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는 아이, 화내지 말고 이렇게

거짓말 하는 아이, 화내지 말고 이렇게

김지혜 전문코치

 이론이 빠삭한 서은 씨도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요. 아이의 거짓말에 부모가 하는 실수, 크게 3가지입니다. 가장 흔한 것이 ‘떠보기’입니다. 학원에서 아이가 수업에 빠졌다고 전화가 왔을 때 엄마는 아이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아들, 어디야?” 이때 “어, 학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오면, 떠보기가 계속됩니다. “수업 시작했어?” “이제 곧 시작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아이에게 어이가 없어진 부모는 ‘어디까지 가나 보자’라는 생각이 들며 점점 더 센 덫을 놓습니다. 이미 거짓말로 대화를 시작한 아이는, 들키지 않기 위해 엄마의 덫에 족족 걸려듭니다.

 그에 못지않게 많이 하는 반응이 ‘화내기’입니다. “너 왜 거짓말 해!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어?” “너 또 무슨 거짓말 했어! 너 밖에 나가서도 이럴 거야?” “다른 건 다 참아도 거짓말은 절대 안돼!” “거짓말하면 돼, 안 돼!”라며 거칠게 아이를 몰아세우지요. 이미 부모의 마음속에서는 아이에 대한 배신감과 의심이 가득 차서, 아이의 거짓말을 단단히 뜯어고쳐 놓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무서워하건 말건, 엄마의 말이 효과가 있건 말건 생각나는 대로 쏟아내 버립니다. 거기에 대해 아이가 “잘못했어요.”라고 수그리고 들어오지 않으면? 때론 체벌도 불사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확대해석’입니다. 아이가 한 잘못은 ‘학원 안 가 놓고 갔다고 말한 것’ 한 가지인데, 이것을 이리저리 확대합니다.

 ‘얘가 이러다 커서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리면 어쩌지?’라는 불안감, ‘순하디 순하던 내 아이는 어디로 간 거야’라는 상실감,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네가 감히’라는 배신감이 부모를 덮칩니다. 이런 확대해석의 이면에는 ‘순하고 착한 내 아이’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퍼부은 믿음과 사랑을 아이가 그대로 돌려줄 것이라는 기대죠. 그 기대를 아이의 거짓말이 와장창 깬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를 잘못 키운 걸까요? 아이가 우리를 배신한 걸까요? 아이가 결코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을 한 걸까요? 모두 아닙니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거짓말을 할 만한 수십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죠. 저희 집 쌍둥이 중 막내는 네 살 때부터 거짓말을 시작하더군요. 아이가 좋아하는 비타민, 분명히 먹어 놓고 안 먹었다고 발뺌합니다. 원하지만 허락해 주지 않으니,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아이는 거짓말을 합니다. 4학년 아이가 숙제했다고 거짓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숙제 다 해야 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해서입니다. 목표 의식이 강한 아이일수록 거짓말도 쉽게 합니다. 목표 의식 자체는 좋은 것이니, 거짓말하지 않고 목표를 이룰 방법들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혼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만 6세가 넘어가면 아이들 안에 ‘도덕성’의 개념이 생깁니다.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데요. 놀고 싶은 충동에 학원을 안 가긴 했는데 자기도 혼날 걸 압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거짓말했다고 와장창 혼났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학교에서 금요일에 나눠준 우유, 까먹고 가방에 주말 동안 놔뒀더니 상한 거예요. 상한 우유를 보면 엄마의 잔소리가 폭발할게 싫어서 창문틀 사이에 숨겨 뒀다가 들켰는데요. 우유 안 먹은 것보다 숨긴 것 때문에 대판 혼났죠.

 세 번째는 문제해결 능력이 약해서입니다. 매일같이 해야 하는 숙제지만, 스스로 숙제하는 습관은 아무나 기르는 게 아닙니다. 일단 숙제를 기억해야 하고, 게임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책상 앞에 앉아야 하며, 흩어지는 집중력을 붙잡아 문제지를 들여다보고, 가벼운 엉덩이를 의자 위에 일정 시간 붙여 두어야 합니다. 이런 엉덩이 힘이 단번에 생기지 않습니다. 숙제를 건너뛰고 싶은 충동이 아이를 날마다 괴롭힙니다. 그러니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믿어줘선 안 됩니다. 스스로 하기까지 몇 달, 때에 따라 몇 년을 방법을 일러 주고, 했는지 점검하고, 안 했다면 하라고 다시 지시해 줘야 합니다.

 네 번째, 보고 배워서입니다. 어른들도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합니다. “어쩜 이렇게 옷을 잘 입으세요.”,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와 같이 마음에 없는 가벼운 말도 있고, “엄마가 나중에 해 줄께.”와 같이 해 놓고 잊어버리는, 상습적인 거짓말도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배웁니다. 그리고 ‘저 정도 거짓말은 문제가 아니구나’를 몸으로 익힙니다.

 아이의 거짓말은, 발달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이란 걸 알기에)을 들키지 않기 위해(도덕성의 발달), 부모의 기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사회성의 발달), 엄마가 안 된다고 할 것을 알기에(인지능력의 발달), 아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떠보는 부모에게 아이는 배신감을 느낄 것입니다. 화내는 부모에게 아이는 두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신파 드라마를 쓰며 좌절하는 부모에게 아이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아이의 거짓말을 알아챘을 때는 ‘올 것이 왔구나’ 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는 자라고 있는 중이고,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정직’을 가르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1. 아는 바를 정확히 말하세요

 친구 때리는 것을 보았다면 “친구 때렸어? 안 때렸어?”가 아니라 “친구 때리는 거 봤어.”로 대화를 시작하는 거예요. “잘못했어? 안 했어?”라고 질문했을 때 “잘못했어요.”라고 선뜻 대답할 아이는 별로 없습니다. (도덕성 발달이 덜 된 만 6세 이하라면 또 모를까요.) 처음에 “안 했어요.”라고 해 놓고 “했어요.”라고 번복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뻔한 거짓말을 하는 아이와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가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애초에 함정을 파지 마시기 바랍니다. 작은 거짓말이 큰 거짓말을 불러옵니다. 학원 빼먹은 아이에겐 “학원 선생님이 너 수업 안 왔다고 연락 주셨어.”로, 엄마 몰래 청소년 불가 등급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아이에겐 “오늘 컴퓨터에서 음란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을 봤어.”로 말하는 거죠. 쿵쾅대는 부모의 심장을 잘 부여잡고 말이죠.

 2. 왜 그랬는지를 물어보세요

 아이가 한 잘못의 맥락을 알아야 합니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이미 우리와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떨어져 지냅니다. 아이의 모든 것을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네가 뛰어봤자 벼룩이지”가 아니라, “네 속마음이 궁금해”라는 태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비난하기 위한 ‘왜’가 아니라 아이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왜’의 질문을 던지는 거지요.

 아이가 게임을 장시간 할 때 부모는 속이 타지만, 그 안에서 채워지고 있는 욕구들이 있습니다. 재미와 성취감부터 소속감까지.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는 무조건 게임만 통제하려고 합니다. 통제를 피하기 위해 아이는 거짓말의 유혹에 넘어갑니다. 반대로 아이의 동기를 아는 부모는 동기를 채울 다른 건강한 방법을 제시해 줄 수가 있지요.

 3.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 주세요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약속을 어기고 계속했구나. 그럴 땐 시간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해 줘. 혼자 몰래 게임을 하고 있으면, 네 양심이 아파해. 엄마도 너를 믿기가 어려워지고.” 잔뜩 혼낼 줄 알았던 엄마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때, 아이의 경계심은 누그러지고, 자신의 잘못을 되새겨 보게 됩니다. 이렇게 아이가 사실을 말하도록 이끌어 주고,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정직한 것에 대해 칭찬해 주세요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말할 때 아이의 용기에 대해서 꼭 짚어서 이야기해 주세요. “잘못한 걸 인정하는 건 참 용기 있는 거야.” “다른 아이라면 그럴 때 슬쩍 넘어갔을 것 같은데 우리 딸은 솔직하게 말하네. 믿음직스럽다.” 우리도 어릴 때 거짓말을 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하고요. 그러니 아이의 정직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5. 아이가 벅차거나 어려운 점은 없는지 해결해 주세요

 아이가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면, 현재 규칙이 무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학습지 안 해 놓고 했다는 거짓말을 하면 학습지의 양이 많은 건 아닌지 봐 주세요. 친구랑 음료수 사 먹으려고 엄마 지갑에 손을 댔다면, 아이 용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봐 주세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거짓말한다면, 친구들에 비해 시간이 너무 적은 건 아닌지 봐 주세요. 아이의 필요가 정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고, 그것을 거짓말이라는 음지가 아닌, 대화와 조율이라는 양지에서 채울 수 있도록 해주세요.

 

김지혜 전문코치
 지혜코치. 8년간 1만 명의 엄마를 만난 부모교육 전문가입니다. 《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 《엄마의 화코칭》두 권의 책을 썼으며 ‘엄마표 감정 코칭’을 실천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혜코치의 엄마고민상담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11살 딸, 4살 쌍둥이 아들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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