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아이가 아니라,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아이입니다

배세연 전문코치(KPC)

Q.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특히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등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형제 등 가족 구성원 전체가 아이의 분노적 행동을 다루기 위해 취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나 효과적인 솔루션이 있을까요?

A. 부모로서 감정 기복이 심하고 쉽게 폭발하는 아이를 마주하는 일은 정말 버거운 일입니다. 사소한 말에도 목소리가 커지고, 문을 쾅 닫거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면 ‘이러다 큰일 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동시에 올라옵니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싶은 마음, 가족 모두가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은 분명한데 어떻게 말해야 불이 더 붙지 않을지, 어떤 선에서 단호해져야 할지 막막해지지요.

많은 부모님이 바로 이 지점에서 지쳐 버립니다. 사실, 이렇게 크게 분노를 표출하는 아이들 안에는 감정을 느끼는 힘이 아주 강하게 살아 있습니다. 자신이 겪는 부당함, 답답함, 억울함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걸 밀어 넣지 못하는 대신 한 번에 터뜨려 버리는 것입니다.

내면에서 많은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민감한 감정 감지 능력은 향후에는 자기와 타인의 마음을 잘 읽는 힘으로 자랄 수 있는 소중한 자질이기도 합니다. 다만 지금은 그 감정을 표현하고 다루는 방법이 아직 서툰 시기입니다. 이때 “왜 이렇게 예민하니?”, “그 정도로 소리 지를 일도 아니잖아.”라는 말은 아이에게 ‘네 감정은 과한 거고, 이상한 거야’라는 메시지로 들릴 수 있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 줄 수 있습니다.

“그때 네가 진짜 많이 답답했구나.”

“억울했겠다. 그래서 화가 확 올라왔던 거지?”

“네 마음이 그 정도로 힘들었다는 게 느껴져.”

이런 말은 아이의 감정을 ‘틀린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해 주는 일입니다. 감정 자체가 인정받을수록, 아이는 점점 표현 방식을 바꾸는 데 에너지를 쓸 여유를 갖게 됩니다. 물론 감정을 이해한다고 해서, 고함·욕설·물건 던지기 같은 행동이 허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화나는 건 괜찮아. 다만 이 집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표현 방식은 따로 있어.” 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 아이와 이런 합의를 해 볼 수 있습니다.

  • 너무 화날 때는, 고함 대신 ‘나 지금 말하기 힘들어, 10분만 쉴래 ‘라고 말해 보기
  • 물건을 던지는 대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숨 고르기 먼저 해 보기

그리고 부모도 똑같이 이렇게 실천해 볼 수 있습니다.

  • 엄마도 지금 감정이 올라와서, 5분만 쉬었다가 다시 얘기하고 싶어
  • 아까 나도 목소리가 너무 커졌던 것 같아. 그건 미안해

부모가 자기 감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줄수록 아이는 ‘감정은 막는 게 아니라, 다룰 수 있는 것’이라는 감각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한 번 다뤘다고 해서 모든 노력이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분노를 다루는 법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연습해 가는 긴 과정입니다.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아이도, 부모도 아직 감정을 배우는 중입니다. 지금처럼 아이의 마음과 가족의 안전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성장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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