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직장맘과 전업맘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아이의 삶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비교와 죄책감에 머물기보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할 때, 서로의 결핍은 다른 방식의 기여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만하면 됐다’는 건강한 인정으로 모든 엄마의 시간을 응원합니다.
김애리
전문코치
햇살이 뜨겁다. 푸른 이파리들은 더 짙어지고 아이들의 목소리도 한층 더 선명해진다. 신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여름이 오고 곧 방학이 다가올 것이다. 서먹하던 친구들과의 거리도 어느새 허물어지고 관계도 푸른 이파리처럼 조용히 깊어져 간다.
직장맘의 아침 – 짧은 호출과 긴 여운
“엄마! 준비물.”
“엄마, 필통 잃어버렸어.”
“엄마! 용돈.”
짧은 호출이 아침 공기를 가른다.
“어제 말했어야지! 엄마도 출근해야 하는데
이 아침에 그걸 말하면 어떡하니!”
직장맘의 아침은 분주하다. 서둘러 챙기고 빠르게 판단하며 미처 다 담지 못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문을 나선다. 퇴근 후에는 집안일과 아이, 그리고 남편까지 챙기지만, 늘 어딘가 모자란 듯한 기분이 남는다. 해도 해도 충분하지 않은 하루, 그렇게 또 아쉬움을 가득 안고 출근길에 오른다.
이어지는 또 다른 아침 – 전업맘의 아침
차창 밖으로 여름이 스치고 짙어진 나무들, 햇살을 머금은 잎사귀들, 느리게 흔들리는 바람을 바라본다. 도시는 그대로인데 계절만 한 걸음 앞서가고 있는 듯하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이 또 다른 아침이 시작된다.
“엄마. 준비물 사야 되는데!”
“엄마, 실내화 잃어버렸어!”
“그걸 왜 아침에 말해 미리미리 말했어야지!”
엄마는 익숙하다. 그리고 익숙하게 속도를 높인다.
“빨리 준비해. 엄마랑 같이 문구점 들렀다 가자. 없으면 친구 엄마한테 물어볼게”
아이들은 늘 아침이 되어서야 필요한 것을 떠올리는 것 같다. 급한 시간,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엄마는 방법을 찾는다. 문구점을 떠올리고 친구 엄마에게 연락하고 모든 선택지를 찾아 움직인다. 아이들은 그렇게 엄마의 손을 거쳐 하루를 시작한다.
쉴 수 없는 시간, 각자의 분주함
조용함은 잠시뿐이다. 식탁 위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지나간 자리 위로 어지럽혀진 흔적들이 그대로 쌓여 있다. 접시와 컵, 흘러내린 밥알과 부스러기들. 설거지하고 밀린 청소를 하며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 끝이 없는 집안일 속에서 시간은 무심히 흐른다.
같은 시간 다른 공간, 또 다른 방식의 분주함이 시작된다. 책상 앞에 앉자마자 할 일이 한가득 쌓여 있다.
정리해야 할 문서, 브리핑해야 할 자료, 거래처 관리와 고객 응대.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이건 언제까지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이 휘몰아친다. 숨을 고를 틈도 없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문득 아침에 투덜대던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잠깐 스친 그 장면이 마음 한편에 애잔하게 남는다.
서로 다른 두 시간
‘엄마’라는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아이와 준비물을 준비하며 현관문을 나선다. 같은 엄마이지만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두 개의 시간이다.
직장맘의 시간은 ‘비어 있음’으로 채워진다. 아이를 위해 일하고 돈을 벌어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 중심에는 늘 ‘엄마의 부재’가 있다. 아이는 누군가의 손에 맡겨지고 엄마는 일터에서 하루를 버틴다.
‘나 잘하고 있는 거 맞겠지?’ 직장맘의 시간에는 책임감과 죄책감이 함께 흐른다. 버텨 내고 있다는 자부심과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이 공존하며 자신을 밀어붙이곤 한다.
전업맘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전업맘의 시간은 ‘채움’으로 가득하다. 아이의 학교를 살피고, 놀이터에서 관계를 만들며 친구 관계를 이어 준다. 그리고 엄마들의 모임 속에서 정보를 나누며 아이의 세계를 설계하고 넓혀 준다. 겉으로 보면 빈틈없이 채워진 시간이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전업맘의 시간에는 헌신과 불안이 함께 흐른다. 아이를 위해 살아간다는 확신과 나 자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분이 겹치면서 자신을 몰아세우곤 한다.
두 시간이 마주하는 순간
이 두 시간은 언젠가 마주한다. 그리고 그 순간, 이해보다 비교가 먼저 올라온다. 직장맘의 버텨내는 하루, 전업맘의 나를 내려놓은 하루, 서로는 서로를 바라보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부럽기도 하고 닮고 싶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스친다.
부러움, 질투, 열등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감정들은 있는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가시를 달고 서로를 찌른다.
“서희 엄마는 집에서 아이만 돌보면 되니 좋겠다, 너무 부러워.”
(숨은 마음: ‘나는 이렇게 버티며 사는데······.’)
“그러게요, 민수 엄마는 돈 벌잖아요. 부럽네요. 전 남편이 일하지 말라고 해서 일도 못 하고 아쉬워요.”
(숨은 마음: ‘나는 커리어도 포기하고 사는데······.’)
두 사람은 각자의 결핍을 말하고 있다. 그날 밤 직장맘은 아이와 꽉 찬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으로, 전업맘은 자신다워지지 못하는 삶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던져진 감정과 표현된 감정 사이
우리는 종종 감정을 상대에게 던지곤 한다. 그러나 감정은 던지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이다. 던져진 감정은 무기가 되지만 표현된 감정은 관계를 잇는 실이 된다. 인간은 관계 안에서 사랑을 배우기에 관계가 깨지는 순간 고통은 깊어진다. 이때 그 고통을 멈추는 데 좋은 방법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당신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가?”
직장맘들은
부재의 결핍으로 마음이 흔들릴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신이 해내고 있는 일은 가정을 유지하고, 아이의 선택 폭을 넓히고 미래를 확장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부재는 결핍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기여일 수 있다. 그 관점이 바뀌는 순간, 죄책감은 줄어들고 유능감이 당신을 빛나게 할 것이다.
전업맘들은
커리어가 멈춘 자리에서 자신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이미 아이의 삶을 설계하고 관계를 만들며 정서를 지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일은 보이지 않을 뿐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확장’된 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순간, 상대의 언어도 더 이상 나를 공격하는 칼날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만하면 충분한 우리에게
이제 서로를 향한 전쟁은 거두어도 좋다. 자기를 이해한 사람은 더 이상 타인을 향해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만하면 됐다’라는 건강한 외침이다. 전업맘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직장맘은 부재를 채우는 시간을 만들며 감정을 건강하게 흐르게 하자.
이 땅의 모든 어머니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당신은 언제나 충분했다. 그 숭고한 시간 위에 진심 어린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김애리 전문코치(KPC/NLP마스터)
마음빌더 코칭심리연구소 소장
광운대 대학원 심리학 박사
고3 아들을 둔 엄마로서, 직장맘과 전업맘을 모두 거쳐 온 저자의 경험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어머니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