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적인 아이로 키우는 새해 계획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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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전문코치

 6학년인 첫째는 요즘 토요일마다 제빵학원에 갑니다. 빵 만드는 게 좋고, 자기가 만든 빵을 맛있게 먹어주는 게 기쁘다며 동네 친구들, 이웃들에게도 빵을 나르고 있네요. 제빵사라는 꿈을 품고 자격증까지 도전한다며 두꺼운 필기시험 교재를 낑낑대며 공부도 합니다. 연초에 “올해는 진로 목표를 찾고 싶어.”라고 새해 목표를 정했는데, 여름도 되기 전에 찾았습니다.

 미래학자 스콧 스타인버그는 ‘미래에는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역할을 맡거나 생애 동안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지금 초등학생이 성인이 될 즈음에는 평생 10개 이상의 직업을 갖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아이가 제빵사가 될지,말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어떤 직업인지 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 가면 도전해 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대해 데이터를 쌓고 자기 이해를 높이는 것이 아닐까요?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그 누구도 정해줄 수도, 가르쳐줄 수도 없으니까요.

 어떨 때 신이 나는지(흥미), 무엇을 잘하는지(재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가치),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비전) 아이들은 아직 모릅니다. 그러니 도전-성공 혹은 실패-성찰의 사이클을 돌며 자기를 찾아 나가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아이의 주도성이 자랍니다. 주도성이란,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하는 힘인데요. 불확실하고 변화가 심한 이 시대에, 주도성이 없는 아이는 AI와의 경쟁에서 깃털만큼 가볍게 존재감을 상실할 것입니다.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아이는 입력한 대로 수행하는 기계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반대로 시장의 변화를 감지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민첩하게 자기 역량을 개발하는 사람, 즉 주도성을 가진 사람은,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생존을 넘어 번영할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직업인지 보다 주도적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요.

 이제 새해입니다. 새해에는 ‘공부해야지’ 같은 잔소리 좀 줄이고 싶지 않으신가요? 아이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걱정, 좀 줄이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아이를 움직이는 목표를 찾아야 합니다. 그 목표는 아이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아이가 자신의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질문해 주는 것! 단순한 질문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예열과 성찰이 필요하지요. 이 글에서 아이의 새해 목표를 찾는 3단계를 설명해 두었으니, 끝까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정해 주세요. 아이가 내켜 하지 않는다면, 구미가 당길 만한 집 밖의 공간으로 유혹하는 것도 좋습니다. “집 근처에 카페 생겼던데 우리 이번 주말에 가서 이야기할까?” 모여 앉은 테이블에는 반드시 간식이 있어야 합니다. 음식만큼 마음을 여는 것도 없거든요. 아이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식탁에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워크시트(다운로드 링크)와 색깔 펜도 준비해 주세요.

 새해가 되면 바로 목표 세우기에 돌입하는데, 그렇게 할 경우 ‘뻔한 목표’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매년 세웠지만 한 달도 채 못가 잊어버리는 그런 목표 말이죠. 의미 있는 목표를 세우기 위해선 먼저 밟아야 할 단계가 있습니다. 바로 ‘한 해 돌아보기’입니다.

 먼저 올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마인드맵에 적어 봅니다. 시작은 기억에 의존해서 적어 보고, 더 이상 생각이 안 나면 핸드폰 속 사진, 캘린더, 다이어리나 플래너를 뒤져 봅니다. 이 작업만 해 봐도 ‘올해 뭘 많이 했네!’ 뿌듯할 거예요. 마인드맵을 정리한 후 아래 질문들에 답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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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는 올해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집니다. 먼저 올해와 비교해서 새해를 생각해 봅니다. 그 후 1년 목표, 1일 목표(매일의 습관)를 정합니다. 1년은 꽤 긴 기간이니 목표는 세 개 이상 정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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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정할 때 ‘SMART 기법’을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구체적이고, 측정 및 달성 가능하고, 역할이나 상황에 관련성이 있게 정한 목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더 건강해지고 싶어’라는 목표보다는 ‘새해엔 하루 10분 운동해서 몸무게를 3kg 정도 감량하고 싶어’라고 세우는 것이지요. 자녀에게도 가르쳐 주시되 어려워하면 대략의 방향성만 정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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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1년을 지내는 동안 결코 계속 잘할 수는 없습니다. 목표를 잊기도 하고, 포기하고 게으르게 지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서로를 어떻게 격려해 줄 수 있을지 듣고 싶은 말도 적어봅니다. 적는 것이 끝났다면 서로 돌아가면서 읽습니다. 그리고 기억해 두었다가 종종 아이에게 들려줍니다.

  • 답을 제대로 적느라 시간이 너무 늘어지면 이 시간이 괴로워집니다. 길어도 1시간,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인내심이 부족한 고학년이라면 40분 내외에 마쳐 주세요.
  • 아이의 답이 성의 없어 보이더라도 지적하지 마시고 흥미롭게 지켜봐 주세요. 내용이 부실해 보여도 아이 안에선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일어나고 있답니다.
  • 아이가 세운 목표가 못마땅해도 목표를 세운 것 자체를 칭찬해 주고, 해 보자고 격려해 봅니다. 작더라도 성공해야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고, 성공하려면 일단 시작해야 합니다. 시작부터 완벽하게 하라고 요구하지 마세요.
  • 무엇보다 이 시간이 즐겁고 편안해야 합니다. 마치면서 아이의 발표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짚어 주세요. “네가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어.” 처럼요.

 아이가 막 걸음마를 시작할 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넘어져도 일어서며 도전하고, 끝내 걸어 내지요. 그때 아이에게 “발가락에 더 힘을 줘 봐.” 하면서 잔소리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저 아기가 걷는 길에 위험한 물건을 치워주고(환경 조성),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아이에게 박수를 보내고(응원), 넘어져 우는 아기를 안고 토닥여주고(위로와 격려), 아이가 결국 해냈을 때 감격하며 영상을 남기지요(축하).

 뭐든 자기가 하겠다고 “내가!”를 외치는 모든 순간에 아이의 자율성과 주도성이 자라는데요. 인내심이 부족한 부모는 아이의 도전을 대신해 줘 버립니다. 아이는 도전할 기회를 잃고, 자율성과 주도성도 꺾입니다. 대신 아이 마음속에는 수치심과 죄책감이 자리 잡습니다. ‘내가 뭐라고’,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힘들어’와 같은 생각이 쌓입니다.

하겠다고 나서는 모든 순간, 자율성과 주도성이 자란다

 아이가 주도적인 아이가 되길 바라신다면, 아이의 어설픈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흔들리고 주저앉을 때 ‘그럴 줄 알았다’ 대신, ‘그럴 수 있다’라고 해 주세요. 새해 목표를 세웠다고 아이가 목표를 향해 매일 성실하게 지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아이는 까먹을 거고, 포기하고 싶을 거고, 손을 놓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부모의 태도는 ‘감시자’가 아닌 ‘격려자’여야 합니다. “그래서 되겠냐?”가 아니라 “그래도 해 보자!”라고 말해 주세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거예요. 주도적인 아이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부모의 주도권을 내준다는 뜻이니까요. 답답하고, 걱정되고, 화나는 순간들이 있을 거예요. 저희 집 첫째만 해도 빵 만드는 유튜브 영상 본다고 숙제를 놓치기도 하고, 빵 한번 만들고 나면 인덕션에 밀가루 잔뜩 흘려 놓고, 바닥엔 제빵 도구들이 굴러다닙니다. 자기가 시작해 놓고 힘들다고 하소연도 하고요.

 그때 부모 마음에는 2가지 생각이 같이 올라옵니다.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 vs ‘시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

 이 마음은 자주 충돌하고, 정반대의 잔소리로 튀어 나갑니다. “언제까지 말해 줘야 해!”라고 했다가 “왜 네 멋대로 하는 거야”라고 하죠. 아이가 겪을 실패도 두렵습니다. 하고는 싶어 하는데 재능이 없을 때,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안쓰러운 마음에 그만두라고 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낄 거예요. 그땐 이런 주문을 외워 주세요.

아이는 실제로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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