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주말에 가족 외식을 가자고 하면 “나 빼고 다녀와라”, “집에서 혼자 쉬겠다”며 거부합니다. 억지로 데려가면 내내 인상을 쓰고 스마트폰만 봐서 분위기만 망치기 일쑤에요. ‘강요된 화합’이 아닌 ‘상호 존중’을 위한 것으로 어떻게 대화를 나누어야 할까요?
A. 가족과 거리를 두는 아이, 반항이 아니라 신뢰가 무너진 신호일 수 있습니다.
먼저, 가정 내 특정 사건이나 게임 중독 등의 이슈 때문인지 혹은 학교 폭력 등 외부 사건으로 인한 SOS 신호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부모와 자녀의 신뢰 및 의사소통 갈등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가족 관계가 단기간 좋아져도 부모의 성숙 없이는 머지않아 아이의 고통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주제입니다.
훈육이 아니라 신뢰
부모-자녀 관계에 대해 던질 큰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달라질까요?’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아이가 나를 믿을 수 있을까요?’여야 합니다.
아이는 그동안 여러 번, 나를 알아달라 시도했을 겁니다. 하지만 실망이 쌓여 신뢰를 잃고, 부모를 위협으로 인식하며 거부합니다. 상처받은 아이는 되돌려줍니다. 그러나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문제를 해결하려는 무의식적인 시도입니다.
신뢰의 뿌리는 부모의 양육 태도
핵심은 부모가 아이를 개별적인 존재로 수용하지 못해 아이들이 느끼는 무력감입니다.
부모가 좋은 의도로 가르치다가 삿대질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건 그만큼 아이가 달라지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지만, 아이는 가르침이 아니라 비난당하는 느낌을 받고, 비판하는 법을 배웁니다.
“뭘 그런 걸로 울어? 울 일도 많다”, “너는 왜 그러니?”라는 핀잔이나 그 말도 일리 있다, 그럴 수 있다는 말은 생략한 후 “아니”, “그런데”로 시작하는 대답 등은 흔한 대화 방식이지만, 실은 아이의 감정과 경험에 관한 거부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자기 마음을 평가하고 통제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면, 누구보다 부모와 연결되고 소통하고 싶어 합니다. 상처받은 자녀는 더욱 갈구합니다. 사소한 기분, 생각을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평가 없이 수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금이 간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모 자신의 얽힘과 결핍, 불안을 마주하기
더 어려운 문제는 자녀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온정과 지지로 대해야 하는 걸 알고 노력해도, 아이 앞에서 감정, 언어, 행동 조절이 되지 않고 부모 내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한 사람의 의사소통 양식은 그의 축적된 과거이기에 자동적이고 습관적입니다. ‘아이의 문제가 뭘까?’가 아니라 ‘아이가 나와 어떻게 얽혀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나?’를 관찰하고, 또 부모 자신은 조부모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깨닫는다면, 이 대물림된 주제를 다룰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부모가 스스로 주변의 도움 혹은 전문적인 코칭, 상담이 필요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도움을 편안하게 받는 것에도 용기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어렵다면, 나 자신의 갈등에 관해 글로 쓰거나 말을 해서, 고통을 몸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하시길 권합니다.
존재로서의 자유를 인정해 주세요
가족 치료의 권위자 사티어는 ‘다섯 가지 자유’에 대해 말합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자유, 지금 느끼고 생각하는 그대로를 말할 수 있는 자유, 지금 느껴지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자유, 허락을 기다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자유, 자기를 위해서 모험을 할 수 있는 자유.
자녀에게, 그리고 부모 자신에게 이 자유를 허용해 주세요.
부모는 아이에게 생각, 감정, 욕구를 허용하면 나쁜 길로 갈까 두려워 아이 마음을 수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이 마음을 수용한다는 건 그걸 실현하는 모든 방법, 행동을 내버려두는 게 아닙니다. 화내고 싶은 마음을 “그럴 수 있지”하고 알아 주는 것, 그게 바로 수용입니다. 소리를 지르는 행동은 별개로 다루면 됩니다.

그때는 그것이 부모의 최선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최선이 있을 것이라고 느끼신다면, 이제부터 하면 됩니다. 부모가 지금까지와 다른 질문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부모 자신의 과거를 수용하면, 가족의 현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커질 것입니다.
상호 존중은 동시에 이뤄져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작용 후에 다른 사람의 반응이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상호적입니다. 가족의 신뢰를 다시 쌓는 물꼬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먼저 자녀를 개별적인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 그리고 부모 자신의 내면에 살고 있는 아이를 알아봐 주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