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 시간을 건너야 어른이 된다

누구나 그 시간을 건너야 어른이 된다
누구나 그 시간을 건너야 어른이 된다

손보경 전문코치

 “코치님, 사실 저는 아직 주민등록증을 안 받았거든요. 주민등록증 받으면 이제 엄마, 아빠가 나를 못 도와준다는 거잖아요? 그건 좀 무서워요.”

 아직 수능도 보기 전, 늘 시큰둥한 표정으로 코칭에 참여하던 고등학생의 말이었다. 190cm의 키에 몸무게는 100kg에 달하고, 취미는 헬스 트레이닝, 겉모습으로는 이미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맑게 웃는 앳된 얼굴이 아직 청소년임을 알게해 주는 유일한 모습이다. 그런 친구가 하루는 얼굴에 걱정을 가득 담은 채로 코칭에 임했다. 주민등록증 신청해야 하는 기한이 이제 3주도 남지 않았다면서, 스스로 성인이 되는 것에 걱정을 한가득 가지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친구는 기한이 끝나기 3일 전, 혼자서 씩씩하게 주민등록증을 신청했고 실물 주민등록증이 나오자마자 나에게 자랑했다.

 아이는 3일 전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3주 동안 6시간을 만나는 코칭이었지만, 3주간 11시간을 만나서 코칭을 진행했다. 주민등록증이 가지고 있는 정의부터 시작해서 신분증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찾아봤다. 그리고 결심했다. 어른이 되기로(물론 아직 진짜 어른이 되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산을 넘어야겠지만).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진짜 어른이 될 때까지 많은 것을 계속 경험하고, 만들어 내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어른이 된 것처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마을의 구분이 애매해진 이 시대에는 과연 마을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봤다. 가족, 학교, 학원, 코치 선생님, 친구들. 기꺼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마을이 되어 주기로 했다. 때로는 울타리가 되어 주고, 때로는 높디높은 성벽이 되어 주기도 하며, 때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칠 수 있는 숲이 되어 주기도 한다.

 내가 처음 울타리가, 성벽이, 숲이 되어 주고자 했던 학생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고등학교에 입학해 최고의 대학에 진학하여 UN(United Nations, 국제연합)에서 일하고 싶다는 친구다. 처음 나와 만났을 때, 아이에게 ‘꿈’을 물었다. ‘외교관’이라는 답이 나왔다. 나는 또다시 ‘꿈’을 물어봤다. 또 ‘외교관’이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물었다.

 아이가 머뭇거리며 답한 내용은 ‘꿈’이 들어 있었다. 사실 이 친구의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이미 학원 선생님께 호되게 혼이 난 상태였다. 만약 아이를 컨설턴트의 눈으로 보았더라면, 나도 학원 선생님과 비슷한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코치로서 학생 앞에 앉아 있었기에, 입을 꾹 다물고 아이가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적당한 맞장구를 쳤다. 그 뒤로부터 아이는 1시간 30분가량 혼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7년이 지난 지금, 그 친구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해 꿈에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아이와 함께 코칭을 하면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들어 주는 것’이었다. 아이가 제 이야기를 모두 쏟아낼 수 있도록 들어 주었다. 그 뒤로는 아이의 주변인, 부모님, 과목 코칭 선생님에게 전달했다. ‘들어 주세요.’ 어떤 날은 수업 진도를 하나도 나가지 못했다며, 어떤 날은 책만 읽고 있다며, 또 어떤 날은 유튜브를 통해 영상만 보고 있다며 부모님은 걱정했다.

 그러나 결국 그 아이는 성장했고, 지금 또 다른 사람의 울타리가 되었고, 성벽이 되었고, 숲이 되었다.

 “누구나 그 시간을 건너야 어른이 된다.”

 어떤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그 아이만이 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어떤 어른이 될지 결정된다. 우리는 모두 ‘올바른’ 어른이 되고 ‘건강한’ 성장을 하기를 돕는다. 우리도 그렇게 성장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왔다. 그 과정을 우리는 기꺼이 양팔을 벌려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장해 온 갓 어른이 된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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