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키우는 아날로그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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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코치
캐치더드림 대표

 이렇게 생각하신 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의 책 제목과도 같은 ‘아날로그 공부법’은 세상이 아무리 빨라져도 아이의 성장 속도는 빨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가며 공부해서 효과를본 것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변하는 세상에 맞춰서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라며, 학원도 여러 개 보냈지만, 아이는 학원의 빠른 진도를 못 따라가서 힘들어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 애들도 아날로그 시대의 저처럼 뛰어 놀고, 힘들 때는 퍼지기도 하고, 때론 친구 고민도 하며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한 발짝 뒤에서 아이들을 따라가며 교육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우리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면 좋을지, 나는 우리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해 봤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많이 들어본 탓인지, 아이에게 큰 욕심을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어떤 상황에서도 지혜롭고 현명하게 행동하고 바른 사람이기를 바랐습니다. 정말 힘들 때 아이가 찾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며 서로 마음 나누기를 10년 이상을 했습니다. 책 읽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주변의 걱정에도 수학 학원에 가는 것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문제를 푸는 것도 결국 ‘잘 읽어야’ 풀 수 있더라고요. 게다가 책을 통해 다양한 것을 접하면서 아이들은 자아와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아이들도 사춘기와 입시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힘들어 했습니다. 당연히 엄마는 더 힘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정성을 쏟고 바르게 살아가도록 많은 노력을 한 것이 억울해지기도 했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저게 내 아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선생님께 빼앗겼으니 아이팟을 최신 버전으로 사 주라는 큰 아이의 요구를 거절했던 날, 아이는 시험 전날인데 “나 공부 안 해.“하고 들어가 문 잠그고, 침대를 끌어다 문을 막았습니다. 그 문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섰는데 ‘갑자기 발에 깁스하고 나타난 친구 엄마, 문고리가 없는 아이 친구네 방문’ 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올라오는 화를 누르고 “알아서 해. 공부는 네 거야. 나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어.”라고 말하고 물러섰습니다.

 화나고 답답한 마음에 괴로워 울다 잠이 들었다 깼는데, 그때부터는 아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밤 10시쯤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엄마 잘 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라고 말하더군요. 그 이후로 아이는 한번도 공부를 무기로 무엇을 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는 내 것,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해야 하고, 무엇이 옳은지 가르칠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많은 아이들이 우물쭈물 망설이고, 공부가 부모를 위한 것인 줄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해서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사랑이 아이들에게 잘못 전달된 것 같습니다.

 한 번도 자기의 능력을 꺼내 써 보지도 않은 채 단정짓고, 공부를 못하는 것은 ‘머리가 나빠서’, ‘내 능력은 이것 뿐’ 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다니는 중학교에서 필요한 한국사 인증시험을 준비한다고 학원을 보내 달라고 하는 큰 아이에게 “이것까지 학원 보낼 형편이 안 되니, 이 책 보고 공부해 봐.”라며 관련 도서를 사다 주었습니다. 학원을 다녀도 떨어지는데 자기가 어떻게 하냐고 짜증을 내며 아이는 책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방학이 되자 저는 이 책을 매일 오전 2시간 15p ~ 20p 정도를 공부하자고 했습니다. 큰 아이는 혼자 하고, 작은 아이는 초등학생이라 제가 도와주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날 때 시험을 본 아이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해서인지 다음 단계에 도전하겠다고, 스스로 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수능의 1등 공신인 국어, 영어, 수학도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하고, 도움 받아야 하는 것은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학원을 다니면서도 자기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절대 뺏기지 않으려고 잘 조절해 가면서 공부를 했죠.

 많은 엄마와 아이가 학습 습관과 자존감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자존감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는 내 것’이라는 것과 ‘자신의 가능성에 확신’을 얻은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합니다. 공부의 목적은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아닌, ‘나를 성장시키며 자존감을 키워 가는 것’으로, 평생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학창 시절 공부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첫 번째 큰 도전인 입시는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힘들었고 그 힘듦이 아이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그 힘듦은 좋은 엄마 기준이 아이가 아닌, 저한테 있어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준이 저한테 있을 때 불안, 두려움, 화 이런 것들이 올라왔으니까요.

 아이 덕분에 엄마도 성장했습니다. 아이를 통해서 덜고, 비우고, 버리고, 참고, 기다림을 배우게 되어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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