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아이에게 화내지 말고 이렇게

화내는 아이에게 화내지 말고 이렇게
화내는 아이에게 화내지 말고 이렇게

김지혜 전문코치

 며칠 전, 초등학교 학부모 연수로 ‘화코칭’ 특강을 하고 왔어요. 초대해 주신 학부모 회장님이 강의 직전에 슬며시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아이가 4학년인데요. 요즘 애가 달라졌어요. 뭐 좀 시키면 화난 눈빛으로 노려보면서 싫다고 해요.” 레이저 눈빛을 쏘는 아이에게 ‘네가 감히 나한테?’라며 화가 올라온다는군요. 혹시 독자님도 아이가 화낼 때 덩달아 화가 나시나요? 

 감정코칭 공식을 만든 존 가트만 박사는 아이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통제적’인지 ‘허용적’인지를 기준으로 부모 유형을 4가지로 구분했는데요. 한번 예를 들어보죠. 만약 우리 아이가 숙제에 집중하지 않고 틈틈이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을 하고 있다면 다음 4가지 중,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나요?

1번, “스마트폰 갖다 버린다. 얼른 숙제 해!”라며 엄하게 꾸짖는다.

2번, “숙제 빨리하면 게임 시간 늘려줄게.”라며 아이를 회유한다.

3번,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내 할 일 한다.

4번, “게임 재밌는 거 아는데, 그래도 숙제 먼저 하도록 해.”라며 명확히 지시한다.

 1번 유형은 아이의 감정을 싹 무시하고 행동에 대해서만 강하게 통제합니다. 이를 가트만 박사는 ‘억압형’이라고 불렀습니다. 2번 유형은 아이가 힘들어 하는 걸 보기 힘들어 하며, 빨리 좋은 감정으로 바꿔 주려고 하는 ‘축소전환형’입니다. 3번 유형은 아이의 감정을 공감할 뿐, 행동에 대해선 노터치! 바로 ‘방임형’입니다. 4번 유형은 아이의 모든 감정을 수용하되, 행동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쪽으로 이끌어주는 ‘감정코칭형’입니다.

 이미 예상하셨듯, 가트만 박사는 가장 바람직한 유형으로 ‘감정코칭형’을 꼽았습니다. 감정코칭형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존감과 감정조절능력부터 사회성과 학업성취능력까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이게 어디 쉽던가요? 우리 부모의 억압과 축소전환, 방임이 그대로 우리 몸에 배어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아이의 화에 나도 모르게 더 크게 화를 내거나, 상처 줄까 봐 쩔쩔매거나, 아니면 아예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넘어가 버립니다.

 우리 말과 행동의 95%는 무의식에서 나오는 ‘자동 반응’이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대로, 뇌가 조건화된 대로, 익숙한 대로 반응하죠. 그것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뇌의 특성 때문입니다. 뇌는 좋은 것보다 익숙한 것을 빠르게 취합니다. 어제 말한 대로 오늘 말하고, 오늘 아이에게 소리친 대로 내일도 소리치게 되는 이유죠. 술 마시고 소리 지르던 아빠를 증오했지만 똑같이 술을 마시고, 내게 소리 지르며 끊임없이 잔소리하던 엄마에게 숨이 막혔지만, 나도 아이에게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퍼붓습니다. 때론 정반대에 집착합니다. 혹시라도 상처받을까 봐 해야 할 말도 안하고 다 받아주는 식이죠.

  익숙한 길만 걷는 뇌를 멈추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억압형의 자녀는 짜증내고 울 때 긍정의 신호를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거니와 화날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배워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아존중감은 물론, 감정조절능력도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아이들이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 잘 반응해 줄 수 있을까요? 당연히 어렵습니다. 공감능력, 조율능력 모두 떨어지니 친구들과의 트러블이 잦습니다. 축소전환형의 자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문제가 있다고 여깁니다. 감정을 표현했을 때 부모가 서둘러 다른 이야기를 꺼내니까요. 그래서 마음이 불편할 때 표현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싹 감추고(부모가 자기에게 해 준 것처럼) 다른 곳으로 빠집니다. 먹기, 게임, 스마트폰 등, 감정을 직면할 필요 없는 안전한 세상으로 들어가는 거죠. 이는 식이장애나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 방임형은, 잘못해도 잘못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자라기에, 밖에 나가서 잘못인 줄도 모르고 잘못을 저지릅니다. 독불장군처럼 버릇없고 자기 멋대로인 아이, 자기 본분에 맞는 행동을 못하는 아이, 안타깝게도 방임형 자녀의 모습입니다.

  부모가 감정코칭 대화법에 대해 배우고 달라져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다행인 소식은, 아이의 매순간을 감정코칭형으로 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40% 정도만 감정코칭형으로 해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하니, 해 볼만 하겠죠?

 의외로 많은 부모님이 아이가 화내는 이유를 잘 모릅니다. 왜 화내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때론 엉뚱하게 넘겨짚기도 합니다. ‘엄마가 만만한 것 같아요.’, ‘오냐오냐 잘해줘서 그런가 봐요.’, ‘애가 타고나길 공격성이 많은 것 같아요.’ 모두 가능성이 낮습니다.

 모든 감정에는 기능과 역할이 있는데요. ‘화’는 울타리의 기능을 합니다. 누가 선을 넘고 경계를 침범했을 때 화 버튼이 눌리며 ‘문제가 생겼어. 대처해!’라고 경보를 울립니다. 침입자를 물리치고 내 영역을 보호하라는 거죠. 선 넘고 훅 들어왔는데 화가 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바보처럼 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화는 꼭 필요한 감정이지요.

 아이는 원하는 것이 있는 데 얻지 못할 때 화가 납니다. 그것을 얻어 내기 위해서 화를 냅니다. 눈을 부라리고, 씩씩대고, 책상을 주먹으로 치고, 발길질을 하고, 문을 쾅 닫고, 심하게는 욕을 하며 엄마아빠를 때립니다. 모두 ‘나 지금 원하는 게 있어!’를 온 몸으로, 미성숙하게 울부짖는 거지요.

 여기서 원하는 것이란, 눈에 보이는 물건이 아닙니다. 심리학자 윌리엄 글래서는 인간의 욕구를 5가지로 구분했는데요. 아래와 같습니다.

생존의 욕구: 몸과 마음의 안전과 관련된 욕구

사랑과 소속의 욕구: 사랑하고, 나누고, 협력하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

힘과 성취의 욕구: 경쟁하고 성취하고 중요한 존재이고 싶어하는 속성

자유의 욕구: 스스로 선택한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하고 싶어하는 속성

즐거움의 욕구: 새로운 것을 배우고 놀이를 통해 즐기고자 하는 속성

 인간은 위 5가지 욕구를 다 가지고 있지만, 글래서에 따르면 태어날 때부터 유독 강한 욕구가 있다고 해요. 그리고 그 욕구는, 아이가 자주 화내는 상황을 관찰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저희 집 쌍둥이는 같은 뱃속에서 10달 동안 함께 있었지만, 화를 내는 포인트가 달라요. 첫째는 누군가 자기 말에 집중 안 하고 흘려 들을 때 자주 버럭하는 걸 보면 ‘사랑, 관심’에 대한 욕구가, 둘째는 자기가 하려고 하는 걸 못하게 할 때 ‘진상’을 부리며 화를 내는 걸 보면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한 것 같아요.

 이 욕구를 가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이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욕구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요구하는 게 문제인 거죠. 독자님의 아이는 어떨 때 반복적으로 화를 내나요? 위 5가지 욕구 관점에서 한번 찾아보세요.

 아이가 화를 낼 때 감정코칭형 부모의 대처는 심플합니다. ‘감정은 수용하되, 행동은 통제하기’. 화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는 겁니다. “화가 났구나. 그럴 수 있어.” “숙제 하기 싫은데 자꾸 하라고 하니까 화가 난 거지?”, “엄마도 너 같은 상황이면 화가 났을 거야.” 여기에 욕구까지 읽어 주면 더욱 좋습니다. 만약, 아이의 욕구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아이가 이 정도로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면 물어봐 주세요. “왜 그렇게 화가 났어?” 아이가 자신의 화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을 못해도(처음엔 당연히 그렇습니다.) 함께 아이의 감정이면을 탐색해 줍니다.

 그러나 화가 나서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제한을 둡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누군가를 때리는 건 절대 안돼.”, “화가 날 순 있지만 그래도 욕은 하지 말자.”, “네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래도 그렇게 소리지르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야. 말로 해도 충분해.”. 초등 이상 큰 아이라면, 정답을 지시하기보다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네가 ‘아이씨’라고 하면 엄마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왜냐면, 아이가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멈추기 어려워서 못하는 거니까요. 질문으로 아이가 생각하게 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좀더 책임감을 갖기 쉬워집니다.

 감정 수용과 행동 제한, 두 가지 중 무엇을 더 먼저 해야 할까요? 아이의 행동이 위험하거나, 남에게 피해가 된다면 행동 제한이 바로 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누나를 할퀴고 있는 아이에게 “화가 많이 났구나.”하고 있으면 안 되는 거죠. 바로 손을 잡고 눈을 보며 “아무리 화가 나도 누나를 할퀴면 안 돼.”라고 말해 줘야 합니다. 

 형제자매 간에 서로 씩씩대며 싸울 때 많이 있지요? 그때도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싸우는 겁니다. 원하는 것, 즉 욕구에 대한 대화와 조율 없이, “사이좋게 지내야지.”라고 대화를 덮어버리면, 아이들은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앙금만 쌓입니다.

 저희 집에서도 아이가 셋이다 보니 늘 갈등이 벌어지는데요. 최근엔 일곱 살 어린 쌍둥이 동생들 때문에 열두 살 첫째가 매일같이 화를 냅니다.

 “내 방에 들어오지 말랬지!”

 “왜 내꺼 허락도 없이 가져가!”

 그런 말을 듣고 있노라면 제 안에서는 “동생이 어려서 그런 건데 뭘 그렇게 화를 내”, “누나가 좀 양보해 줄 수도 있지. 너무 야박한 거 아니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습니다만, 부지런히 심호흡을 하며 아이의 마음으로 제 마음을 가져가 봅니다.

 자신의 사적인 공간과 물건에 대한 존중, 누나로서의 권위에 대한 존중을 원하는 아이가 보입니다. 그 마음에 대해서 일단 공감합니다. “아휴, 동생들이 함부로 가져가서 화났겠다.”, “여러 번 말하는데도 안 들으니까 화나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첫째의 표정이 누그러지는 게 보여요. 그때 살짝 덧붙입니다. “그래도 좀 살살 말하면 좋겠어.”

 물론, 동생들에게도 감정 수용과 행동 제한 두 가지를 해 줍니다. “누나 방이 재밌는 건 알지만, 누나가 싫대. 들어가도 되냐고 먼저 물어보는 거야.” 점점 머리가 굵어지는 첫째를 동생들 보는 앞에서 혼내며 양보와 배려를 강요하면 첫째는 더 삐딱해지지만, 이렇게 마음읽기부터 먼저 해 주면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양보와 배려를 하는 매직이 일어납니다. 물론, 사춘기 시작되기 전으로 국한되지만요.

 아이의 마음읽기, 부모의 감정조절과 대화법에 대해 1년간 글을 써오며,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름 아니라 ‘연결’입니다. 제 마음이 독자님의 가정 내 연결에 부디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김지혜 전문코치
 지혜코치. 8년간 1만 명의 엄마를 만난 부모교육 전문가입니다. 《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 《엄마의 화코칭》 두 권의 책을 썼으며 ‘엄마표 감정 코칭’을 실천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혜코치의 엄마고민 상담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11살 딸, 4살 쌍둥이 아들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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