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애리 전문코치
– KPC / NLP마스터
– 광운대학교 대학원 심리학 박사
– 마음빌더 코칭심리상담연구소 소장
“17살 아들을 둔 엄마이자,
사람들의 마음 근육을 키워
삶을 단단하게 일궈내도록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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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gle이제, 소년은 홀로 마음 밭의 봄을 기다린다
“아이는 평생 할 효도를 세 살에 마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는 모든 것이 귀하고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눈망울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반짝이고, 웃는 얼굴은 태양만큼이나 빛이 납니다. 존재만으로도 벅차오릅니다. 아이의 첫 단어에 감격하고 첫 걸음에 탄성을 지르며 아이의 성장을 가슴에 새깁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성심성의껏 걸어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각자의 계절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들은 어느덧 사춘기를 맞이했다
아들과 함께 맞이한 15번째의 봄, 이날의 봄은 여느 때의 봄과 다릅니다. 세상의 전부인 듯 나를 바라보던 아들은 소년이 되었습니다. 소년은 스스로 홀로됨을 선택하고 자신의 마음 밭의 봄을 기다립니다. 아직 겨울의 한기가 남아있습니다. 볕이 들지 않은 마음 밭에 혼자 서 있습니다. 함께 가주겠다는 나의 손을 뿌리칩니다. 한사코 혼자 가겠다고 합니다. 아직 밖은 차갑고, 볕이 들지 않아 꽃이 피려면 더 있어야 한다고 소년을 달래 보기도 하고 화를 내 보기도 합니다. 소용 없습니다. 소년은 점점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나는 멀어져 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래, 봄이 곧 올 거야, 따뜻한 볕이 내리면 예쁜 꽃이 필 거야, 소년의 세상에 좋은 날이 올 거야”

이제, 엄마의 고백
나는 세상이 아이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던 쪽이 내 쪽이었을지 모릅니다. 나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는 늘 반가웠고 나의 손을 잡아주고 안기는 아이의 품은 언제나 따뜻했습니다. 말랑말랑 보드라운 아이의 볼에는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나만 바라보던 아이가 자신의 봄을 맞이하러 간다 하니 참으로 서운합니다. 봄이 지나갈 때마다 아이는 점점 멀어져 가고 나는 나날이 허전해집니다.

아이는 자신의 봄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부르던 아이의 방문이 요즘은 늘 닫혀 있습니다.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물어보았습니다. “내 인생이니 내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들으니 좀 전에 종이에 베인 손가락이 쓰려 옵니다. 베인 줄은 알았는데 이제서야 아픕니다. 손도 쓰라리고 마음도 쓰라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방문을 벌컥 열고 소리치며 말했습니다. “내가 너를 낳고 미역국을 먹었다! 젖 잘 나온다길래 몇 그릇씩 먹었어, 너 젖 먹이려고 그렇게 열심히 먹어서 키워 놨더니, 뭐 네 인생?! 그럴 거면 너 혼자 살아!”
화를 내고 나니 마음은 더 아팠습니다. 결국 후회할 일을 하고야 만 것입니다. 그러지 말 걸 그랬습니다.
아이도 자신만의 봄을 만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나도 그 시기를 건너 어른이 되었음을 잠시 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교만한 개구리 같으니라고’ 후회와 반성 그리고 사과를 할까 망설임으로 생각에 잠겼습니다.
문득 나의 열 다섯 사춘기가 떠오릅니다. 그날의 푸르렀던 열 다섯 살의 기억은 아지랑이처럼 희미하지만, 어쩐지 그날의 우리들은 행복했었노라 말하고 싶습니다. 비밀 같은 슬픔과 아픔들이 어느 한 귀퉁이에 화석처럼 자리하고 있을지라도, 우리들의 봄은 꽃처럼 아름다웠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은 너무도 쓸쓸해서 서슬 퍼렇게 푸르르고 어느 때는 너무도 순진해서 눈부시게 푸르르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은 괜찮은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못난 개구리가 되어서 나의 사춘기 시절을 잊어버리고, 마치 나는 그런 시절이 없었던 것처럼 굴었던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내 마음의 구멍을 메우려고 아이를 붙잡아 두고 싶었던 것을 고백해 봅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합니다. 어느 날은 실수하기도 하고 때때로 주저앉기도 합니다. 세상사가 마음처럼 되지 않음을 하나씩 알아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슬며시 나의 옆으로 와 앉아 있다가 마음이 어루만져지면 다시 나아갑니다. 어느 날은 너무 잘되는 것 같아서 전능감을 느끼기도 하나 봅니다. 그런 날은 마치 저 혼자 큰 것처럼 행동하지만 대견합니다.
나는 조용히 아이의 걸음을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아이와 건강하게 독립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아이가 우리에게서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이에게서 독립하는 것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나는 나의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봄을 시작으로 여름을 만나고 가을을 지나서 겨울을 보내고, 다시 또 새로운 봄을 시작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갈 아이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엄마가 맞이한 ‘봄’
호기롭게 아이의 계절과 독립을 하였지만,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잘하고 있는 나에게 칭찬을 해봅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소중한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만 바라보다가 남편을 신경 못 썼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문득 미안해집니다. 구멍 난 내 마음만 쳐다보다가 잠시 남편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언젠가 남편과 데이트를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외곽으로 나가 넓은 강이 보이는 카페에 들러 향기 좋은 차를 마시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곧 벚꽃이 피겠지요. 핸드폰에 아이의 사진들이 가득해지는 동안, 친정 엄마의 사진은 몇 장이 안 되는 것을 오늘에 서야 알았습니다. 우리 엄마도 나를 놓아주는 마음이 나와 같았을까요?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 봐야겠습니다. 올해는 엄마와 손잡고 꽃구경을 가야겠습니다. 그동안 너무 정신없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올해 꽃놀이에서는 엄마와 사진을 많이 찍어보려고 합니다.

아이 덕분에 나를 찾게 되어 감사합니다. 아이만큼이나 남편도 부모도 소중했음을 알았지만, 모르는 체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서야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오랫동안 연락을 못했던 친구들에게도 안부 인사를 건네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목록을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한 임시완 배우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미생”을 인생 최애 드라마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극중 잊지 못할 명대사를 전합니다.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길러라, 체력을 기르지 않으면 적당한 노력선에서 안주하게 될 것이다. 체력을 길러야 너의 한계치가 더 늘어나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말을 다른 형태로 자신의 강연에서 말한 분이 계셨습니다. 김창옥아카데미의 김창옥 대표는 “마음은 마음으로 잡을 수 없고, 생각은 생각으로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과 생각을 잡을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심장이 뛰게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제일 먼저 체력을 기르십시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체력부터 길러 보십시오.”라고 합니다.
저는 얼마 전부터 등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오르는 일은 매우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려올 것을 뭣 하러 올라가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의 몸은 거대해지고 마음은 갈 곳을 잃어 코로나 블루를 겪게 되었습니다.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음 어딘가가 아픈 것 같은데 도무지 어디가 아픈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때 우연한 계기로 집 근처에 있는 불암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가파른 산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오르막길이 있어서 산이 처음인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그 산을 오르며 숨이 차고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았습니다. 마음 아픈 곳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찾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어서 그저 답답했지만, 몸 구석구석이 아프니 말해집니다. 허벅지가 땅긴다, 무릎이 아프다, 숨이 차다고 말해지니, 속도 시원해집니다. 그러는 동안 마음 안으로 산소가 들어오며, 체력이 생기고 숨이 살아나며 삶이 다시 돋아났습니다.
새로운 계절로 나아갈 준비
때때로 삶의 물음은 지독히 어려울 때가 있지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소원은 인류의 인구 수만큼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살아오면서 무수히 기도하고 바라고 소망했던,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 둔 그것은 무엇입니까? 이제부터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혹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나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이 뛰는 연애 세포가 살아있는 분이 계신다면 행운입니다. 하지만 15세 이상 정도의 사춘기 자녀를 키우고 계신 분이라면 ‘심장’이 뛰게 뛰어야 합니다. 아이를 보며 혈압이 뛰는 것보다 심장이 뛰는 편이 안전할 것입니다. 그동안은 누구의 엄마로 체력을 소모하였다면, 이제부터 나의 삶을 위해 체력을 길러보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이나, 좋아하는 일 등 내 취향에 맞는 할 일 목록을 준비해 봅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어떠한 것,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그 무엇이든 행동하시기를 권해 봅니다. 예를 들어 줌바 댄스, 필라테스, 요가, 조깅, 워킹, 헬스, 수영, 등산, 골프, 볼링 등, 체력을 쌓기에 알맞고 흥미로운 그 무엇을 탐색해 보세요. 그리고 한 개씩 소원을 이루듯 성취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고 나는 나의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대학 입시로 가파른 대한민국에서 현재의 수험생, 미래의 수험생들과 동거동락하는 모든 어머니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