속으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나도 인정받고 싶어요. 혼나기 싫고,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이처럼 아이의 미루기, 짜증, 반항, 거짓말은 게으르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일 수 있습니다. 방어기제란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두려운 상황에서 마음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을 말하는데요. 부모님의 기대와 평가 속에서 상처받지 않으려 미루거나 거짓말하고, 불안을 감추기 위해 반항하는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주요 방어기제
- 투사 자신의 감정을 남의 탓으로 돌려요.
- 합리화 그럴듯한 핑계를 대어 실패의 진짜 이유를 외면해요.
- 전치 화내기 쉬운 안전한 대상에게 감정을 옮겨 풀어요.
- 반동형성 진짜 감정을 숨기려 오히려 반대로 행동해요.
- 행동화 말보다는 충동적인 행동으로 표현해요.
- 수동 공격성 겉으로는 순응하는 것 같지만, 소극적인 방법으로 저항해요.
그래서 우리는 행동 그 자체보다, 그 행동을 만들어 낸 감정과 생각을 살펴야 합니다. 이런 행동을 단순히 ‘문제’로만 본다면 아이는 더 방어적으로 굳어지고, 위축되며, 마음을 닫게 됩니다.
왜 감정과 생각을 살펴야 할까요?
– 인지행동코칭의 관점
인지행동코칭(Cognitive Behavioral Coaching)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단순하게 아이의 행동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함께 탐색하고, 그 행동을 만들어 낸 감정과 생각, 그리고 환경을 이해한 뒤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 방법입니다.
“왜 그랬어?” 대신 “그때 어떤 마음이었니? 무슨 생각이 들었니?”라고 물어보세요. 이 질문은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부모님에게 기대도 된다는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부모님이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고 수용할 때, 아이는 방어할 필요가 없어지고 변화하려는 용기를 얻습니다. 행동을 억지로 멈추게 하기보다는 그 이유를 이해해 주는 것이 훨씬 오래가고, 아이를 성장시키는 길입니다.
부드럽고 단호한 긍정 훈육
아이의 행동을 바꾸고 싶어 화를 내거나 강하게 밀어붙이면, 오히려 아이는 더 거세게 저항하거나 마음을 닫아버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행동을 단순히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더 건강한 방법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교육학자 제인 넬슨의 ‘긍정 훈육’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부드럽고도 단호한’ 균형을 제안합니다. 아이를 존중하고 공감하면서도, 지켜야 할 규칙과 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아이: “하기 싫어. 왜 나만 시켜?”
부모: “하기 싫다는 건 이해해. 하지만 이건 네가 해야 할 일이야. 엄마는 네가 할 수 있다고 믿어.”
이렇게 공감과 한계 설정을 함께 전하면, 아이는 ‘안전하게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규칙을 받아들입니다. 또한, 규칙을 정할 때도 “이건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야, 함께 규칙 만들어 볼까?”하며 물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 ‘나도 이 가족 안에서 중요한 존재구나’라는 감정을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도 사람입니다. 반복되는 아이의 행동에 감정이 올라올 수도 있죠. 그럴 땐 잠시 멈춰 깊게 숨을 세 번 쉬어 보세요. 혹은 “엄마(아빠)도 잠깐 진정하고 다시 이야기하자”라고 말하며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님이 자신의 마음을 잘 살필 수 있어야 아이를 존중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부드럽고 단호한 ‘긍정 훈육’ 5가지 원칙
- 🤝 친절함과 단호함을 동시에 갖추라
- ❤️ 소속감과 의미를 느끼게 하라
- 🌱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성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라
- 👨🏫 협력, 책임감, 존중 등 중요한 사회 삶의 기술을 가르쳐라
- 💡 스스로 능력을 발견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라
소속감이 만들어 내는 변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성적이나 행동 평가가 아니라, ‘내가 이 가족 안에서 중요한 존재인지’를 느끼는 감정, 즉 소속감입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의 다양한 욕구 중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가 정서적 안정과 성장의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가족 안에서의 소속감은 ‘나는 사랑받고 있고, 실수해도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라는 믿음을 주며, 세상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기지’가 되어 줍니다.
또한,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은 누구나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며, 그 소속감이 채워질 때 책임감, 협력, 자기조절력이 자란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학교나 가정에서 높은 소속감을 느끼는 청소년일수록 긍정적인 학업 성취도는 물론, 높은 자존감과 원만한 교우관계를 보이고, 우울감이나 불안 같은 정신건강 문제에서는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음의 문을 여는 감사와 인정의 언어
아이들은 ‘뭐가 부족한지’보다 ‘뭐가 잘됐는지’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이때 아이의 소속감을 채워 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바로 ‘감사와 인정’의 언어입니다. 작은 행동에도 부모가 감사하고, 인정해 주면 아이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방을 조금이라도 정리하려고 한 거 봤어. 고마워.”
“오늘 스스로 숙제를 시작한 걸 보니 기뻤어.”
이렇게 사소한 행동에도 감사와 인정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아이는 단순히 칭찬을 받는 것 이상의, ‘나는 이 가족에게 필요한 사람이고, 중요한 존재구나’라는 감정을 느낍니다. 이 감정은 아이가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비난과 지적은 아이의 마음 문을 닫게 하지만, “내가 해낸 걸 부모님이 알아봐 주는구나”라는 경험을 한 아이는 그 순간의 작은 성취를 더 크게 키워갑니다.
마무리하며
아이의 행동은 우리에게 보내는 작은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꾸짖기보다 이해하려는 순간, 아이는 달라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부터 한 걸음씩, 아이와 함께 따뜻한 동행을 시작해 보세요. 그 순간, 아이의 눈빛이 달라지고, 부모인 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이런 접근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혼자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문 코칭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든든한 가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관리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와 목표를 향해 스스로 나아가는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는 시간이 됩니다. 부모님께는 조급함과 불안을 내려놓고 아이를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지지하는 균형 잡힌 양육 태도를 되찾는 시간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