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용 소장
한국우울증연구소 소장
한때 소아기에는 우울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정신 의학은 명확하게 말합니다. 아이들도 우울해질 수 있으며, 때로는 어른보다 더 복합적이고 깊은 감정의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특히 ‘성장과 발달’이라는 중요한 변화를 겪는 소아 및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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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gle소아·청소년 우울증의 특징
소아 및 청소년의 우울증은 성인의 우울증과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성인이 ‘슬픔’과 ‘무기력’을 중심으로 표현한다면, 아이들은 짜증, 과잉 행동, 공격적 행동 등으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부모나 교사가 단순한 사춘기 반항이나 성격 문제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우울증을 앓는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술, 담배, 약물 사용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발달 단계에 따른 우울증의 증상
우울증의 양상은 발달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학령기에는 학교 성적 저하, 또래 관계 회피와 같은 성인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청소년기에는 무쾌감증, 낮은 자존감, 비행 행동이나 약물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연령과 발달 단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청소년 우울증의 주요 증상
초기에는 정서적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납니다. 이유 없이 지속적인 슬픔을 느끼거나,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분노를 폭발시키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즐겁게 하던 활동에도 무관심해지고, 친구나 가족과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학업 성취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거나, 수면 및 식습관의 변화가 관찰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두통이나 복통 등 신체 증상도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존감 저하, 집중력 감소, 자해 시도나 자살 사고와 같은 위험한 신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청소년 우울증의 치료 방법
청소년 우울증 치료는 개별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약물 치료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같은 항우울제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에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약물 치료에는 소화기 문제, 졸음, 기분 변화 등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 아래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심리 치료
인지행동치료(CBT)는 비합리적 사고를 수정하고 긍정적 행동 패턴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대인관계 중심 정신치료(IPT)는 대인관계의 갈등이나 상실을 다루며, 우울증 증상의 완화에 기여합니다. 놀이치료는 특히 어린 아동에게 효과적이며, 상징적 표현을 통해 불안과 우울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가족 치료
가족은 청소년의 우울증을 치료하고 회복하는 중요한 지지 기반입니다. 가족 치료를 통해 가족 간 의사소통을 개선하고, 정서적 지지를 강화함으로써 청소년의 자존감과 안정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입원 치료
자살 위험이 높거나, 가정 내 지지 기반이 약한 경우, 단기적인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해 주어야 합니다.
생활 습관 조정
규칙적인 수면, 식사, 운동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치료 과정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약물 치료의 부작용과 관리
항우울제 사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경미한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와 의료진은 청소년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필요시 약물 조정이나 심리적 지원을 병행해야 합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소화기 장애, 졸음, 신경질 증가, 수면 문제, 체중 변화 등이 있으며, 이러한 부작용은 대부분 약물에 적응하면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족의 역할, ‘함께’ 하는 치유의 과정

가족 치료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닙니다. 가족은 청소년이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환경입니다. 가족이 건강한 의사소통을 하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때 청소년은 외부 세계에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청소년의 작은 성취를 칭찬하며, 실패했을 때도 격려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청소년의 자존감과 회복력을 크게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소아 및 청소년기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숫자는 2019년 16,985명에서 2023년 28,188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진료받지 않은 아이들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더 커지겠지요.
우울증은 결코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질병이 아닙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소아와 청소년들에게는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납니다. 조기 발견과 전문적인 치료, 그리고 따뜻한 가족의 지지가 함께할 때, 아이들은 다시 밝게 웃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조금 달라진’ 아이의 모습 뒤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작은 신호’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어른들의 몫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