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요약
- 아이가 쇼츠에서 본 비난을 그대로 말할 때는 먼저 어디에서 들었고 무엇을 알고 말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 학교 현장에서도 혐오·차별·조롱 표현을 접했다는 교사 응답이 많지만, 빠르게 변하는 온라인 언어를 학교의 생활지도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 부모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비판과 사람 전체를 향한 공격의 차이를 알려줘야 합니다.
얼마 전 열 살 아들이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야기를 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선수는 제대로 뛰지도 않고 운동보다 SNS만 한대.”
아이는 마치 직접 경기를 분석한 것처럼 단호했습니다. 옆에서 듣던 아빠가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그 선수 포지션이 뭔데?”
“지금 어느 팀에서 뛰고 있어?”
“이번 경기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봤어?”
아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실제 경기를 제대로 본 것도 아니었습니다. 쇼츠나 온라인 영상에서 누군가가 강한 어조로 말하는 장면을 보고, 그 평가를 그대로 옮긴 듯했습니다.
아이의 말에는 확신이 가득했지만 판단을 뒷받침할 정보는 없었습니다. 경기 내용보다 짧은 영상이 건넨 분노와 조롱의 감정이 더 선명하게 남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빠는 아이에게 직접 경기를 찾아보고, 그 선수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아이를 오래 멈춰 세운 것은 꾸중보다 질문이었습니다. 자신이 그 선수에 대해 실제로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아이 스스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목차
Toggle짧은 영상에서는 맥락보다 감정이 먼저 남습니다
짧은 영상은 복잡한 사건을 빠르고 재미있게 전달합니다. 그러나 경기 전체의 흐름이나 선수가 맡은 역할, 특정 장면이 나오게 된 배경까지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강한 제목과 자극적인 말, 화를 내는 표정과 조롱 섞인 댓글이 기억에 남기 쉽습니다. 같은 내용이 여러 영상에서 반복되면 아이는 누군가의 의견을 이미 확인된 사실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특별히 누군가를 미워해서 거친 말을 하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또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표현을 따라 하거나, 강한 말로 관심을 받고 싶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영상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하는 사람의 감정과 확신까지 함께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비교하고 맥락을 살피는 경험이 아직 많지 않은 아이에게는 반복해서 들은 말이 사실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운동선수를 향한 거친 비난을 모두 혐오표현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한 사람을 특정 이미지로 규정하고 조롱하는 언어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혐오와 차별의 언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교실에서도 나타나지만, 학교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이런 언어의 문제는 한 가정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닙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에서 응답자의 89.3%는 최근 1년간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직접 보거나 전해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이 결과를 전체 학교의 정확한 발생률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온라인에서 유행한 조롱과 공격적인 표현이 학교 현장의 언어와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교사에게도 지도는 쉽지 않습니다. 전교조 강원지부 조사에서는 관련 표현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교사 가운데 66.4%가 어려움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교사는 빠르게 바뀌는 밈의 의미를 파악하고, 정당한 비판과 사람을 향한 조롱을 구분해야 합니다. 표현의 맥락과 학생 간 갈등, 학부모 민원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관련 교육과 생활지도를 강화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조롱과 비난의 언어를 만나는 곳은 교실만이 아닙니다. 쇼츠와 댓글, 친구들의 대화, 가족이 나누는 일상적인 말 속에서도 누군가를 평가하는 방식을 배웁니다.
학교가 사실과 맥락을 가르친다면, 가정에서는 아이가 가져온 말을 잠시 멈춰 세우고 출처와 근거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비판과 비난은 어떻게 다를까
비판은 구체적인 행동과 결정의 문제를 근거를 들어 말하는 것이고, 비난은 사실 확인 없이 사람 전체의 능력이나 인격을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말에 가깝습니다.
| 구분 | 표현의 대상 | 예시 |
|---|---|---|
| 비판 | 구체적인 행동·판단·과정 | “그 경기에서 그 선택은 아쉬웠어.” |
| 비난 | 사람 전체의 능력·인격 | “그 선수는 형편없어.” |
| 확인하는 표현 | 사실과 근거를 찾는 과정 | “어떤 장면이 문제였는지 다시 찾아보자.” |
이는 법적인 의미의 엄격한 정의라기보다, 부모와 아이가 일상에서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기 위한 교육적 기준입니다.
아이에게 아무도 비판하지 말라고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잘못된 행동과 불공정한 과정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힘도 필요합니다.
다만 한 사람 전체를 단정하는 말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행동과 과정에 관해 말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때 비난은 의견으로 바뀌고, 감정은 생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아이에게 부모는 무엇을 물어야 할까
부모는 아이의 말을 곧바로 금지하기보다 출처와 사실, 근거와 다른 가능성을 차례로 물어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건넬 다섯 가지 질문
- 그 이야기는 어디에서 봤어?
- 직접 본 내용과 다른 사람이 말한 내용을 나눠볼까?
-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 그 사람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과 사람 전체를 공격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 다른 설명이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이 질문들은 아이를 몰아세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실제로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했던 것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게 하는 질문입니다.
부모가 모든 정답을 알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엄마도 정확히 모르겠어. 같이 찾아보자”고 말하며 경기 장면이나 공식 기록, 관련 기사와 서로 다른 관점의 자료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의 판단이 성급했음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구체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원하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분하고 자료를 확인한 뒤 자신의 생각을 만드는 경험입니다.
저 역시 아이에게 근거를 묻기 전, 자극적인 제목이나 짧은 장면만 보고 누군가를 쉽게 평가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곳은 쇼츠와 댓글창만이 아닙니다. 식탁에서 어른들이 정치인과 연예인, 운동선수와 주변 사람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아이에게는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아이의 판단을 대신하지 않고 잠시 늦춰주는 부모
부모가 아이가 보는 모든 쇼츠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아이가 접하게 될 수많은 주장과 댓글을 대신 판단해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 본 말인지 묻고, 사실과 의견을 나누며, 행동에 대한 비판과 사람에 대한 공격을 구분하도록 도울 수는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 착한 말만이 아닙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며,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지는 연습입니다.
짧은 영상이 빠른 판단을 재촉할수록 부모는 아이가 조금 천천히 생각하도록 질문을 건네야 합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니?”
그 질문 하나가 아이가 들은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데서 멈추고,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