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가 친구의 무례한 언행과 요구에 반박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어줍니다.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친구는 어울리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어울리며 친구에게 휘둘리는 아이를 보면 속이 상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가 친구에게 상처 받았던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 아이에게 왜 너는 그 친구에게 되받아치지 못했냐고 한바탕 퍼붓게 된다면, 아이는 더 자신감이 없어지고 더 겁을 먹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이 대신 해결해 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아이의 세계 속에 내가 훼방꾼이 될 수도 있으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죠.
그렇다면 때를 기다려봅시다. 평소 생활을 하다보면 아이가 감정이 울컥 올라와서 떼를 부리거나 큰소리로 본인의 생각을 말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가 기회입니다. 크게 숨을 한번 쉬고, 이 아이와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고 다짐하고, 가만히 아이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눈을 마주치면서 아이 이름을 불러 주세요.
“○○아, 이가 갑자기 화를 내니까 엄마가 너무 놀랐고 속이 상해. OO이가 무슨 이유로 화가 나는지 천천히 엄마한테 말해 줄 수 있을까? 지금 못 하겠으면 생각해 보고 이따 이야기해도 돼.”
흥분하고 화가 나서 엄마에게 화를 내던 아이를 진정시키며 나눈 대화 속에는 엄마로서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고, 관심을 갖는 것, 네가 무턱대고 화를 내면 엄마는 당황하고 속이 상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 따뜻한 눈길과 마음으로 널 응원하고 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처럼 부모인 내가 먼저 당황스러운 상황에 상대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이렇게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아이와 이야기 해 봅시다. 엄마도 너의 감정을 몰라서 물었고, 흥분하고 화난 너를 보며 엄마도 속상했다는 것,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알게 된 후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그 장면과 기분을 떠올리는 것이죠.
“어제 엄마랑 이야기였던 거 기억나? 이가 화났을 때 엄마가 어떻게 했는지?”
“○○이가 왜 화가 났는지 엄마도 몰라서 이야기해 달라고도 하고 화를 내니까 엄마도 속상하다고 했지? 그리고 이 마음을 잘 몰랐던 것에 대해 사과도 하고, 미안하다고 꼭 끌어 안아줬지. 그때 기분이 어땠어?”
이런 대화를 통해 아이는 ‘말을 하면 상대방이 내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구나’라는 확신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이와 친구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그런데 이가 큰맘 먹고 속마음을 얘기했는데도 그 친구가 계속 OO이를 괴롭히면 OO이는 어떻게 하고 싶어?”
아이가 선뜻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때 강요보다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고, 그 뒤에 엄마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보여 주세요.
“엄마는 OO이를 계속 힘들게 하는 친구라면 그냥 같이 안 노는 게 좋을 것 같지만, OO이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 네 마음이 편한 쪽으로 결정을 해 봐, 대신 OO이 혼자서 해결이 안 될 정도로 힘들면 그때는 엄마가 도와줄 테니까 꼭 엄마한테 말해 줄래?”
엄마는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하는 어른이자 보호자입니다. 아이가 생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주고, 혼자의 힘으로 부족하고 어려우면 엄마가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 자신의 에너지가 좋아야 합니다. 어쩌면 가장 챙기기 어려운 게 엄마 자기 자신일 겁니다. 그렇지만 온 집의 평화를 위해서는 무조건 엄마가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이어야만 합니다. 쑥쑥 커가는 아이와 템포를 맞춰가면서 엄마도 함께 성장해 나가야만 합니다. 차곡 차곡 쌓아 나가는 엄마와 아이의 대화만큼 엄마도 아이도 훌쩍 자라 있을 테니까요.
양정원 전문코치(KAC)
